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문화원과 직원 인사 갈등으로 불협화음 노출
민속예술제 출품작 ‘가평회닫이’ 재연 장소 변경
지난 10월 31일, 가평군 복장리청평양수발전소 운동장에서는 '가평회다지' 재연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가평문화원이 제25회 경기도민속예술제 출품을 위해 재연하는 자리로 38명의 경연자를 포함해 서태원 가평군수, 경기도문화원 연합회장, 그리고 심사위원과 주민을 포함해 약 100여 명이 함께했다.
그런데 이날 진행된 재연행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문화원이 재연행사 장소로 청평양수발전소 운동장을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 말들이 나온 것이다. '가평회다지'는 가평군의 전통장례문화로 석회를 섞은 흙을 밟으며 망자의 한을 달래기 위한 구슬픈 소리를 읊는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문화원에서는 본래 작품 성격상 입체적 효과를 위해 산(山)에서 재현행사를 하기 위해 생활 체육공원 내에서 개최하려 했었다. 하지만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은 생활 체육공원 내에서 회다지 재연을 불허했다.
생활 체육공원 관리는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이하 시설공단)이다. 시설공단은 지난 9월 경 문화원의 생활 체육공원 사용 요청을 불허하는 결정을 했다. 하지만 문화원 관계자는 "시설관리공단이 처음부터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공단이 문화원의 공원 사용을 처음에는 승낙했으나, 가평군의 반대 결정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사용 불가’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문화원은 연습 기간과 대회 당일 포함해 총 5일 9시간 동안 공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공단 측에 요청했었다. 그러나 공단은 공원 일대의 소음과 잔디 훼손 등의 이유를 내세워 경기도 단위 문화행사를 불허한 것이다
시설공단의 불허 결정에 대해 문화원 관계자는 "가평군이 관내 고유 민속예술을 발굴해 사실적 고증을 통해 현장에서 재연 후 육성 및 보존을 위한 행사를 도와주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다."라고 아쉬움 섞인 표현을 했다.
그러나 시설공단 관계자는 "가평문화원이 시설 사용을 요청한 곳은 생활 체육공원으로 체육시설 이외에는 사용 허가를 해줄 수 없는 곳으로, 시설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아 불허 결정을 했다."라며 문화원 주장과 달리 정상적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다만, 불허 결정 이전에 "가평군 문화체육과와 상의 했다."라고 말한 점으로 비추어 볼 때 가평군의 적극적인 협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단위 문화행사 '나 몰라라?'
가평군의 전통문화 홀대론은 지난 7월 한석봉체육관에서 개최된 '제24회 석봉 한호 선생 전국 휘호 대회' 이후 처음 제기됐다.
'한호 선생 전국 휘호 대회'는 선생의 명필과 학덕을 기리며, 가평군이 문화와 예술의 고장임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가평군 주최, 가평문화원 주관으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가평군의회, 가평교육지원청 등이 후원을 맡았다. 그러나 가평군 주최로 치러진 이 날 행사에는 군 관계자 누구도 참석하지 않은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가평군 관내 인사로는 김종성 의원과 가평교육지원청 관계자 그리고 가평군노인회장만 참석했다. 멀리 제주도에서도 대회 참석을 위해 가평군을 찾아오는 등, 전국단위 서예대회였으나 가평군 관계자가 전무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전통문화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가평군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통문화 홀대론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통문화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새롭게 문화유산팀을 만드는 등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같은 가평군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가평군과 문화원의 불화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정용칠 가평문화원장 취임 후 두 기관 사이 알력이 발생했으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가평군이 정 원장 취임 후 태도를 돌변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지난 6월 단행한 문화원의 사무국장 인사 이후 둘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사업에 종사하는 주민 A 씨도 "최근 불거진 문제들은 (가평문화원)사무국장 인사 때문에 발생한 것 같다."라며 문화원 인사를 사건의 원인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역사회에서는 가평군과 문화원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두 기관의 불협화음이 전통문화 육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서태원 가평군수는 민선 8기 취임을 하며 '소통'을 강조했다. 지역의 현안들을 관의 시선이 아닌 민의 시선에서 바라보겠다는 선언도 했다. 그러나 가평군과 가평문화원의 불화설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서 군수가 주장하는 '소통'이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