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도심 자율주행, 유니트론텍에 인수됐으나 완전자본잠식…주요 자율주행 기업도 적자 행진
[일요신문] 국내 1세대 자율주행 기업 ‘토르드라이브’가 최근 파산 선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토르드라이브는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유통기업 유니트론텍에 인수된 후에도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자율주행 시장이 각종 규제와 법·제도 미비로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율주행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대다수 자율주행 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1세대 자율주행 기업 ‘토르드라이브’가 최근 파산 선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토르드라이브가 2021년 미국 노던 켄터키 국제공항에서 시범운영한 무인 자율주행 특수차량. 사진=토르드라이브 제공지난 4월 24일 서울회생법원 제13부는 토르드라이브에 파산을 선고했다. 파산은 기업이 회생을 통해 재기가 어려운 경우 회사의 모든 자산을 정리해 채권자에게 변제하고 법인을 최종 정리하는 작업이다. 5월 27일 토르드라이브 본사가 위치했던 서울 영등포구 빌딩에서 만난 경비원은 “토르드라이브는 (건물에서) 퇴거한 상태”라고 말했다.
토르드라이브는 2015년 서울대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1세대 토종 자율주행 기업이다. 공동창업자인 서승우 서울대 교수는 국내 자율주행차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혔다. 토르드라이브는 2015년 서울대 캠퍼스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택시 ‘스누버’를 개발했다. 2016년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이 가능해진 뒤, 토르드라이브는 2017년 여의도에서 스누버를 운행해 국내에서 최초로 일반 도로를 주행한 자율주행 기업이 됐다.
토르드라이브 본사가 위치해있었던 서울 영등포구 YP센터. 사진=김명선 기자특히 토르드라이브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이를 구동하기 위한 운영 시스템을 모두 다루는 ‘풀스택(Full Stack)’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전반적인 차량 관리 소프트웨어부터 자율주행을 위한 측위(차량 위치 추적), 3차원 고정밀 지도 생성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으면, 고객사 수요에 맞게 차량을 제작해 공급할 수 있다. 토르드라이브는 2022년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포스코기술투자와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재무적 투자자로, 카카오모빌리티와 CJ대한통운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2024년엔 유니트론텍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49억 원에 토르드라이브 지분 51%를 취득했다.
토르드라이브는 유니트론텍에 인수된 후에도 재무 구조 개선되지 않았다. 토르드라이브는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2024년과 2025년 자본총계가 각각 마이너스(-) 42억 원, 108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을 기록했다. 현재 유니트론텍의 토르드라이브 지분율은 56%까지 올랐다. 유니트론텍은 2024년 말 토르드라이브 장부가치를 전액 손상 인식했다. 지난해에도 토르드라이브 장부금액은 0원으로 유지됐다.
국내 자율주행 시장 개화까지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시장이 이미 상용화된 미국·중국과 달리 한국은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구글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는 일반인 승객을 대상으로 완전 무인 자율주행(레벨4) 로보택시 서비스를 이미 선보였다. 우리나라는 2027년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하반기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도시 단위 대규모 실증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포티투닷을 비롯해 대다수 국내 자율주행 기업이 적자를 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포티투닷이 3498억 원,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218억 원, 라이드플럭스가 119억 원, 에스오에스랩이 161억 원이다.
자율주행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자율주행 기업들은 완성차 기업에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거나, 정부 주도 실증 사업을 수주해 매출을 일부 올리고 있다”며 “미래 산업이라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지금은 흑자가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자율주행 기업들은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전 3시 30분 금천구청을 출발해 시청역까지 1회 왕복운행하는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 사진=서울시 제공여러 규제가 국내 자율주행 시장 확대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율주행차 보조금 지원 근거를 담은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대차 등 대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결과를 초래해 사회적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교통량이 많은 환경에서 실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엔드투엔드(E2E·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해 인지·판단·제어와 같은 자율주행 기술을 하나의 AI 신경망이 처리하는 방식)이 세계적인 흐름인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은 아직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