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비 1000억 부지에 연수입 15억 논란···주민 반발 잠재울 대안 없이 사업만 축소
영진위는 부산촬영소 착공을 위해 이처럼 회의를 통해 조율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이에 군민들 사이에 영진위가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너무 소극적이고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팽배해지고 있다.
부산촬영소는 기장군 장안읍 기룡리에 위치한 25만 8152㎡ 부지에 건축연면적 1만 2631㎡ 규모로 ‘기장도예관광힐링촌’ 내에 들어설 예정이다. 영진위는 전체 면적의 16.5%인 4만 2600㎡ 부지를 매입해 1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84%는 무상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단계인 부지 매입 단계부터 잡음이 발생했다. 영진위에서 예산상의 문제로 매입대금 중 일부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20년 동안 분할납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분할 납부도 문제지만 영진위에서 계산한 부지 매입가격도 논란거리다. 영진위는 매입대금으로 해당 부지 공시지가의 2배 정도로 환산해 최대 175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해당 부지의 현재 공시지가는 인근 토지의 공시지가 수준에 그친다. 군민들은 부지가 관광유원지라는 점에서 공시지가의 최소 5배 정도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부지를 매각한다고 해도 토지기반시설이 완료된 상태의 부지라는 점이 반영된 정상적인 감정이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군민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예상 운영 수입 및 지출 부분’이다. 해당 부지에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나온 5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주민지원금이 투입됐는데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는 주민의 반발을 잠재울 만한 대안 없이 오히려 사업 자체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부산촬영소는 대전 큐브스튜디오 대관 기준으로 실내 스튜디오 3개동의 연간 대관료 13억 7000만 원, 야외세트장 연간 대관료 1억 30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예상된다. 총수입이 15억 원에 그치는 셈이다. 여기에다 지출로 11명의 용역직원 인건비, 전기요금, 운영비 등에 연간 8억 원 정도가 발생한다. 이를 근거로 7억 원 정도의 가용 예산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20년간 분할납부도 믿을 수 없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금을 제대로 된 수익사업도 없는 영진위에서 매년 10억 원 이상의 대금을 어떻게 지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영진위는 이와 관련 “부산촬영소 운영수익으로 20년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가용 예산이 매년 7억 원 정도에 그치는 상황에서 현실성 없는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지역 주민들은 발끈했다. 기장군민 A 씨는 “고용 인력 11명에 예상 수입이 월 15억도 아닌 연간 15억짜리 사업에 조성비가 1000억에 달하는 부지를 제공한다니 말이 안 나온다”며 “‘빛 좋은 개살구’인 촬영소 사업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민 B 씨는 “부산시와 영진위는 더 이상 희망고문하지 말라”며 “ 부산촬영소 건립을 추진하려면 시에서 부지를 매입하든지, 영진위에서 하든지 간에 전체 부지를 정상적인 가격으로 매입한 뒤에 지어라”고 주장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