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삼성이든 어디든 예외없다”
▲ 김종인 위원장은 “야권은 경제 민주화가 뭔지 제대로 모르면서 너도나도 공약을 내놓는다”고 비판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경제민주화가 너무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기본 개념이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압축 성장을 하면서 집중화가 이루어졌고 일부 사람들(재벌)이 시장을 지배하는 꼴이 됐다. 탐욕이라는 것이 끝이 없기 때문에 그 탐욕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공동체의 안정이 유지될 수가 없다. 그런 모순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순환출자의 경우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모임에서 내놓은 의결권 제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박근혜 후보는 의결권 문제에 대해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바 없다. 신규순환출자만 금지하자는 쪽으로 이야기했을 뿐이다.
―경제민주화모임에서 발의된 법안들에 대해 민주통합당 법안보다 더 급진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과거의 한나라당은 그런 언급과 논의 자체를 안했던 정당이다. 지금 의원들이 40여 명이나 참석해 그런 논의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 내놓은 법안들이 민주통합당 안보다 더 급진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좌클릭’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걸 가지고 왼쪽으로 갔다고 말하면 안 된다. 그런 좌우로 나눈 극단적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본다.
―남경필 의원이 법안에 대해 상의를 해온 적은 없나. 이 모임에 대해 ‘남경필 사조직’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그런(상의) 건 없다. 초창기에 거기 가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강의를 했는데, 그들의 활동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남경필 사조직이라는 말은 지나친 표현 아닌가.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기관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런 말은 개별 의원들에 대한 평가 절하다.
▲ 김 위원장이 9일 국민행복캠프 기자실을 찾은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공약은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 그 모임의 안 중에서 좋은 것이 있다면 캠프에서 선택하거나 보완할 수도 있지만 분명 그 모임의 안은 당론과도 다르고 박 후보의 공약과도 다른 것이다.
경제민주화모임이 내놓은 법안에 대해 새누리당 내에선 최근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지난 3호 법안(△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신규 순환출자금지·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선 의결권 제한)부터는 이한구 원내대표가 나서서 “당론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을 만큼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현행 금산분리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4호 법안에 대해선 모임 내에서도 재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많아 논의 과정에 더욱 진통을 겪은 바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제2금융권을 큰 경제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 3호 법안에 담긴 의결권 제한 문제를 포함해 1~3호 법안에 대해 캠프 내에서 검토해본 적은 없다”고 못 박았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지금과는 반대로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한 바 있다.
▲그 당시 세계적인 경제 흐름과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감안해 경선캠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줄·푸·세’와 같은 공약을 냈을 것이다. 그러나 2007년과 2012년의 상황이 달라졌다. 시대 변화에 따라 (공약도)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 지난해 말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김종인 비대위원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김종인 위원장은 비대위 시절 박근혜 후보에게 ‘경제민주화’에 대해 처음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일요신문 DB |
▲그 사람들은 모두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지 않나. 만약 모임 법안에 동의하게 되면 박근혜 후보의 공약과 일치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으니까 서명하지 않았을 거다.
―재계의 반발도 거세다. 직접적 로비도 들어올 텐데.
▲그들은 가급적이면 재벌 개혁 법안을 하나도 만들지 않길 바랄 것이다. 당연히 로비도 하겠지만 나한테는 누가 와서 (로비)할 만 한 사람이 아니라고 보는지 하는 사람들이 없다(웃음).
―캠프의 현명관 정책위원(전 삼성물산 회장), 김호연 총괄본부장(빙그레 전 회장으로 최대주주)과 경제민주화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동일고무벨트 오너) 등 친박 참모들 중 ‘친재벌’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현명관 정책위원은 과거에 (제주)도지사 선거를 두 번이나 치렀기 때문에 민의가 어떤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대위 때 가까이서 본 김세연 의원에 대해선 나 역시도 이 사람이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기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의식이 어떠한지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면서 유심히 관찰했는데 깜짝 놀랐었다. 본인도 내가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세상이 이렇다는 걸 모르고 살았을 거라고 말하더라. 나는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을 한다면 오히려 문제를 풀기 쉽다고 본다. 부유했던 사람이 밖으로 나와서 새로운 상황을 보고 인식을 새로이 했다는 점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과거에 그 사람이 부유했고 기업을 거느린 사람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기업을 추종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사덕 전 의원도 삼성 이건희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 두 사람은 서울사대부고 동창으로 50년 넘는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사이인데.
▲두 사람이 고교 동창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자체가 큰 의미가 있겠는가. 만약 공약 결정과정에서 그 사람들이 친재벌적 성향을 보인다면, 내가 거기에 동의하지 않을 테니 염려 말라(웃음). 모든 공약은 삼성이든 어떤 기업이든 예외 없이 적용될 것이다.
