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감대는 재판 끝난 수감자들이 가는 곳…현지 소식통 “발음만 같은 다른 지명이 와전된 듯”
김 아무개 씨는 2023년 12월 8일 중국 교도소에서 석방된 뒤 21일 동안 구류소(유치장)에 추가로 수감돼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 씨는 “수감 생활 막바지 교도소에서 손준호 행방과 관련한 소문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진저우에 있는 루졘두위에 손준호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복수의 현지 제보자들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성 다롄 소재 일부 교도소에서 손준호와 관련한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인 수감자들이 중국 경찰에 ‘손준호가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자 “진저우”라는 대답을 해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구체화됐다는 후문이다.
김 씨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죄가 확정된 한국인 수감자는 내가 있던 다롄 소재 교도소로 수감됐다”면서 “그런데 소문이 퍼진 뒤 손준호 행방과 관련된 이야기가 일절 들리지 않아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루졘두위를 한자 독음으로 풀이하면 입감대(入監隊)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또 다른 중국 감옥 수감 경험자는 “중국 감옥은 군대 조직체계처럼 운영된다”면서 “수감자들이 교도소 내 특정 대대에 배치돼 생활을 하고, 교도소로 수감되기 전엔 신병교육대대 같은 곳에서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입감대는 중국 수감자들이 교도소로 가기 전 거치는 신병교육대 같은 곳”이라면서 “이곳에선 감옥 생활과 관련한 각종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중국 한 소식통은 손준호를 둘러싼 소문과 관련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소식통은 “입감대는 통상적으로 재판이 끝난 수감자들이 가는 곳”이라면서 “손준호 재판 관련 소식이 전혀 없는데, 입감대에 들어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축구선수 손준호는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 소속으로 활동하다 2023년 5월 15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던 중이었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비공무원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된 손준호는 랴오닝성 차오양시 공안국에 구류돼 조사받았다.
37일 동안 손준호를 형사 구류했던 중국 당국은 2023년 6월 18일부로 손준호에 대한 수사를 구속수사로 전환했다. 사실상 사법처리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됐다.
2023년 6월 18일 외교부 당국자는 “(손준호) 영사 면담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지속 제공하고 있다”면서 “수사 관련 내용은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면서 “심지어 손준호 측 중국 변호사조차 우리와 접견을 거부했다. 거부 이유조차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2023년 11월 23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손준호와 관련해 “법에 따라 엄격히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면서 “관련 당사자(손준호)는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법에 따라 체포됐다”고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법치국가”라면서 “법에 따라 엄격히 사건을 처리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법에 따라 당사자 각종 합법적 권익을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해가 바뀌었지만, 손준호는 감감무소식이다. 그 가운데 앞서의 내용처럼 손준호가 입감대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이 돈 것이다. 동북3성 사정에 정통한 중국 소식통 A 씨는 “감옥이라는 폐쇄적인 환경에서 도는 소문을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긴 힘들다”면서 “손준호가 워낙 화제의 인물이다 보니 일정 부분 소문이 와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진저우의 입감대’라는 키워드를 주목했다. A 씨는 “중국 랴오닝성에 진저우라는 지명이 두 곳 있는데, 발음이 같은 지명에 소문이 섞여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 씨는 “진저우라는 지명을 한국식으로 읽으면 ‘금주’인데 한자가 다르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손준호가 수사 받고 있는 랴오닝성 차오양시 인근엔 진저우 시가 있고, 한국인 수감자들이 많은 다롄 인근엔 진저우 구가 있다. 진저우 구의 진은 쇠 금(金)자이고, 진저우 시의 진은 비단 금(錦)자를 쓴다. 다롄시 진저우 구엔 입감대가 있고, 진저우 시엔 손준호가 구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구치소가 있다. 지명 발음이 같아 소문이 전달되면서 와전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중국 소식통은 “중국 사법당국이 주요 스캔들에 대한 사법 처리에 나설 땐 주로 ‘톱다운 방식’을 고수한다”면서 “관련 스캔들에 대한 상부 핵심 관계자부터 처벌한 뒤 그 뒤로 관계 인물들에 대한 사법 처분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사정당국이 축구계를 정조준하고 내부 비리를 발본색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타깃은 전직 중국축구협회 주석이라는 기류가 강하다”고 했다.
1월 29일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 매체에 따르면 천쉬위안 전 중국축구협회 주석이 후베이성 황스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총 8103만 위안(약 150억 8000만 원) 상당 뇌물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천 전 주석 말고도 중국 축구계 거물급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급속도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최근 부패척결 다큐멘터리 ‘지속적인 노력과 깊이 있는 추진’을 통해 중국 축구계 부패 척결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중국 소식통 A 씨는 “사건 최고 핵심부부터 사법처리를 시작하는 중국 사법부 특성상, 아직 손준호 차례가 오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 “아직 손준호는 진저우시 소재 간수소(한국 법상 구치소에 해당)에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주 선양 대한민국 총영사관 측에 손준호 재판 진행 경과를 질의하려 연락했지만 별다른 회신이 없었다.
중국법 전문가 김도균 리팡 외국법자문 법률사무소 법률고문은 “손준호가 입감대에 들어갔다는 소문은 그저 소문일 가능성이 크다. 법적 공식 명칭은 감옥대인데, 수감자들이 중국 감옥에 수감되면 ‘중국 감옥법’ 및 ‘중국 감옥노역관리감독업무세칙’에 따라 감옥대에서 3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다”며 “손준호 선수는 우리나라로 치면 미결 구금 상태다. 아직 재판 결과가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