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난조 교체 시점에 구원투수들은 ‘줄부상’
▲ 강신호 전경련 회장 | ||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전경련 회장)은 최근 이런저런 일로 인해 쓰린 속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 차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가 얼마 전 동아제약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서자 지난 2004년에 벌어졌던 부자간 지분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부인 박 아무개 씨가 낸 황혼이혼 소송 문제도 강 회장의 주름살이 깊어지는 요인이다. 강 회장의 이 같은 신변 문제는 ‘전경련 위상이 약해졌다’는 재계의 시각과 맞물려 ‘강 회장이 전경련 위상 강화에 전력을 다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비토론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선 그동안 강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에 집착해왔다고 볼 수는 없으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럭저럭 전경련을 잘 꾸려왔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강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던 회장단과 재계 인사들 사이에 ‘보다 강한 전경련 회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구속수감 사태와 이건희 회장 총수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전경련은 정부와 정치권에 선처를 호소했지만 별다른 효험을 보지 못했다. 지난 70~ 90년대 사이 전경련이 정부의 파트너로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과 대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광복절 특사 범위도 강 회장의 입지를 흔들 요인으로 지적받는다. 전경련은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일부 재계 인사들에 대한 사면과 선처를 정부 측에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결과는 광복절이 돼야 알 수 있겠지만 이미 정치권에선 사면과 관련해 ‘전경련이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두산 총수일가 박용성-박용만 형제에 대한 전경련의 사면 요청에 대해 정부 측은 ‘286억 원 횡령죄를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는 명분으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석으로 석방된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지난해 8월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1년 간 입원 중인 김우중 전 대우 회장에 대한 선처 호소에도 정부 측이 ‘검찰과 사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SK글로벌 분식회계 혐의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 또한 이번 광복절 사면의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언이다.
▲ 재벌 총수들 | ||
그러나 상황이 간단치만은 않다. 재계 1위 이건희 삼성 회장은 검찰 소환설이 나돌고 있는 터라 쉽사리 나설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정몽구 회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LG를 제치고 3위 재벌에 올라선 SK 최태원 회장은 나이도 나이려니와 중국 진출에 열을 올리는 터라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4위 LG의 구본무 회장은 DJ 정부 시절 빅딜을 통해 반도체사업을 잃은 후 의도적으로 전경련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다.
4대 재벌총수들의 전경련 회장직 수락이 어려운 상황이라 10대 재벌 안에서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를 찾아야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마저도 간단치 않다. 공기업과 민영화된 공기업을 제외한 기준으로 5위 재벌인 롯데의 신격호 회장은 1년 중 6개월을 일본에서 보낸다. 6위 GS의 허창수 회장은 GS가 LG로부터 분리된 지 얼마 안된 상태라 그룹 경영 안정에 주력하려 하고 있다. 7위 한진의 조양호 회장은 선친 유산을 둘러싼 형제간 갈등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8위 금호아시아나의 박삼구 회장은 정·재계에 인맥이 두텁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전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시비’와 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일부 기업들의 눈초리가 부정적 정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9위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은 대한축구협회장직을 맡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10위 한화의 김승연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더불어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대한생명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이면계약 논란 때문에 예금보험공사와 국제중재 신경전 등 아직도 대형인수합병 뒤치다꺼리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직전까지 10위권에 있던 두산의 박용성-박용만 총수형제에 대해선 ‘횡령죄’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남아있어 쉽지 않다.
일각에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거론되지만 이들의 기업이 모두 20위권 밖에 있다는 점에서 ‘전경련 위상 강화’란 명분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예상할 수 있다. 지난 70년대 말에서 80년대 말까지 전경련을 이끌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이후 차례대로 전경련 회장직을 맡았던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