유력 주자인 박근혜 후보를 포함해 그를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 역시 경쟁주자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인터뷰 전날, 김문수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현재 박근혜 후보의 청렴 의지는 아예 없다. 박 후보는 오만의 낭떠러지 위에 서 있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1993년 동화은행 사태 때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을 들어 “당 쇄신을 맡으면 김종인 선대위원장부터 날리겠다. 비리 전력이 있는 측근들은 다 자르겠다”고 비판한 것. 김 위원장의 입장이 어떠한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문수 예비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을 포함한 캠프 인사 9명의 새누리당 당적 보유 여부에 대해 먼저 의혹을 제기했었는데(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 측은 최외출 기획조정특보와 자니윤 재외국민본부장을 제외하고 지난달 21일 경선 선거운동 시작 전에 입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사람들이 확인도 안 해보고 떠들어댄 것 아니었나. 나는 솔직히 새누리당에 입당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아서 하는 이상 괜히 쓸데없는 당적 문제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캠프 발족과 동시에 입당했다. 요즘 김문수 후보를 보면 ‘나도 후보다’라는 점을 의식적으로 발로하기 위해 나온 사람으로밖에 안 보인다. 자기가 기대한 만큼 일이 풀리지 않으니 네거티브 쪽으로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김문수 예비후보가 “김종인 선대위원장부터 날리겠다”는 거센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내가 가장 껄끄러운 사람인가 보지, 허허. 하지만 자기 능력 밖의 일 아닌가. 그럴 수 있는 권한도 없고 청렴권이니 뭐니 그런 걸 가정해서 말한다는 자체가 정치인으로서의 자질 문제라고 본다. 그런 사람은 그런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인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야권에서는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마치 경제민주화가 자기네들만의 전매특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항상 몰아붙였는데, 갑자기 우리가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복지의 중요성을 내세우니까 자기들이 공격할 수 있는 자료를 잃어버리게 된 셈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겪었지만 정책적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공격 포인트를 잃어버리니 화가 나서 자꾸 그러는 것일 뿐이다.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해도 못하는 사람들이 ‘과연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거기 가서 그러고 있느냐’며 나에 대해 인신공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들 수준이 그러하다고 생각할 뿐 관심 없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예비후보가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은 연목구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풍토에서 그게 되겠느냐, 내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적당히 선거 때까지만 써먹고 말겠지 하는 생각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나중에 결과를 보고서 얘기해야 한다. 내가 1987년에 경제민주화를 헌법 조항에 집어넣었지만 그동안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진 이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온통 사람들이 저마다 경제민주화 전문가인 것처럼 떠들어댄다. 그 사람들이 얘기를 하면서도 경제민주화의 참뜻에 대해선 모른다.
―박근혜 후보에게 경제민주화에 대해 처음 말한 것이 언제였나.
▲비대위 때 처음 이야기했다. 박 후보도 이후 총선을 겪으며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며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공감한 것 같다. 만약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내가 할 수 있었겠나. 종전에 대통령이었던 이들은 모두 ‘박정희 대통령 콤플렉스’에 젖은 사람들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로 성장했다는 점 때문에 가능 여부를 떠나 전직 대통령들 모두 무조건 성장 위주로만 쫓아왔고, 그 결과로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심해지게 된 셈이다.
―김무성 전 의원의 선대본부장 영입설이 나오고 있는데.
▲나는 그 사람이 기본적으로 캠프에 들어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과한 일 아닌가 싶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무렵, 그에게 “비대위 활동을 그만두었을 때 ‘다시 이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었는데 다시 캠프에 들어간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최근 당내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대선 이슈로 끝까지 끌고 가기엔 한계가 있다며 ‘용도폐기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대선정국에서 유력대선주자의 캠프를 이끌어간다는 것 자체가 대선후보에 버금가는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일 것이다. 그의 나이 일흔둘이다.
김 선대위원장은 “나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 일 안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차피 박근혜 후보를 돕겠다고 결정해 비대위 활동을 했고 그 결과로 총선에서 박 후보가 승리를 이끌고 대통령 후보가 되는 시점까지 이르렀다. 박 후보가 대선에도 협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노력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러고 있는 거다”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나는 한나라당이고 새누리당이고 입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스스로 ‘새누리당 회의론자’였음을 강조하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이끈 이는 역시 ‘박근혜’인 듯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김종인이 보는 ‘네거티브 공세’
“박근혜 출산설 황당무계”
유력대선주자의 캠프는 대선 ‘그날’까지 바람 잘 날 없다. 박근혜 예비후보 역시 최근 연이은 네거티브와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캠프 내에는 ‘네거티브 대응팀’이 별도로 움직이고 있지만 캠프의 수장인 김종인 선대위원장 역시 남다른 소회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김 위원장은 얼마 전 한 월간지가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기한 ‘박근혜 출산설’에 대해 “그거야말로 황당무계한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정신이 좀 이상하지 않나 싶다. 또 박근혜 후보 본인도 그 정도는 대범하게 넘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교육 수준이 높은 유권자들이 별로 없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하면 유권자들도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과거 재벌가 자제들과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참여 전력과 SK 최태원 회장의 구명운동을 했었다는 점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평을 전했다.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출생 이후의 모든 과정이 까발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본인도 각오해야 한다. 난 기본적으로 CEO로서 사익을 추구하던 사람이 국가경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진짜 자기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확고한 신념과 용기가 있다면 나오겠지.” [조]
“박근혜 출산설 황당무계”
김 위원장은 얼마 전 한 월간지가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기한 ‘박근혜 출산설’에 대해 “그거야말로 황당무계한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정신이 좀 이상하지 않나 싶다. 또 박근혜 후보 본인도 그 정도는 대범하게 넘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교육 수준이 높은 유권자들이 별로 없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하면 유권자들도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과거 재벌가 자제들과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참여 전력과 SK 최태원 회장의 구명운동을 했었다는 점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평을 전했다.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출생 이후의 모든 과정이 까발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본인도 각오해야 한다. 난 기본적으로 CEO로서 사익을 추구하던 사람이 국가경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진짜 자기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확고한 신념과 용기가 있다면 나오겠지.”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