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극본 최희라/연출 권석장 이윤정) 16회에선 종합병원의 ‘고가 진료비’를 다뤘는데 이번엔 병원에 어느 정도의 ‘면죄부’를 줬다. 그렇다고 비싼 진료비가 병원 탓이 아니라는 전면적인 면죄부는 아니다. 더 큰 공격 대상인 의료보험체계에 대한 비판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은 비싼 진료비의 실태를 보여주기 위해 의식저하 환자를 응급실에 등장시킨다. CT 등의 검사를 통해 별다른 이상이 드러나지 않자 응급실에선 신경과에 환자를 의뢰하고 신경과 레지던트는 뇌경색의 의심된다며 MRI를 찍자는 의견을 밝힌다.
MRI는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검사인만큼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민우(이선균 분)는 한방병원에서 수백 명의 뇌경색 환자를 관찰한 임상 소견상 뇌경색이 아니라며 MRI 검사에 반대한다. 결국 최인혁 교수(이성민 분)까지 데려와 환자를 보게 하지만 그 역시 MRI를 찍는 게 맞다고 답변한다. 최인혁이 “보호자가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원인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라며 비록 고가의 검사지만 MRI를 찍는 게 적장한 판단이라고 밝힌 것.
결국 환자의 의식저하는 암으로 사망한 친구에게 얻은 암 환자 전용 초강력 진통제 패치를 덩에 여러 게 붙이고 있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외상환자로 입원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인 ‘탑투토’(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찰하는 것) 과정에서 진통제 패치가 발견된 것.
어찌 보면 의사들이 무책임하게 MRI 등 고가의 검사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드라마 <골든타임>은 최인혁 교수까지 등장시켜 이를 ‘원인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정의 내렸다. 물론 이런 기존 의사들과 달리 환자와 보호자의 편에 선 인턴 민우가 MRI와 같은 고가 검사를 막아낸 영웅처럼 보이지만 ‘탑투토’ 과정에서 병의 원인을 밝혀낸 것 역시 의사였다. 결국 MRI 검사나 탑투토 등 의사들이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으로 병원에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것.
이 과정에서 해운대 세중병원은 복지부에서 긴급 조사를 나온다는 소식을 전달 받는다. 대책 회의에서 오광철 병원장(박영지 분)은 “다른 건 문제될 게 없고 본인부담금 과다징수가 있는 지가 문제”라며 “웬만하면 보험급여 지급되는 치료를 위주로 하라”고 지시한다. 이에 각 과 과장들은 반발한다. 우선 황세헌 정형외과 과장(이기영 분)이 “보험 기준대로 하고 싶지만 신약이 식약청에서 허가 나고 정상적으로 보험처리 될 때까지 좀 늦는다고요”라며 “그 안에서만 치료한다는 거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김민준 일반외과 과장(엄효섭 분)은 항암제를 예로 들며 “1~2년 걸려 약효 입증되고 검사 통과하고 법령 바꾸고 그렇게 지체되는 시간 동안에 죽어가는 환자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고 주치의는 환자를 볼 수만은 없고”라며 “아직 보험처리는 안 되지만 외국 논문 보면 약효 입증돼서 이미 시판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사용되는 신약 항암제가 많다”고 토로한다.
그렇지만 병원장과 원무과장은 본인부담금 과다징수가 적발되면 병원이 업무 정지나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의 추징금을 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김 과장은 “내 가족이 아픈 데 신약이 나왔다는 데 보험심사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사용 안하실 겁니까?”라고 반문하며 “본인이 부담해서라도 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요”라고 말한다. 또 나병국 응급의학과 과장(정규수 분)이 “폐 손색이 안 된 신생아들에게 계면활성제를 안 쓰겠다는 부모는 없습니다. 또 그걸 안 쓰겠다는 의사도 몇 없을 거고요”라고 한탄하자 병원장은 “그건 추징금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병원이 추징금을 각오하면서까지 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의료보험체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한 채 환자 진료에 방해만 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후반부에선 원무과장이 최인혁 교수에게 환자를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원무과장은 “우리 병원에 곧 복지부에서 감사 나오는 거 아시죠. 거기에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 다섯 명은 따라오는 데 그 분들이 실제 실사를 하는 거예요. 환자가 심평원 실세 중에 실세라네요. 잘 치료해주면 우리 병원도 크게 덕이 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병원과 의료보험 제도의 현실이 <골든타임>을 통해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