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일방적으로 하차당하는 일이 <해운대 연인들>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참고 또 참으며 지내왔습니다. <해운대 연인들>에 캐스팅이 된 뒤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부산을 찾아 사투리를 배우고 배역에 맞는 의상도 여러 벌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준비했는데 돌연 하차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고 더 이상 참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 한연노를 찾아가 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한연노가 함은정 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제 얘기도 같이 화제가 됐습니다. 지금 제 상황은 <해운대 연인들> 제작진이나 방송국이 아닌 한연노와 싸우는 상황에 내몰려 있습니다. 노조원인 나를 보호해줘야 하는 노조인데, 오히려 이번 일로 제가 노조와 맞서는 것처럼 돼 버린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조성규는 비교적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탤런트다. 그런데 자신이 <해운대 연인들> 출연이 불발당한 상황에서 <다섯손가락>에서 하차당한 함은정 문제에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노조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일이 커지니까 한연노 집행부에선 제가 노조에 정식으로 제 문제를 접수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언제부터 노조가 절차에 따라 정식으로 접수받은 일에만 움직였습니까. 찾아가서 제가 처한 상황을 얘기한 것만으로도 억울한 심정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함은정 노조원 문제가 더 절차를 벗어난 일입니다. 함은정은 <다섯손가락>에서 하차당한 다음 날 한연노에 가입했다고 합니다. 만약 비인기 연예인이 그런 일을 당한 다음날 노조에 가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면 ‘그건 노조에 가입하기 전에 생긴 일’이라고 말했을 지도 모릅니다. 함은정 노조원을 위해 노조가 나선 것을 뭐라 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음지에서 고생하는 동료 연기자들을 생각하면 그 모습이 씁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8년 한예조의 MBC 상대 파업 집회에 참가한 조성규. (사진 출처 : 조성규 홈페이지) |
“노조원으로서 당연히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보시디시피 조합원 모두가 하나가 됐습니다. 그때 제가 들고 있던 피켓 문구가 ‘어디에서 나타났다 빼앗기는 우리배역’이었습니다. 당시 한예조에선 가수들이 연이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기존 탤런트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부분도 크게 문제 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피켓이었는데 그걸 우연히 제가 들게 됐죠. 그땐 몇 년 뒤 제가 이런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어쩌다 가수는 우리 배역을 빼앗아 가는 존재라던 한연노가 20년 이상 탤런트로 살아온 저보다 가수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된 겁니까. 이젠 한연노가 가수의 편이 된 겁니까?”
조성규는 한연노에 대해선 자신 역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문제 제기로 인해 한연노가 이미지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부분은 깊은 유감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연노가 가는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만큼 잘못된 부분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진정한 한연노에 대한 애정 표현이라고 조성규는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