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뢰…‘비상구’가 안 보여
▲ 쌍용건설 본사 사옥. 일요신문DB |
쌍용건설이 존폐 기로에 섰다. 그동안 실패해왔던 매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회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캠코가 전격적으로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꼬인 실타래가 풀리나 싶었지만, 쌍용건설의 자금난과 부실 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태가 어디로 튈지 지금으로선 종잡을 수 없는 형국이 됐다.
일단 캠코와 채권단은 쌍용건설에 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캠코는 이미 700억 원을 지원했고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나머지 1300억 원을 9월 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또 채권단 실사에 따라 추가 지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쌍용건설을 살리자는 데는 합의한 분위기기 때문에 지원을 철회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춰 쌍용건설은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제출했다. 구조조정안의 핵심은 인력 감축. 전무급 이상 임원이 모두 퇴진하는 것을 비롯해 임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직원 수도 연말까지 30%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상여금 200% 삭감, 소모성 경비 50% 절감, 사무실 면적 축소, 자산 매각 등이 포함돼 있다.
▲ 김석준 회장 |
재계 일각에서는 김석준 회장만 쏙 빠진 채 전무급 이상 임원이 모두 퇴진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모든 것에 대한 책임자는 결국 꼭짓점인 김석준 회장이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측이 주장하는 김 회장의 ‘해외수주 영향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 한 명 없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오던 해외 수주가 갑자기 뚝 끊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임원들은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쌍용건설노조는 그동안 믿어왔던 김석준 회장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사주 형태로 주식을 갖고 있는 직원들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지난 8월 김 회장이 법정관리를 알아본 것, 노조와 합의하겠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것, 이 두 가지가 직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 김 위원장 설명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법정관리는 부도를 막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다 나온 얘기고 구조조정안도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쌍용건설은 그동안 ‘김석준 회장 아니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캠코 측도 “직원들의 뜻을 받아들여 김 회장에게 경영권을 일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채권단이 본격적으로 자금 지원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쌍용건설 측은 김 회장 없이는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문제는 해외가 아니라 국내였다”며 “각자대표체제에서 김 회장은 해외 수주에만 신경 썼고 국내 사업은 사장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