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점유율 하락 CJ대한통운 해외 물류 인프라 투자 확대…한진·롯데도 뛰어들어
#CJ대한통운 ‘북미 물류센터’ 추진
CJ대한통운은 최근 인천 자유무역지역에 위치한 글로벌 권역 물류센터(GDC)에 오토스토어를 비롯해 첨단 설비들을 도입해 취급물량을 1.5배가량 늘렸다. GDC란 대륙 단위로 재고를 관리하며 포장, 통관 등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센터다. 거점 물류센터에 미리 재고를 쌓아놓기 때문에 배송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CJ대한통운은 미국의 아이허브와 협력해 GDC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허브 본사에서 주문을 받아도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배송은 대한통운의 인천 GDC센터에서 담당하기에 배송기간이 긴 직구·역직구의 문제점을 보완한다. CJ대한통운은 미국에도 물류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의 해외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최대 6000억 원이 ‘북미 물류센터’ 건설을 위해 집행됐다. 국내 역직구 플랫폼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이 북미 물류센터에 입고되어 있는 한국 상품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중동에도 물류 거점 마련에 나섰다. CJ대한통운은 11월 중순 사우디아라비아 '네스마(NESMA)' 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J대한통운은 킹칼리드국제공항 내 리야드 통합물류특구에 아이허브의 중동지역 국제 배송을 전담할 GDC를 조성 중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중동의 항만 성장률이 전세계에서 제일 높다. 이커머스 역시 급격히 팽창 중이기 때문에 아랍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물류 파트너로 대한통운이 참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며 “국내 시장이 너무 포화됐기 때문에 해외의 핵심 지역들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온라인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의 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저가 전략으로 국내 업체들과 경쟁 중인 알리는 12월 6일 국내에 물류센터 구축을 고려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배송 기간 단축으로 물동량이 늘어날 경우 알리 상품의 국내 배송을 도맡고 있는 CJ대한통운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해운사들과 연달아 업무협약을 체결한 점도 글로벌 물류 사업에서 운임비를 절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에는 SM상선, 남성해운과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는 동영해운, 글로벌 선사인 대만의 에버그린, 일본의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와 업무협약을 맺어 주목받았다.
전준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CJ대한통운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워딩(운송대행) 운임 하락으로 아직 CJ대한통운의 글로벌 사업 성적은 시원찮다는 평가다. CJ대한통운의 3분기 글로벌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5%, 44.6% 줄었다. 그러나 원가효율성 개선과 해외직구와 초국경 택배 물량 확대 등에 힘입어 전체 영업이익은 15.9% 늘어난 1248억 원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전체적으로는 홈쇼핑사 물량을 줄이고 이커머스 사업자들 물량을 늘리면서 소형택배 비중이 올라 이익률이 높아졌다.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직구 물량 처리도 한몫했다”며 “다만 글로벌 사업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 중국과 동남아 현지에서의 물류 사업은 잘 안 돼 철수하거나 축소했기 때문에 자리잡기 전까지는 안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 관계자는 “GDC가 완공되면 2~3주일 걸리던 해외 배송 기간이 2~3일로 크게 단축된다. 내년엔 사우디 GDC가 완공될 예정이며 인천 GDC와 동일하게 운영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해외 주문 건을 배송해드리는 초국경 택배 시장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진·롯데도 물류 인프라 강화
초국경 택배에 관심을 보이는 건 CJ대한통운뿐만은 아니다. 한진도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 한진의 인천공항 GDC 물동량은 월 40만 건 수준이었으나 최근 중국 이커머스 기업 물량을 대량으로 유치하며 내년에는 월 220만 건까지 처리 능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인천과 홍콩에서 GDC를 운영 중이던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부산항과 싱가포르에 GDC를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택배업체들이 이처럼 해외에서의 활로 개척에 나서는 데에는 쿠팡이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 이미 물류센터를 촘촘히 깔아둔 쿠팡이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택배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2020년 50.1%에서 올해 3분기 34%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쿠팡이 '로켓그로스'를 확대하는 등 국내 이커머스 물량을 흡수하면서 경쟁 택배사들은 힘겨운 경쟁이 예고돼 있다.
이 때문에 택배업계 입장에서는 해외 직구 등 초국경 택배의 성장세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는 레드오션이지만 국제 물류는 개척하기 나름이다. 전산상 거래만 늘어난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상품을 국경 너머의 실제 소비자에게 도달케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앞다퉈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이미 대만에 진출해 있지만 당분간 추가로 해외 투자를 확충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업인 쿠팡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외에서 네트워크 역량을 발휘하려면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는 현지 유통망과 판매망을 갖춰야 하는데 당장 역량을 갖추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구교훈 회장은 “대한통운은 해외에서 오랜 기간 축적해놓은 CJ그룹의 네트워크와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