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걸들, 포주 없이도 ‘온라인 직거래’
▲ 물물교환 사이트 ‘백페이지닷컴’에 게재된 여성들의 매춘 광고. |
<데일리비스트>가 뉴저지의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만난 23세의 금발 여대생은 그날도 방에서 예약된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때는 이른 오후였고, 그녀는 낮부터 저녁까지 세 명의 손님들과 약속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일하고 그녀가 버는 돈은 모두 2000달러(약 223만 원). 그녀는 “매춘부들은 모두 마약 중독자라고 생각들 할 것이다. 실제 이들은 마약을 하기도 한다. 또 포주를 두고 일하거나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거나 스트리퍼 출신인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지금까지의 매춘부들과는 사뭇 다르다. 대학생 신분이라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고객을 찾는 방법부터가 그렇다. 그녀는 주로 인터넷 물물교환 사이트인 ‘백페이지닷컴(Backpage.com)’에 직접 매춘 광고를 올려 고객을 모으며 포주 없이 독립적으로 일한다. 또한 매일같이 이 일에 매달려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일하고 싶은 날만 골라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고객도 자신의 입맛에 따라 마음대로 고른다. 가령 그녀는 ‘돈 많은 백인 남자’만 상대하겠다는 기준을 정해놓았으며, 간혹 고객이 무례하게 나올 경우에는 “당장 나가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이렇게 편하게(?) 일했던 것은 아니었다. 3년 전 처음 매매춘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만 해도 그녀는 ‘성노예’와 다를 바 없었다. 당시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그녀는 지금은 폐쇄된 또 다른 물물교환 사이트인 ‘크레이그스리스트’의 ‘에로틱 서비스’ 코너에 올라온 매춘 광고들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매주 2000달러 수입 보장’이라는 광고 문구대로라면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녀는 그렇게 이메일을 보내 지원을 했고, 에이전시를 통해 면접을 치른 후 곧바로 ‘백페이지’ 사이트의 에스코트 섹션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됐다.
그녀는 낮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쉬는 시간은커녕 밥을 먹을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방안에 앉아 있다가 포주가 전화를 걸어 ‘손님이 올라간다’고 말하면 손님을 받았다. 그리고 손님이 나가면 곧이어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일하고 그녀가 받는 돈은 화대의 절반인 시간당 100달러(약 11만 원)였다. 그녀는 “일은 매우 힘들었다. 평생 그렇게 많은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고 토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이자 그녀는 곧 생각이 바뀌었다. 굳이 에이전트가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에 그녀는 즉시 독립을 하기로 마음먹고 에이전트에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그리고는 그날부터 직접 ‘백페이지’에 광고를 올리고 호텔방도 알아서 예약했다. 화대도 시간당 300달러(약 33만 원)로 인상했다. 매일 열다섯 시간씩 일하던 근무 시간은 반나절로 줄이고, 한 달에 6~8일만 일했으며, 서비스 시간은 한 사람당 한 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줄였다. 또한 전문 사진작가를 고용해서 광고 사진을 근사하게 찍는 등 고객 확보에도 더욱 신경을 썼다.
그녀의 경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나이 어린 여성들이 쉽게 매매춘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데에는 인터넷 매춘 광고가 한몫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이처럼 일반 여성들이 매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령 20년 전인 1992년에는 개인적으로 성을 팔려면 직접 길거리로 나가 고객을 구하거나 아니면 지역 주간신문에 광고를 실어야 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목숨을 걸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후자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한 번 신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불편을 견뎌야 했다. 물론 당시에도 집창촌이나 마사지 업소 혹은 에스코트걸 에이전시가 존재했지만 평범한 나이 어린 여성들이 오늘날처럼 클릭 한 번으로, 그것도 포주 없이 직접 나서서 성을 판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베일러대학의 경제학자인 스콧 커닝햄은 길거리 매춘부들과 온라인 매춘부들의 차이점을 소개했다. “온라인 매춘부들은 길거리 매춘부들과 비교했을 때 고학력 여성들이 많다. 또 잠깐 일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이들 가운데는 유독 포주를 끼고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이 선호하는 매춘 여성들의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마른 체형의 여성들을 좋아했던 반면,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를 할 경우에는 탄탄한 몸매의 여성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밖에도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이뤄지면서 나타난 현상 가운데는 나이 어린 매춘부들이 증가했다는 점, 그리고 성매매 시장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졌다는 점도 있다.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매춘부의 길로 접어드는 여성의 수가 지금보다 적었고, 또 그만큼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성매매 시장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는 않았다.
컨설팅 회사인 AIM그룹에 따르면 현재 ‘백페이지’에 올라오는 에스코트 서비스 및 전신 마사지 광고는 매달 10만 건이며,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매년 2200만 달러(약 245억 원)에 달한다. 이는 이 사이트 전체 매출액의 80%를 차지하는 액수다.
매춘 광고가 붐을 이루자 이와 관련된 파생 사이트들도 생겨났다. 가령 매춘부들에 대한 후기를 작성하는 ‘에로틱 리뷰’의 경우 매달 25만 명이 방문하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사이트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몇몇 문제점들을 해소해주기 때문이다. 가령 이곳에서 후기를 읽고 성을 구매할 경우에는 경찰에 체포되거나 강도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런 매춘 광고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거센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미성년 성매매를 조장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매춘 광고의 선구자격이었던 ‘크레이그스리스트’의 ‘에로틱 섹션’은 이런 이유에서 지난 2010년 온갖 비난과 압력 끝에 폐쇄된 바 있다.
실제 ‘백페이지’의 경우에도 현재 암암리에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백페이지’를 통해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다가 체포된 사건은 미국 내 22개 주에서 보고된 바 있으며, 지난 3월에는 뉴욕시 검찰이 15세 소녀를 빈집에 감금하고 마약을 투입한 후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갱단을 기소하기도 했다. 이 갱단은 ‘백페이지’에 광고를 올려 손님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백페이지’에는 자의로 광고를 올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포주들이 강제 성매매를 목적으로 올리는 광고도 많으며,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수적으로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백페이지’의 광고를 차단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그렇게 할 경우 매춘부들이 다른 소규모 사이트로 옮겨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16세 때 2년 동안 포주에 의해 성을 팔다가 도망쳐 나온 한 여성은 “월마트에서는 어린이를 살 수 없다. 하지만 백페이지에서는 살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매춘 광고 자체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아동 인신매매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