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전 씨, 북플러스에 1.5억 피해 배상하라” 전 씨 측 “법령 위반 아닌 경영 판단” 항소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도요)는 지난 1월 12일 전 씨와 전 씨의 핵심측근인 김경수 씨가 각각 대표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는 북플러스에 1억 4840만 원 손해를 입혔다며 연대해서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경수 씨는 전 씨와 성균관대 경영학과 동기로 ‘전재국 오른팔’로 불린다. 전 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1월 24일 항소했다.
도서 도소매업체인 북플러스는 1998년 10월 설립됐다. 이 회사는 1500여 개 출판사로부터 도서 등을 공급받아 전국 360여 개 서점에 공급하는 도매업을 주로 한다.
전재국 씨는 2009년경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북플러스 최대주주였다. 전 씨는 총 발행주식 40만 주 가운데 25만 8000주를 보유했다. 지분율은 64.5%였다. 김경수 씨는 201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2만 3000주(지분율 5.75%)를 보유한 주주였다.
전 씨는 보유 주식 가운데 북플러스 전체 주식수의 51%에 해당하는 20만 4000주를 검찰에 압류 당했다. 아버지 전두환 씨의 미납 추징금 일부로 압류 당한 것이다. 전재국 씨에겐 5만 8000주(13.5%)만 남았다. 압류 당한 전 씨 주식(20만 4000주)은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절차를 통해 매각됐다.
2019년 5월 공매절차를 통해 유 아무개 씨가 전 씨 주식 전부를 6억 1511만 원에 낙찰 받았다. 그러면서 최대주주가 전 씨에서 유 씨로 바뀌었다.
이후 이 회사 발행주식은 유상증자를 통해 2019년 8월 8일 44만 주, 2020년 7월 25일 49만 주가 됐다. 이로 인해 202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유 씨는 49만 주 가운데 20만 3950주(41.62%)를, 전 씨는 8만 4000주(17.14%) 그리고 김 씨는 2만 3000주(4.69%)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유 씨는 지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전 씨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신 지분율을 높이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씨는 북플러스 설립 때부터 이사나 사내이사였다. 2014년 3월 사내이사에서 퇴임하고 기타비상무이사가 됐다. 2019년 10월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2022년 9월 13일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하지만 불과 나흘 후인 9월 17일 다시 대표이사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김경수 씨는 북플러스에서 2000년 5월부터 2005년 8월까지 감사, 2005년 8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이사 또는 사내이사였다. 특히 2006년 3월부터 2019년 9월까진 대표이사였다. 2021년 3월부터 현재까지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돼 있다. 김 씨는 북플러스 외에도 전재국 씨가 만든 7개 회사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비롯해 주주 형태로 관여했다.
김 씨는 지난 1월 초 일요신문과 만나 “(전재국 씨와) 5년 전 인연이 끊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류상으로 두 사람은 단단한 고리로 연결돼 있다. 전재국 씨와 관련된 (주)지엘코리아에선 2018년 7월부터, 대신문고에선 2023년 7월부터 각각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엘코리아는 경기도 파주시에서 도서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전재국 씨가 대표이사인 북플러스(지분율 14.72%)다. 대신문고는 경기도 평택역사에서 종로서적 평택점을 운영 중이다. 전재국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리브로는 평택점을 2009년부터 직접 운영하다가 2018년 대신문고에 넘겼다. 이후 대신문고는 같은 자리에서 2022년 말까지 리브로 평택점을, 2023년부턴 종로서적 평택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 씨의 또 다른 핵심측근인 권명학 씨는 2019년 9월부터 북플러스 대표이사였다. 그해 10월 22일부터 현재까진 전 씨와 함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권 씨는 김경수 씨와 함께 ‘전재국 재산관리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플러스에서 금전을 대여한 (주)케어플러스는 의료기기 대여와 판매를 목적으로 2006년 7월 설립됐다. 2019년 5월 기준으로 김경수 씨가 이 회사 총 발행주식 8만 주 가운데 1만 8400주(23%), 전재국 씨가 1만 1550주(14.44%), (주)시공사가 1만 9250주(24.06%)를 보유하고 있었다. 김 씨는 2008년 2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이 회사의 이사나 사내이사였다.
