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민구단 운영 잡음에 ‘외유성 출장’ 도마 위…득점 취소 논란까지 겹치며 팬심 싸늘

월드컵 실패의 불똥은 국내 프로리그까지 튀었다. K리그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시도민구단의 운영 방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방자치단체의 세금에 구단 운영을 의존하면서도 성과를 보여주고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K리그에 프로팀으로 처음 참가한 시민구단은 2003년 출범한 대구 FC였다. 축구 생태계 확대와 지역민의 여가생활 제공,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건설한 경기장 활용 등이 주요 창단 명분이었다. 이후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남 FC 등이 차례로 등장하며 시민구단은 K리그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로도 꾸준히 증가해 현재 1, 2부리그 29개 구단 중 17개 구단이 시도민구단으로 높은 비율을 보인다.
구단 수가 늘어난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부담도 커졌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6년 K리그1·2에 참가하는 17개 시도민구단에 편성된 지자체 지원 예산은 모두 1511억 원이다. 구단 운영의 상당 부분을 세금에 의존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운영에 대한 물음표가 뒤따른다. 인사로 인한 잡음, 경영난, 선수나 직원들에 대한 임금 체불 등의 부정적인 소식도 시도민구단에서 반복돼왔다.
사실상 ‘시도립구단’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비롯되는 부작용도 있다. 구단주는 지자체장이 당연직으로 맡게 된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하루아침에 구단주 역시 달라진다. 때때로 구단주 취임 과정에서 공신들이 '보은성 인사'로 구단에 침투한다. 비교적 잘 운영되던 구단도 수뇌부가 교체되기 십상이다. 그나마 경영진 교체로 그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선수단 내 축구계 관계자 또는 지역 유지 등의 '낙하산'이 입단해 연봉을 받아가는 사례도 있었다.

가뜩이나 시도민구단을 향한 시선이 차가워진 상황에서 대형 악재들이 잇따라 터졌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김포 FC(김포시 출연 재단법인)에서 발생한 한 임직원의 80억 원대 횡령 의혹이다.
김포는 2부리그에서도 살림살이가 크지 않은 팀으로 통한다. 2025시즌 기준 선수 1명당 평균 연봉이 약 1억 3300만 원이었다. K리그2 중위권 수준이다.
직원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큰 사건이었다. 구단 내에서 거액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동안 내부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충격을 안겼다. 구단 수뇌부를 향한 책임론 또한 이어졌다.
세금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현장에서도 벌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월드컵 기간 ‘K리그 아카데미 CEO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구단 대표와 단장, 연맹 관계자 등을 멕시코에 파견했다. 대표팀 경기 관전과 현지 프로스포츠 산업 견학 등이 출장의 명분이었다.
일정 중 멕시코의 대표적 휴양지 칸쿤에서 이틀간 머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약 7억 원이 투입된 일정에 시도민구단 관계자 다수가 포함됐고, 이들의 경비에는 각 구단의 예산이 사용됐다. 일부 구단 수뇌부는 참가조차 않은 반면, 일부는 비행기 좌석을 비즈니스석으로 높여 더 큰 비판을 받았다. 좌석 업그레이드 비용 역시 구단 예산이었다. 이에 시민단체는 관련 시도민구단 대표와 단장 등 9명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과거 선수시절 활약으로 시도민구단 경영진 중 가장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김병지 강원 FC 대표이사의 발언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회 청문회에서 시도민구단을 스포츠 복지, 지역 공동체 등을 위한 '필수 공공재'라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 충분한 발언 기회를 갖지 못하자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강원 구단이 지난 1년간 투자 대비 5배, 약 700억 원의 홍보 효과를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항변에도 시도민구단을 향한 냉담한 시선을 걷어내지는 못했다.
#심판 판정 논란까지
바깥에서 경영과 행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그라운드 안에서는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폭발했다. 심판에 대한 반감은 어느 리그든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판정 논란은 유독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일 충북청주 FC와 수원 삼성간의 K리그2 경기, 2-2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수원 외국인 공격수 두비츠카스의 극적인 골이 터졌다. 주심은 골을 선언하는 수신호를 했다.
하지만 6~7초가 지나자 판정은 달라졌다. 헤딩 슈팅 이전 상대 수비수를 미는 동작이 반칙이었다는 것이다. 골이 취소됐고 곧장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득점 인정 판정이 공격자 반칙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VAR을 통한 온필드리뷰는 진행되지 않았다. 부심이 깃발을 들어 올리는 등의 판정에 관여하는 모습도 포착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이날 경기에서는 석연치 않은 판정이 있어 팬들의 반발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축구협회 심판평가협의체는 직접 해명을 내놨다. 이들은 지난 4일 '주심 판정 상황에 대한 안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며 문제의 득점 취소 장면에 대해 "주심은 최초에는 득점을 인정했으나 필드 심판의 협력으로 득점 전 공격자 반칙으로 득점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은 더 큰 반발을 낳았다. '필드 심판'이라는 자주 통용되지 않는 용어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처음 득점을 선언한 주심이 판정을 뒤집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의 발언 탓에 심판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가중됐다. 문 위원장은 국회의원의 질의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답변을 하거나 "거기는 끼지 마시라"는 등의 말로 이목을 끌었다. 또한 '판정을 지나치게 비판하는 문화 탓에 국내 심판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발언도 반발을 샀다.
여기에 국내 심판진은 2025년 2월 열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한 심판평가관이 현직 심판에게 '특정 후보를 뽑아주면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이 오갔던 것이 밝혀져 불신을 키웠다. 문 위원장 역시 이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지는 논란에 그는 지난 3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K리그 경기장 안팎에서 불거진 소란은 사그라들 기미가 안 보인다. 세금 논란, 구단 경영진 외유, 횡령, 심판 판정 등 갖가지 논란의 화력이 리그의 본질인 경기마저 집어삼킬 수준이다. 결국 피해는 팬들에게 돌아간다. K리그가 흔들리는 신뢰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