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쪽에선 ‘청와대 주치의’로 유명”
간판도 없는 김 아무개 원장의 비밀스런 클리닉처럼 김 원장 역시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일례로 전문의라면 당연히 공개되었어야 할 학력 등 구체적인 이력에 대해서도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김 원장이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고 내과 전문의라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다. 그러나 국내 유명 피부과 및 성형외과 전문의 복수에 따르면 김 원장은 충청도 소재 국립대 의과대학에 재학할 당시 내과를 전공했으나 내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후 김 원장은 캐나다 연수 중 만난 현지 의사와 친해지게 됐는데 이 때 그에게 보톡스 시술을 처음으로 배웠다는 후문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오 아무개 씨는 “김 원장의 동기들에 따르면 그는 전문의가 아닌 일개 의사 ‘GP’(General Practitioner)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를 ‘GP 껍떼기’로 부르는 이들도 많다. 전문의가 아니면서 말로 사람을 현혹시켜서 손님몰이를 한 김 원장을 업계에서 곱게 볼 리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오 씨 이외에도 피부과, 성형외과 전문의 상당수가 김 원장에 대해 ‘허풍쟁이’, ‘가짜 전문의’ 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내비췄다.
이들의 주장대로 김 원장은 실제로 실력 없는 사기꾼에 불과한 인물일까. 10년 전 김 원장이 중랑구 면목동에서 ‘킴스의원’을 운영하던 시절을 따라가 봤다. 당시 김 원장은 보톡스 시술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킴스의원’이 내과 의원이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의원 내 위치한 작은 방에서 보톡스 시술이 행해졌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문만으로도 강북에 위치한 허름한 이 의원은 유명 연예인 및 정재계 사모님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김 원장의 명성을 전해 듣고 그에게 보톡스 시술을 과외 받으러 찾아온 피부과 전문의들도 상당수였다.
2005년도 초반 김 원장에게 보톡스 시술을 과외 받았다던 O 피부과 원장 이 아무개 씨는 “김 원장이 베일에 싸인 사람이란 건 맞다. 나조차도 그에게 1년 넘게 보톡스 과외를 받으면서도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었다”면서 “김 원장은 자신이 내과 전문의라고 주장했고 어느 학교 출신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씨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김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보톡스 시술을 가장 많이 해본 사람으로 분명 실력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에게 과외를 받은 또 다른 피부과 전문의 박 아무개 씨는 “보톡스는 병원마다 넣는 방식이 다른 데 김 원장의 경우 자신이 개발한 방법으로 넣었다. 굉장히 창의적이었고 효과도 뛰어나 홍콩, 태국 등 동남아 지역 피부과 전문의들 사이에선 김 원장이 상당히 유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킴스의원이 지금까지의 내과의원과는 운영방식이 전혀 달랐다고 회상했다. 의원 안쪽에 대기실을 따로 두어 보톡스 환자들을 받았고, 공개된 홀에선 내과환자들을 대기시켰다. 보톡스 환자만큼 내과환자도 많았는데 고혈압, 당뇨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특이한 사실은 김 원장은 내과환자들의 경우 모두 무료로 진료해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O 피부과 원장 이 아무개 씨는 “김 원장이 내과 환자로 온 동네 주부들에게 자신이 개발한 시술을 실험해봤는데 이게 잘 풀리면서 결국 입소문을 타고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허름한 건물에서 별다른 홍보 없이 보톡스를 하는 이색적인 모습이 손님들에게 일종의 신비감을 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04년이 되자 김 원장의 주가가 하늘로 치솟았다. 당시 TV에 등장하는 알 만한 연예인들의 상당수가 보톡스를 맞으려고 김 원장을 찾았다. 종국엔 까다로운 정재계 사모님들마저 끌어들였다.
정재계 사모님들에 대한 김 원장의 관심은 각별했다고 한다.
박 아무개 전문의는 “면목동 시절 김 원장은 연예인들을 일반손님과 거의 동일하게 대했지만 정재계 사모님들만큼은 비밀유지를 철저히 하며 보호했다. 때문에 최근 떠도는 ‘설’처럼 김 원장이 직접 ‘영부인과 친하다’는 말을 쉽게 떠벌렸을 거라곤 보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김윤옥 여사와는 오래전부터 일면식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정재계 사모님들 대부분이 피부과는 다른데 다녀도 보톡스 만큼은 김 원장한테 맞았으니까…”하고 말했다.
한편 취재하는 동안 만난 피부과 전문의들은 김 원장에 대해 “김 원장은 이곳 의사들 사이에서도 ‘청와대 주치의’로 유명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김 원장 스스로 그런 타이틀을 내세우며 자신을 홍보하려 했던 것 같다. 우리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김 원장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질투와 부러움을 갖고 그를 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