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국내에서 출원, 국내 배터리 3사와 모두 인연…“사업성 떨어져” 회의적 시각도
글로벌 기업정보 제공업체 오픈코퍼레이트닷컴(OpenCorporates.com)에 따르면 와트리는 2020년 5월 11일 설립됐다. 같은 해 9월에는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텍사스주립대는 와트리를 ‘대체 에너지 저장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소개하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와트리는 2020년 10월~2021년 9월, 총 7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 중 6건이 등록을 마쳤다. 발명인은 모두 김장우 씨다. 김 씨는 2021년 7월 유럽과 한국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두 특허 모두 공개 일자가 2023년이라 출원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셈이다.
키프리스에 발명인으로 소개된 김장우 씨는 10년 동안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개발해왔다.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 따르면 김 씨는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5월~2016년 12월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화공생명공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곧장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IBM으로 들어가 2020년 4월까지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이 같은 이력으로 미뤄보건대, 와트리가 곧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일단 정부의 이차전지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정부는 지난 4월 2030년까지 민·관 협력으로 최대 20조 원을 함께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차세대 전지 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중 와트리가 특허를 낸 전고체 전지가 유망 이차전지로 포함됐다.
국내 이차전지 3사는 전고체 전지 시제품 생산 공장을 국내에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2027년, SK온은 2028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을 상용화 시점으로 예정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세계 최초로 차량용 전고체 전지 양산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와트리는 이차전지 3사와 모두 인연이 있다. 와트리 주요 주주인 김대기 비서실장은 2015~2018년 SK이노베이션에서 사외이사를 맡은 이력이 있다. 또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고등학교·대학교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권 부회장이 지난 22일 용퇴를 결정했지만, 44년 동안 LG그룹에 몸담은 그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용퇴 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우 씨는 2012년 3~6월 LG화학에서 이차전지와 관련해 인턴사원으로 일한 바 있다. 권영수 부회장은 같은 해 1월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이 경력은 현재 김 씨의 링크드인 프로필에서 삭제돼 확인할 수 없다. 김 씨는 코넬대 재학 당시 주용락 삼성SDI 부사장과 사제관계였다. 주 부사장은 2001년 코넬대 화학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지난해에는 코넬대에서 공과대학 부학장으로 지내기도 지냈다. 주용락 부사장은 지난 7월 선임됐다. 김장우 씨의 박사논문에 따르면 주 부사장은 김 씨의 박사연구를 꾸준히 지원했다.
다만 와트리가 특허를 활용해 직접 사업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3개 국가에서 총 10개의 특허 출원 사실이 공개되는 동안 와트리의 실적 관련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오픈코퍼레이트닷컴에서 기업의 상태가 ‘Active’에서 ‘In Existence’로 바뀌었다. ‘Active’는 기업 활동이 활발하다는 의미이며, ‘In Existence’는 기업이 이름만 남겨두고 별다른 활동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특허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차전지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와트리가 출원한 특허에 대해 “‘산소 혹은 황’을 함유한 ‘반응성 가스(특허에는 비불활성 가스로 표현)’를 주입하여 전극 및 전해질 계면에 ‘의도된 계면층’을 형성하는 것이 전고체 전지 상용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의 특허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액체전해질을 쓰는 통상적인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전해질 첨가제가 액상 혹은 기상으로 제공되는 데 비해, 첨가제를 기상으로 넣어보겠다는 것인데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신규성에 의문이 있다. 다수 기업이 연구하는 전고체 전지의 근원적 문제와 무관하기 때문에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특허 자체가 사업성이 떨어지는 터라 국내에서 단독으로 사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대신 특허가 등록까지 마치면 이 특허를 팔거나 사용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남길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