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위권 그룹이 ‘꼼수경영’ 뭡니까
▲ 정상영 명예회장 |
‘경영상의 이유’도 들고 있지만 KCC가 적자를 내는 회사가 아닌 데다 현금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 위기에 몰린 회사도 정리해고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실시하는 게 보통이다. 하물며 이익을 내고 현금이 많은 회사에서 해고를 주기적으로 해왔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KCC 내부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KCC측은 “현재 인력 감축 계획이 없다”며 부인하지만 노동계에 따르면 KCC는 앞으로도 희망퇴직·정리해고 등의 방식으로 2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대개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무직이라고 한다. 노조에 가입돼 있는 현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KCC 사무직들은 대부분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다. KCC 한 직원은 “사무직이 노조에 가입하거나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면 지방 발령을 내는 식으로 와해시킨다”고 전했다.
▲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KCC 본사 건물.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KCC 측은 경기 침체와 경영 위기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KCC그룹 전체는 물론 40명을 해고 통보한 (주)KCC의 경우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매년 수천억 원을 달성하는 회사다. KCC는 또 지난해 말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에버랜드 지분 17%를 7739억 원에 매입한 바 있으며 올 초에는 보유하고 있던 현대중공업 지분 3.27%(249만 주)를 매각, 6972억 원의 현금을 챙겼다. 유동성과 현금창출력이 풍부하다는 증거다. 경영지표상으로 인력을 인위적으로 감축할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앞서의 전직 직원은 “고과를 C 이상은 받아야 안전하다”며 “경영진 쪽 사람이 밥 한 번 먹자고 해 먹었는데 한 달 후 인사발령이 났다”고 전했다. 또 “사원·대리는 4개월치, 과장급은 6개월치, 부장급은 10개월치 월급을 주고 내보냈다”며 “3개월치만 주던 사원·대리에게 지난 7월에는 1개월치 월급을 더 줬다”고 덧붙였다.
경영실패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KCC는 태양광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으나 세계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고 결국 폴리실리콘 사업 투자를 보류했다.
KCC노조 관계자는 “정리해고된 사람들이 노동조합원이 아니기에 우리로서도 딱히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다”며 “다만 노조 유인물 등을 통해 회사의 행동을 계속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된 전 직원은 “KCC 내에서는 사무직은 노조 가입이나 노조 결성을 못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털어놨다. 명색이 재계 30위권에 올라 있는 KCC의 현 주소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