‘총선 불출마’ 선언 후 기류 급변, 당 안팎 ‘온정주의’ 비판…비명계 이재명 교감설 거론, 친명계 반발
#불출마 선언 후 기류 변화
8월 30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는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 권고안을 무기명으로 표결했다. 그 결과 찬성 3표, 반대 3표로 부결됐다. 윤리특위 소위는 여야 각각 3명씩으로 구성됐다. 송기헌 김회재 이수진(동작) 민주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제명안은 더 이상 논의할 수 없게 됐다.
윤리특위 제1소위원장인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표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소위에서 간사 간 협의로 다음 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할 거고, 개최한다면 징계 수위를 결정해서 표결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며 “만약 소위를 다시 열어서 논의하려면 그 다음 수위 징계인 ‘30일 출석정지’를 놓고 표결해야 하는데, 과연 국회 출석 30일을 놓고 표결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가, 그것을 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회의가 있다”고 말했다.
윤리특위 야당 간사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당내 의원들 간 논의가 있었는데, 이 건 자체가 굉장히 중대하긴 하지만 유권자들이 뽑은 선출직 특성상 제명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구속된 상태에서 계속 (국회의원) 급여까지 받으며 제명되지 않은 사례 등 더 중대한 사건도 있는데 (형평성 차원에서) 김 의원을 제명하는 건 과하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직접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특정해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당내에서 상당히 찬반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남국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나름대로 불출마해 정치적 권리를 포기한 점을 참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7월 20일 국회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자문위)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게 가장 높은 징계인 제명을 권고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윤리특위의 징계 수위는 △공개회의에서 경고 △공개회의에서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이다. 국회 윤리특위는 자문위 권고를 참조해 징계 여부 및 종류를 결정한다.
8월 22일 오전 11시 국회 윤리특위 1소위는 김남국 의원의 징계안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요구에 따라 30일로 연기하게 됐다. 소위 개회를 30분 남짓 앞두고 김남국 의원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당초 민주당은 자문위 권고에 따라 제명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김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부결 기류가 꿈틀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SNS에 “민주당의 온정주의는 내로남불”이라며 “김남국 의원 연관 검색어로는 조국 전 장관, 이재명 대표, 처럼회가 있을 것이다. (국회 윤리특위) 표결 지체는 김 의원이 무소속일지라도 민주당 지도부의 비호를 받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김남국 의원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21대 코인 거래 사건과는 별개 문제다. 불출마 선언이 현재의 문제를 희석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는 민주당을 늪으로 빠뜨린 사건이었다.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는 당의 도덕성을 더욱 의심하게 만들었고 신뢰는 지층부터 흔들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간을 미루면 미룰수록 당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책임론’으로 번지나
김남국 제명안 부결을 두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다. 8월 30일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남국 제명안을) 소위와 윤리특위에서 부결시킨 건 당의 입장”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지시해서, 또 이재명 대표가 결정한 것이다. 이걸 이런 식으로 결정한다는 게 상식적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 자문위 결정이 최종적으로 본회의 표결에 가야 한다. 헌법 등에 따라서 200명이 가결을 시켜야 된다. 엄청 어려운 거다. 거의 불가능하다. 본회의에 올라가도 부결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며 “그런데 이걸 우리 당 이름을 걸고 ‘우리 당이 그냥 김남국 방탄하겠다’고 결정하는 게, 저는 정말 겁이 없구나 싶고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명계 한 의원은 일요신문 통화에서 “불출마 선언했는데 제명은 과하다는 측과, 불출마 선언도 막판에 떠밀려서 했는데 온정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측으로 갈렸다”며 “소위에 참여한 의원들이 자신들의 생각대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당 차원에서 중요한 일인데,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와 교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 옹호에 나섰다. 8월 31일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당대표가 어떻게 이 부분에 관련해서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할 수 있겠냐”며 “그 지시가 어떤 지시인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그분들이 직접 들었는지, 전해 들은 건지 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김남국 의원이) 스스로 정치생명을 끊었고,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어쨌든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명은 과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8월 31일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불출마 선언은 ‘정계 은퇴’를 의미한다”며 “이 정도면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액의 코인 거래를 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왜 조사를 하지 않나. 전수조사하면 코인 투자한 국회의원이 더 많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남국 의원을 둘러싼 이 대표 책임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코인 논란이 터진 뒤 김 의원이 이 대표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책임론이 제기됐다. 당 차원 진상조사를 두고선 이 대표가 ‘김남국 지키기’를 주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왔다.
국민의힘에선 김남국 의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 시절의 P2E 합법화 발언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김 의원은 대선 후보 수행실장 겸 온라인소통단장이었고, P2E 코인 위믹스를 최대 137만 개(110억 원 상당)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였다(관련기사 ‘P2E 옹호’ 우연이었을까…이재명 대선 캠프로 번진 김남국 폭탄).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