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승 비결은 ‘긍정 마인드’
▲ 연합뉴스 |
# 슬럼프가 아니었는데…
영국에서 비가 막 내릴 때에도 ‘아, 비가 나랑 친해지려고 하는구나’ 이런 식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좋은 경기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신지애는 짧은 귀국시간 중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브리티시여자오픈 마지막 날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는 악조건에서 어떻게 9타차 우승을 일궈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는 홍미영 차장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홍 차장은 “경기를 직접 보신 분들은 다 알잖아요. 긴장은커녕 너무 여유있지 않았나요? 그게 지애예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지애는 경기 도중 해맑은 미소를 자주 보였다.
“지애가 제게 그렇게 말했어요. 언론이나 주변에서 자꾸 ‘부진 부진’ 해서 그렇지 자기는 결코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더 발전하는 과정이고,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 정도는 꼭 거쳐야 한다고요. 원체 속이 깊고, 성격이 차분해서 그런지 실제로 우승이 없다고 초조하거나,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았어요.”
따지고 보니 그렇다. 타이거 우즈도, 아니 역대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데뷔부터 은퇴까지 조금의 부침도 없이 줄곧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없었다. 아니, 정확히 따져보면 신지애의 지난 1년 10개월은 결코 ‘부진’이 아니었다. 2008년 사상 처음으로 비회원으로 3승을 거두며 미LPGA 카드를 땄고, 데뷔 첫 해에도 3승을 올리며 단숨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은퇴)와 쌍벽을 이루는 최고의 골퍼가 됐다. 2010년에도 2승을 거두며 세계 1위 자리를 제법 오래 유지했다. 2011년 우승이 없었지만 톱10 5회에, 상금랭킹 15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도 킹스밀대회 전까지 세계 13위, 상금 13위였다. 세계에서 13위가 슬럼프는 아닌 것이다. 그것도 5월 왼손바닥 수술로 두 달 가까이 투어를 중단하면서 그랬으니 말이다. 이런 신지애에게 ‘부진’, ‘슬럼프’, ‘벌써 내리막’ 등 갖가지 걱정을 가져다 붙였으니 오히려 우리네 인식이 좀 야박했던 게 아닌가 싶다.
▲ 목회자인 아버지 신제섭 씨(왼쪽)는 신지애에게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다. 임준선 기자 |
목사님(신제섭 씨) 얘기도 물었다. <일요신문>을 통해 자신의 광주민주화운동 경험 등 세세한 가족사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분인 만큼 이번 신지애의 쾌거에 아버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궁금했다.
“킹스밀 대회를 앞두고 지애가 아빠한테 미국으로 오셨으면 한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당장 달려가셨고요. 그런데 바로 우승한 거예요. 나 홀로 투어생활이 오래됐지만 아직도 자신에게 골프를 가르쳐준 아버지는 신 프로에게 큰 존재인 것이죠.”
말이 많지 않은 신제섭 씨는 딸의 우승을 본 후에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상승세를 탄 딸이 영국으로 건너가 4년 만의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에 도전하는 길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바로 신지애의 애틀랜타 집으로 향해 막내(아들)를 보러갔다.
신제섭 씨는 신지애를 확실히 독립시키고 있다. 신지애는 한국에 있을 때도 아버지 집보다는 서울대 물리학과에 다니는 여동생의 오피스텔에 머문다. 정상적이었다면 이미 대학을 졸업했을 나이의 성인인 까닭에 불필요한 간섭은 하지 않는다. 이번처럼 신지애가 필요로 할 때만 도움을 준다. 신지애 스스로 밝혔듯이 “주니어 때는 엄하기로 소문난 아버지”였지만 이제는 선산의 큰 나무처럼 떨어져서 딸을 돌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독서, 공부, 그리고…
신지애라면 책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신지애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댄 브라운, 윌리엄 폴 영 등의 작가를 좋아한다며 책 얘기만 나오면 수다를 떤 바 있다. “다음 인터뷰 하려면 제가 말한 책 읽고 오세요”라고 눙을 칠 정도였다.
홍 차장에 따르면 신지애는 여전히 책을 많이 읽는다. 아버지 신제섭 씨까지 책을 좋아해 책 좋아하는 부녀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심지어 홍 차장의 남편이 최근 팩션을 출간했는데 신지애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미스터리, 스릴러)”이라며 책이 나오기도 전에 원고를 다 읽고 추천사까지 써줬다고 한다.
이러니 신지애가 앞으로 책을 쓰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들이 많은 것이다. 2010년 신제섭 씨는 <파이널 퀸 신지애, 골프로 비상하다>는 책을 낸 바 있다. 이는 원래 성서연구를 하는 작가였던 아버지가 딸의 골프성장과정을 기록한 내용이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신지애의 책이 나올 법하다.
책 얘기가 나온 김에 공부 얘기도 물었다. 2009년 휴학했던 연세대 말이다.
“2년간 휴학했는데 올해 복학했어요. 부상으로 쉴 때, 그리고 틈틈이 리포트와 동영상 강의 등을 통해 최대한 학점을 따려고 해요. 원래 연세대가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학점 배려가 별로 없는 편인데, 김연아 사건이 터지면서 더 까다로워졌다고 하네요. 이번에 3일간의 짧은 귀국 일정 중에도 학교에는 모습을 드러냈어요.”
07학번이니 휴학이 없었다면 신지애는 2011년 초 졸업했을 텐데, 휴학 및 학점 펑크로 앞으로 1년 이상은 더 다녀야 한다고 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