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타지스탄 대표팀 A매치 치르려 방한…급조된 팀에 한국서 뛰던 ‘사리체프’ 등 합류
타지키스탄은 길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된 이후 1992년 자신들의 첫 A매치를 치렀다. 이번 대회는 타지키스탄 역사상 첫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다. 이전까지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이들은 첫 본선 참가 대회에서 토너먼트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등 이변을 연출했다.
이처럼 국제무대 경력이 길지 않은 타지키스탄이지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도 A매치 기록이 있다. 차범근 감독이 이끌던 1997년 대표팀은 당시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앞두고 대구에서 친선전을 치렀다.
다른 A매치와 배교해 특별할 것이 없는 경기로 보이지만 당시 대표팀의 테스트 상대였던 타지키스탄은 '급조된 팀'이었다. 한국에서 뛰던 발레리 사리체프(당시 일화), 비탈리 파라흐네비치(당시 전북)가 합류해 타지키스탄 유니폼을 입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들은 당초 타지키스탄 대표팀 소속이 아니었으나 한국에 입국한 선수단에 합류, 경기에 출전했다. 이에 이들은 자신의 프로필에 타지키스탄 대표팀으로 A매치 1경기에 출전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신의손'으로 불리던 사리체프는 과거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전한 바 있다.
"타지키스탄 대표팀이 한국으로 들어오는데 선수가 모자란 상황이라 나에게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한국에 있던 구 소련 출신 선수들을 찾았고 비탈리와 내가 뛰게 됐다. 문제는 그래도 선수가 모자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치들이 뛸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홍명보 감독과 친해지고 나서 그때 경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홍 감독이 '어쩐지 살집 있는 선수들이 있더라'라는 말을 해 서로 웃었다."
'급조된 팀'이었던 당시 타지키스탄은 아시아 정상권 전력을 갖췄던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대표팀은 김도훈, 최용수, 유상철 등이 골맛을 보며 4-1 대승을 거뒀다.
이후 사리체프는 2000년 귀화 시험에 합격, 한국 국적을 획득했고 K리그에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그는 현재까지 국적을 유지하며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타지키스탄 대표팀에서 뛴 경험을 가진 보기 드문 한국인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