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주민 배제한 행정은 부당, 허가 취소될 때까지 싸울 것”…시 “대화에 성실히 임할 것”
탄현동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의 철회를 목표로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지역 정가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배제했다며 불투명한 행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중이다. 이로 인해 고양시와 GS건설(마그나PFV)은 졸속 행정과 주민 소통 부족이라는 책임론에 휘말리고 있는 모양새다.
덕이동 데이터센터는 연면적 1만 6945㎡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추진돼왔다. 시공사 GS건설이 대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마그나 PFV(마그나) 시행사를 통해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는 인근 주거 밀집 지역과의 거리가 불과 50m에 불과해 생활환경에 대한 우려가 컸으며, 주민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이에 고양시는 지난 8월 주민들과의 상생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데이터센터 착공 신고를 반려했다. 하지만 마그나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며, 10월 25일 행정심판위원회는 고양시의 반려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에 따라 고양시는 10월 29일 데이터센터 착공을 최종 승인했다.
착공 허가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은 계속 이어졌다. 비대위는 건축 허가의 원천 철회를 목표로 행정심판을 청구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비대위는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철저히 배제되었으며, 행정 절차가 심각하게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10월 7일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건축 허가 취소와 집행 정지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비대위 참여단지와 인근 종교단체의 뜻이 담긴 6000여 건의 탄원서와 1만 4500여 명의 반대 서명을 함께 제출했다. 이어 11월 18일 행심위에 추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심리기일은 11월 25일로 예정돼 있다.
이기영 탄현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 과정에서 심각한 행정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건축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청회조차 개최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 모르게 허가가 진행되었다"며 "이러한 절차적 문제로 인해 주민들에게 정신적·물질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건축법뿐 아니라 관련된 다른 법률 조항들을 명시한 의견서를 제출하며, 고양시가 주장하는 적법한 절차라는 틀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부의 영향력이 없다면, 이 사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탄중덕이일산 주민대책위'(위원장 이정환)는 11월 11일부터 매일 저녁 공사 예정지에서 촛불 집회를 열며 건립 반대를 외치고 있다. 주민들은 전자파 안전성 검증과 건축 허가 과정의 특혜성 조사를 요구하며,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예고했다. 이정환 위원장은 "전자파가 안전하다는 명확한 보장이 없다면 공사를 온몸으로 저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국회의원은 11월 11일 이동환 고양시장을 만나 주민 5000명의 서명을 담은 청원서를 전달하며, 데이터센터 건립의 직권 취소를 요청했다. 김 의원은 "주민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된 사업은 용납할 수 없다"며 데이터센터 건립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학교·주거 밀집지역에서 기피 시설을 설치할 경우, 주민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라며 "고양시가 주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데이터센터 건립 철회를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사업 시공사인 GS건설에 대해서 "주민 민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오랜 기간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반대의견을 나타내는 주민들을 고발조치 하는 등, 주민들과의 갈등을 키우며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해왔다"고 비판했다.
사업 시행사인 마그나는 10월 31일 사업부지 인근 주유소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주유소에서 개최된 점이나 착공허가 이틀 만에 급히 열렸다는 점에서 부적절함을 지적하며,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강행하려는 태도에 불만을 표명했다.
GS건설 관계자는 "덕이동 데이터센터 사업은 모든 법규와 절차를 준수해 고양시로부터 승인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며 "주민 반대 민원이 제기된 이후, 고양시 주관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려 했으나,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시행사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이후에도 민원인 대표자와의 대화를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거부당하고 있다"며 "당사는 여전히 민원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착공 허가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주민 의견을 반영해 건축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진행하는 등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위가 착공 허가에 대해 제기한 행정심판과 관련해 10월 25일 반박 자료를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앞으로 주민들과의 대화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데이터센터 건립은 직·간접적 고용 창출 및 세수확보와 같은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주요 프로젝트로 평가되지만, 덕이동 데이터센터의 경우 주민들과의 소통 부재와 절차적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주민과 사업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 회복이 걸린 중요한 사안으로 25일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GS건설, 마그나PFV, 고양시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식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