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사기 몰랐다”는 남현희, 포렌식 조사로 진실 밝힐까

11억 고소 사기 사건 공범 지목되며 경찰에 휴대전화·노트북 PC 임의 제출

[일요신문] 피해금액이 수십억 원으로 불어난 전청조 씨(27·구속)의 사기 행각에 공범으로 지목된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42)가 의혹을 거듭 부인한 가운데 경찰이 추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씨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만큼 남 씨의 공범 의혹을 신속히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청조 씨의 사기 공범 혐의를 받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가 11월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경찰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앞서 지난 11월 10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피해자 23명으로부터 투자금 등을 명목으로 29억 원 상당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전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또 성남 중원경찰서도 이보다 앞선 11월 9일 남 씨 어머니 집을 찾아가 남 씨와 이야기를 하게 해달라며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혐의(스토킹처벌법), 남 씨 조카를 골프채로 때린 혐의(아동학대) 등을 적용해 전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전 씨의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경찰은 그의 사기 공범으로 지목된 남 씨의 혐의 입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남현희 펜싱아카데미 수강생 부모가 "전 씨에게 11억 원이 넘는 사기를 당했다"며 고소하면서 남 씨를 공범으로 함께 고소한 데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지난 11월 6일 남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첫 조사를 마쳤다. 이어 11월 8일에는 남 씨와 전 씨를 함께 불러 고소인과 함께 삼자대면 형태의 대질 조사를 실시했다. 

전청조 씨는 자신의 사기 행각과 거짓말을 남현희 씨가 일부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남 씨는 "나도 전청조에게 속은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사진=채널A 뉴스화면 캡처

경찰은 남 씨가 전 씨의 사기 범죄를 사전에 인지했는지와 범행 관여 정도 등을 따져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10일 남 씨 휴대전화 2개와 노트북 PC 2대를 임의제출 형태로 제공받아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 씨는 이 사건의 고소인들과 마찬가지로 남 씨가 사기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 측은 지난 11월 8일 대질조사를 마치고 남 씨가 지난 3월부터 사기 범행과 관련한 자신의 거짓말을 인지하고 있었고 공모했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전 씨 측은 그러면서 남 씨의 대출금을 갚아주고 벤틀리 차량을 사주거나 카드값을 대신 내준 것, 남 씨의 딸과 어머니에게 매달 용돈을 준 것이 모두 사기로 취득한 금전적 이득에서 사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남 씨 측은 "나도 전청조에게 속은 사기 피해자"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남 씨의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전 씨가 피해자를 속여 받은 돈으로 벤틀리를 사주고 대출금을 갚아줬지만 당시 남 씨는 전 씨가 엄청난 부자라고 믿고 결혼까지 약속했었기에 돈의 출처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씨는 주로 물량 공세로 환심을 산 뒤 결혼 빙자로 돈을 뜯어내는 수법을 썼다"며 "이번 범행에선 남 감독을 숙주로 주변 부유한 피해자를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남 씨는 '사기 공모의 대가'로 지목된 벤틀리 차량과 명품 가방 등 전 씨로부터 선물 받은 금품 40여 점을 경찰에 임의제출한 상태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