출판사 시공사 설립 즈음부터 전 씨는 시공사 총 발행주식 60만 주 가운데 30만 3189주(50.53%), 전재국 씨 누나이자 전두환 씨 장녀인 전효선 씨와 전두환 씨 셋째아들 전재만 씨 그리고 전재국 씨 부인 정도경 씨 등은 각각 3만 1914주(5.32%)를 보유했다. 실질적으로 전재국 씨 회사였다. 그러다 2018년 5월 보유주식을 (주)바이오스마트에 처분했다.
케어플러스는 2019년 9월 20일 주주총회의 해산결의를 거쳐 2019년 12월 19일 청산종결됐다.
그런데 북플러스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북플러스의 케어플러스에 대한 대여금(가지급금) 1억 4000만 원과 이자(미수수익) 840만 원 등 모두 1억 4840만 원은 2018년 회계연도에 북플러스의 회계장부 중 영업외비용 항목의 기타대손상각비로 처리됐다. 대손상각은 회수가 불가능한 자금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유 씨는 2022년 11월 2일 북플러스 대표이사 권명학 씨에게 ‘전재국‧김경수 씨는 북플러스로 하여금 케어플러스에 1억 7500만 원을 대여하게 하고 이 가운데 1억 4800만 원을 대손상각비로 처리함으로써 북플러스에 손해를 가했다’며 소명자료를 요청하는 통지서를 보냈다.
북플러스가 케어플러스에 금전을 대여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전재국 씨는 북플러스를 지배하고 있었다. 김경수 씨가 북플러스 대표이사였다.
이에 대해 권 씨는 2022년 11월 16일 유 씨에게 ‘북플러스와 케어플러스 주요주주가 같아 실질적으론 주주 동의를 받고 자금을 대여한 것이다. 2019년 1월경 케어플러스가 해산과 청산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회수가 불가능해 대손처리한 것이다. 따라서 배임 문제를 논할 수 없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이처럼 상반된 견해차를 보이자 유 씨는 전재국‧김경수 씨를 상대로 결국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북플러스 주주인 유 씨는 “피고들(전재국‧김경수)은 북플러스 임원직을 수행하면서 북플러스로 하여금 전 씨와 특수관계에 있는 케어플러스에 아무런 담보 없이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은 채 3억 원을 대여했다. 그 가운데 원금 1억 4000만 원과 이자 840만 원, 모두 1억 4840만 원을 대손상각비로 처리하게 했다. 이로 인해 북플러스는 1억 4840만 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 씨 측은 “피고들이 북플러스로 하여금 케어플러스에 자금을 대여하게 한 것엔 경영 판단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피고들의 행위를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전 씨 측은 케어플러스는 전 씨가 아닌 김 씨 회사라며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전 씨가 케어플러스 주요 주주였을 뿐 아니라 전 씨, 김 씨, 시공사의 케어플러스 지분율 합계가 50% 이상이라며 전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번 소송 1심 판결에서 “북플러스가 케어플러스에 3억 3000만 원을 대여하기 위해선 상법에 따라 이사회 결의를 받았어야 한다. 또한 주식회사 사이 거래임에도 변제기, 이자율 등을 명시한 계약서조차 작성되지 않았다. 케어플러스로부터 어떠한 담보나 지급보증이 제공되지도 않았다”며 “피고들은 북플러스 이사로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해서 북플러스로 하여금 케어플러스에 돈을 대여하게 함으로써 손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피고들(전재국‧김경수)은 대여금을 상환받지 못한 이유, 대여금 상환을 위한 노력 및 조치 등에 대해 별다른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케어플러스를 설립하여 지배하던 사람이었음에도 어떠한 경위로 그 사업이 무산되고 경영이 악화되었는지 등에 관하여 아무런 구체적인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북플러스가 케어플러스에 대여했던 3억 3000만 원 가운데 대손상각비로 처리한 1억 4840만 원을 전재국 씨와 김경수 씨가 연대해서 북플러스에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한편 전 씨 측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법정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