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 외형 확장 주력 탓 본업 뒷전 우려…대원제약 “의약품 사업 여전히 집중해서 노력”
대원제약의 의약품 품질 관련 이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만 세 번째다. 첫 번째는 지난 5월 ‘콜대원키즈펜시럽’으로 상분리(물과 기름처럼 두 물질이 섞이지 않고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해 식약처가 제품 회수를 권고했다. 두 번째는 지난 10월 대원제약이 위탁 생산을 맡고 있는 동국제약의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탄젯정’에 다른 약품이 혼입되는 사고였다. 고지혈증 치료제 대신 에스오메프라졸 성분의 위장약이 포장 안에 들어있는 것을 일선 약사가 발견하고 신고했다.
공교롭게도 사고 3건은 모두 대원제약 오너 3세 백인환 경영총괄 사장이 취임한 이후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백인환 사장 취임 이후 대원제약은 외형 확대를 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고,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에 본업인 의약품 생산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58년 설립된 의약품 제조업체인 대원제약은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을 제조‧판매하며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 백부현 창업주의 장남 백승호 회장과 차남 백승열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올해 초 백승호 회장의 장남인 백인환 사장이 경영총괄 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백인환 사장은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해 마케팅본부장 시절 짜먹는 감기약 콘셉트의 ‘콜대원’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경영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후 본업인 의약품 외에 건강기능식품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2025년 매출 1조 원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원제약은 대원제약을 포함한 DKS컨소시엄이 에스디생명공학 인수를 위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주식은 총 8000만 주로 400억 원에 취득한다. 취득 후 DKS컨소시엄의 지분율은 65.3%로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대원제약 측은 “경영권 참여와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해 에스디생명과학 주식을 취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마스크팩 전문기업으로 대원제약이 화장품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21년 5월 대원제약은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 기업 극동에치팜을 인수해 ‘대원헬스케어’로 사명을 변경, 운영하고 있다.
대원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1.4% 성장했고 매출은 4789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본격 백인환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상반기 매출 2571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전체 매출은 창립 이래 처음 5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대원제약이 사업다각화를 통해 몸집 불리기를 하는 동안 본업인 의약품 제조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식약처는 상분리 현상이 확인된 어린이 해열제 ‘콜대원키즈펜시럽’을 제조한 대원제약에 자발적 회수를 권고하고 제조‧판매를 잠정 중지하도록 조치했다. 식약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콜대원키즈펜시럽의 가루와 액체가 분리되는 상분리 현상이 나타난다는 정보를 인지하고 조사를 벌였다. 영유아의 경우 몸무게에 따라 해열제 복용량이 달라지는데 한 포를 전부 먹지 않는 경우 상분리 현상이 발생한 제품을 먹으면 적정 용량보다 많은 약 성분이 투여될 수 있어 문제가 됐다. 이후 대원제약은 첨가제 분량 등을 변경해 상분리 형상을 해결, 제조‧판매중지는 해제됐다. 그러나 한동안 소비자들의 불안은 계속됐다.
논란이 채 가시기 전인 10월 대원제약이 위탁 생산 중인 동국제약의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탄젯정’에 위장약 제품이 들어 있다는 신고가 식약처에 접수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대원제약이 경기도 화성 향남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제품으로 이후 동국제약이 제품을 회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건은 포장작업 시 기준서 미준수에 따라 발생한 사항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23일 대원제약의 지사제 ‘포타겔 현탁액’에서 기준치를 넘는 미생물이 검출돼 식약처가 회수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형적 성장을 위해 사업다각화는 기업에 필요한 작업이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을 다루는 회사에서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7월 의약품 제품 혼입사고 관련 성명서에서 “약을 잘못 복용해 발생한 피해를 원상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제약업계는 혼입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철저한 품질관리에 나서야 하고 식약처도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히는 것과 함께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 매뉴얼 점검 및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오유경 식약처장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유독 포 형태로 된 감기약이 문제가 많았다”며 “식약처가 선제적으로 전수조사 등을 하면서 업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올해 포 포장 제품에서 다수 이슈가 발생해 3분기 의약품 분야 기획 합동감시를 통해 30품목에 대한 수거‧검사를 실시했다”며 “시험 결과 포타겔현탁액에 대해 부적합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약사법령에 따른 위반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행정처분을 실시하는 한편, 문제 발생 제품에 대해 회수‧폐기토록 조치하고 있다”며 “위반사항 및 회수 사유에 대한 원인분석 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제출하도록 하는 등 사후조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원제약 측은 공교롭게 백인환 사장 취임 후 사고가 발생한 것일 뿐 사업다각화와 의약품 품질 관련 문제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다각화 자체는 여러 가지를 심도 있게 고려해 결정한 것이고 시기가 겹쳐진 것일 뿐 의약품 사업에 여전히 집중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포타겔현탁액 관련) 식약처 조사 등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는 말하기 어려우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