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I (Rumor Scene Investigation) 에피소드 2
게다가 대중들 사이로 급속도로 퍼져 화제가 되거나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보통 루머의 확산 정도는 당사자의 이름을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나타나는 연관 검색어를 통해 확인된다. 반면 김연아의 경우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에서 결혼설이 사실 무근이라는 보도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해 관련 기사가 보도된 뒤에도 연관 검색어에 ‘결혼’이나 ‘사실혼’ ‘딸’ 등의 단어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소속사의 강경 대응이 루머를 채 알지도 못하던 대중에게 해당 루머를 전파하는 역효과까지 불러왔다고 볼 수도 있다. 왜 김연아 측은 루머에 강경 대응한 것일까. 그 속내는 무엇일까.
김연아를 둘러싼 루머의 내용은 결혼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미 딸을 출산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런 내용이 언론사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에 관련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은퇴 기로에 서 있던 김연아는 지난달 소치 올림픽에 도전할 계획을 밝혔다. 은퇴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김연아가 다시 피겨 여왕의 자리로 돌아온 것. 행여 김연아가 은퇴를 선언했다면 결혼설이 보다 설득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좀 더 선수 생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결혼설은 너무 뜬금없어 보인다. 게다가 출산설은 더욱 황당하다. 출산설이 나돈 여자 연예인들의 경우 1년 이상 대중으로부터 멀어져 있었던 것이 루머의 원인이 되곤 했다. 그렇지만 김연아는 그토록 오랜 기간 대중과 거리를 둔 적이 없다. 물론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 만삭이 돼도 배가 거의 나와 보이지 않고 그 상태에서 피겨 스케이팅도 할 수 있었다면, 또 출산 일주일 만에 출산 이전의 몸매로 되돌아왔다면 출산설이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원더우먼도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출산설은 현실성이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 루머의 확산 형태 분석
루머의 확산 형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우선 첫 번째는 대중이 접하는 루머의 확산 형태이고 두 번째는 루머의 당사자가 느끼는 확산 형태다. 대중들 사이에서 특정 루머가 심각할 만큼 확산됐음에도 당사자는 이를 모르고 있거나 알았지만 별 거 아니라고 여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김연아 결혼 관련 루머의 경우 아직 대중에게 급격하게 확산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이나 트워터리안 사이에서 김연아 결혼 관련 루머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으며 증권가 정보지 등에서도 그리 민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진 않았다.
반면 김연아 측에선 상당히 심각하게 루머의 확산을 실감하고 있었다. 다음은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가 발송한 보도 자료 내용의 일부다.
‘김연아 선수가 한국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해오면서 올해 들어 몇몇 남성들이 김연아 선수가 본인의 연인이며, “곧 결혼할 사이다” 혹은 “이미 사실혼 관계다”라는 내용의 이메일과 문서를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로 발송한 바 있습니다. 최근 3개월 동안 몇몇 남성들이 서면과 전화를 통하지 않고 김연아 선수와 직접 만나려는 시도까지 했으며 심지어 “김연아 선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기르고 있다”고 얘기하는 등 루머의 강도가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매니지먼트사 차원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도 했습니다.’
아직 대중들 사이에선 그리 확산되지 않은 루머였지만 김연아 측에선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돼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몇몇 남성들이 이메일과 문서 그리고 전화 등을 통해 해당 루머를 들고 지속적으로 김연아 측을 압박해온 것. 결국 김연아 측에선 이번 루머의 확산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루머에 대한 강경 대응 원인 분석
김연아 측은 지속적인 루머의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언론사까지 해당 루머가 확산됐음을 확인한 뒤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중에게는 많이 확산된 상황이 아니었던 터라 강경 대응이 오히려 루머를 확산시키는 역효과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김연아 측이 강경 대응을 한 결정적인 원인은 ‘김연아 보호’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도 자료의 마지막 부분에서 올댓스포츠는 ‘김연아 선수가 결혼한다는 루머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김연아 선수를 해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사실 ‘몇몇 남성들’이라 지칭된 이들은 단순한 루머 유포자로 보기 힘들다. 불특정 다수에게 정체불명의 루머를 확산시키는 루머 유포자들과 달리 보도 자료에서 언급된 ‘몇몇 남성들’은 대중이 아닌 당사자와 소속사를 대상으로 루머를 보내왔다. 이는 루머 확산보다는 당사자인 김연아에 대한 압박으로 보인다. 루머 유포자보다 스토커에 더 가까운 행태이기도 하다.
이런 행태가 반복적으로 지속된다면 소속사에선 당연히 김연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게다가 이런 형태로 루머가 언론사에 흘러들어가는 것 역시 위험한 상황이다. 문제의 ‘몇몇 남성들’이 제보자의 탈을 쓰고 언론과 접촉할 경우 자칫 사실 무근의 오보가 보도될 수도 있다. 고 장자연 논란에서 두 차례나 언론을 속인 왕첸첸 사건이 대표적이다.
결국 이번 김연아의 루머는 기존의 연예계 루머와는 상당히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이번 소속사의 강경 대응으로도 문제의 몇몇 남성들이 지금까지의 행태를 중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의 더욱 적극적인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