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에 빠진 주민들 vs 해외 떠나는 특수협 주민대표들
지난 15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한강권역 하천기본계획 수립 및 하천시설대장 작성용역’을 위한 여주 주민설명회를 여주시 점동면사무소와 오학동사무소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하천기본계획은 하천을 적정하게 관리하고 주민친화적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10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지역주민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팔당호 주변 주민들이 환경부 정책을 비판하고, 한강유역환경청의 주민설명회를 보이콧 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주민대표 등 20여 명은 집단으로 해외 연수를 떠날 예정으로 있어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여주시 주민들은 설명회 거부 이유로 “여주시 구간 대부분이 현재보다 더욱 규제가 강화되는 변경안으로 나타났다”며 “직접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이 주민설명회에 대한 정보나 자료의 사전 공유나 준비 등 소통이 전혀 없는 일방적인 설명회”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여주시 구간 10곳 조정대상 지역 중 7곳의 친수구역이 ‘일반보전지구’, ‘특별보전지구’, ‘근린친수지구’ 등으로 변경되는 문건과 이 지역에 대한 여주시의 의견은 ‘근린친수지구’와 ‘친수거점지구’ 등으로 변경을 요구하는 문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환경부의 규제 정책 개선에 앞장서야 할 특수협에 참여하는 팔당유역 7개 시·군 주민 대표들이 오는 23일 영국과 스페인으로 7박 9일 일정으로 선진지 견학을 떠난다.
이들의 방문 일정은 영국 런던 습지센터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하수처리장, 카탈루냐 수자원연구소, 타구스강 수질정책협의회 등 공식 기관방문 외에 영국과 스페인의 수변환경과 수로 시설, 하천 관리 시찰을 통해 선진 상수원 유역 관리제도와 유역협의체 운영방안을 벤치마킹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선진지 견학 예산은 8천만원 가량으로, 특히 정부의 세수 부족에 따른 긴축 재정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집단 해외 연수가 시급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지난 9월에 작성된 '선진지 답사사업' 문건에도 "상황을 고려하여 여의치 않을 시 국내지역 연수로 전환"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이번처럼 설명회가 파행되는 상황에서는 해외 연수를 자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수협은 지난 2003년 11월 팔당상수원 갈등문제를 중재하기 위해 팔당호수질정책협의회로 발족한 뒤 2012년 2월 특수협으로 명칭을 바꾼 민관 거버넌스 형태의 법정단체다. 환경부와 경기도가 참여하고 있고, 팔당유역 7개 시·군(양평·가평·광주·여주·이천·남양주·용인)의 시장·군수, 의회 의장, 주민 대표 등도 참여한다.
특수협 참여 주민은 7개 시·군에서 주민대표와 실무위원 각각 1명씩 모두 14명이다. 일부 주민 대표가 현재의 상황에서 해외 견학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강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환경부의 중첩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팔당호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매진해야 할 주민 대표들이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해외 연수를 가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더해 과연 특수협이 팔당유역 주민들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마저 낳고 있다.
이에 대해 특수협 A정책국장은 “이번 해외 연수는 여주시 설명회 파행과 관계없이 올 초에 이미 계획됐던 것”이라면서 “이번 주민설명회와 관련하여 7개 시·군으로부터 반대의견이나 수정 보완할 내용을 취합하여 해당 시·군과 함께 한강유역청 항의 방문 등을 통해 협의를 이끌어 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 B씨는 “상당수 주민들은 그동안 환경부의 중첩된 규제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이번 한강권역 하천기본계획이 또 다른 규제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주민 대표라는 사람들이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해외 일정을 잡은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