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불협화음’ 경영진 ‘엇박자’
▲ 우리투자증권 내부가 뒤숭숭하다. 왼쪽부터 우리투자증권 노조, 황영기 회장 | ||
통상 노조가 사측에 불만사항을 제기할 때는 최고경영진인 대표이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투자증권에는 박종수 사장이 있음에도 노조는 주 전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노조가 이 같은 일을 벌인 데는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주진형 전무 사이의 복잡한 ‘정치적 관계’를 그 배경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 ‘우리투자증권 매각설’이 들먹여진다고도 한다. 왜 이러한 소문이 떠도는 것일까.
노조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요지는 회사 측이 고객을 이탈시키는 이상한 경영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9월 15일로 기존 ‘L009펀드’(프런티어 국공채 MMF 2호) 판매를 중단하고 ‘AQ03펀드’(프런티어 국공채 MMF 1호)로 가입 전환시키는 것에 관한 문제다.
노조에 따르면 L009펀드가 AQ03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음에도 회사측의 판매보수가 훨씬 낮다고 한다. 즉 상대적으로 고객에게는 낮은 수익(1주간 수익률 4.14%→3.94%, 6개월 수익률 4.05%→3.84%)을 가져다 주지만, 회사측 수익률(판매·운용보수 32bp→53bp)은 높아지는 상품으로 가입 전환을 유도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다른 이유를 댔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효율적 상품관리를 위해 소규모 펀드를 통합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유동성 측면에서 안정적인 펀드로 대체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의 고객안내문을 보냈다고 한다.
결국 회사가 안내문을 보낸 8월 14일 이후 9월 11일까지 우리투자증권의 L009펀드의 잔고는 1760억 원이 감소했으나 AQ03펀드는 790억 원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1500억 원이 환매되었는데 이는 거꾸로 가는 경영방침이라는 얘기다.
회사 측은 “내년 3월 MMF 익일 환매제가 시행되면 덩치가 큰 펀드가 유동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작은 펀드들을 통합해 관리하려는 것이다. 수수료의 경우, L009펀드는 과거 SK글로벌 사태로 회사채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지자 큰 국·공채 위주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보수를 일시적으로 절반만 받기로 했던 것으로 수수료율이 정상 수준으로 복귀한 것이다”라고 노조 측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 주진형 전무(왼쪽), 박종수 사장. | ||
노조는 “우리투자증권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계열사로서 여느 증권사보다 소액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망각한 일련의 영업정책은 주 전무의 삐뚤어진 의식 또는 금융지주 차원의 조직적 움직임의 한 단면”이라고 꼬집고 있다.
노조 쪽이 밝히는 금융지주사의 조직적 움직임은 계열사 은행들(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AQ03펀드가 7일 만에 3000억 원 이상 증가한 정황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이러한 정황에는 우리투자증권의 리테일 부문을 분리해 매각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애초 LG투자증권을 합병할 때는 IB부문(기업 대상으로 한 투자은행 및 매각주간사 역할)의 강점을 보고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리테일 부문을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것.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증시가 급성장할 때는 리테일 부문의 점유율이 매우 중요했지만 증시가 좋지 않을 때는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최근 증권회사들은 자산관리와 IB(Investment Banking: 투자은행) 업무 비중을 높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개인 미수거래를 강도 높게 제한할 정도로 수익성보다는 자산건전성을 개선하고 있다. 매각설은 전혀 고려한 바가 없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노조가 주장하는 우리금융지주의 조직적 움직임과 관련해 황영기 회장과 주진형 전무의 인맥도 주목받고 있다. 주 전무는 황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기에 최근 일련의 경영방침이 금융지주사의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 주 전무는 황 회장이 삼성생명 이사로 있을 때 전략기획실에서 차장으로 함께 일했으며, 이후 황 회장이 삼성증권 사장으로 갔을 때도 주 전무가 같은 시기 전략기획실 상무보를, 황 회장이 우리금융지주로 옮길 때 금융지주 전략기획실 상무로 거취를 함께했다.
회사 일각에서는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이 황 회장의 서울대 무역학과 5년 선배로 껄끄러운 관계이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주진형 전무를 내려보냈다는 설도 있다. 주 전무가 차기 사장으로 내정돼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황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다. 때문에 우리투자증권 사내에는 ‘태양이 두 개’라는 말도 떠돈다고 한다. 최근에는 박 사장과 주 전무가 임원회의에서 실적 하락과 관련해 대립하기도 하고, 지각을 이유로 주 전무를 질타하기도 했다는 등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금융지주 피지배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은 금융지주 회장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인데 굳이 견제를 위한 인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노조는 황영기 회장과 주진형 전무가 삼성증권 사장과 임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투자증권이 삼성증권처럼 체질이 변화되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가 공적자금 투입 금융사이기 때문에 소액거래 주주 등 서민금융에 더 치중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런 양측의 노사 대립 이면에는 파문에 거론되는 인사들의 거취가 황 회장 연임건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