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 한 발 서기·시계 그리기로 자가진단…전조증상 첫 번째 신호가 ‘귀찮음’ 주의 필요
치매 전조증상하면 흔히 ‘기억력 저하’를 떠올린다. 하지만, 실은 ‘의욕 저하’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기억은 뇌의 측두엽에 있는 해마가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가 되면 이 해마의 기능이 약해져 기억력이 낮아지는 증상을 보인다.
그런데 “치매 진행이 측두엽 이전에 전두엽의 퇴행 변화부터 시작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전두엽이란 이마 쪽에 위치하며 의욕을 낳는 이른바 ‘뇌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요컨대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의욕 상실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치매 전문가 아사다 다카시 쓰쿠바대학 명예교수는 “그 첫 번째 신호가 귀찮음”이라고 지적했다. ‘귀찮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게 됐다든지, 사교적이던 사람이 갑자기 외출을 귀찮아 한다 등등의 행동을 보이면 주의 대상이다.
이 시기를 간과하면 경도인지장애로 진입한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기억력 저하와 감정 및 행동 변화가 눈에 띈다. 다음 체크리스트에서 해당 사항이 3개 이상이라면 경도인지장애일 가능성이 있다. 만일을 대비해 꼼꼼히 확인해 보자.
경도인지장애(MCI) 체크리스트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커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동시에 반드시 대책을 실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 아사다 명예교수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적절히 치료하면 치매 발병을 충분히 늦출 수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뇌 기능 회복도 가능하다. 치매는 발병 원인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뇌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형 치매 등 크게 4종류로 나뉘는데, 어느 경우든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회복이 어려워진다. 아사다 교수는 “‘좀 이상하다’라고 느껴지면 경각심을 가지고 치매 예방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 신호가 치매로 가기 전 유턴해서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 가족, 친한 사람의 이름을 혼동하거나 기억이 안 난다.
□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 만나기로 한 약속을 까맣게 잊은 적이 있다.
□ 사소한 일에 짜증이 늘고 말투가 거칠어졌다.
□ 방금 놓아둔 물건을 못 찾는 경우가 있다.
□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 외출이 줄었다.
□ 전자레인지 등 일상적인 가전 사용법을 헤매게 됐다.
□ 잔돈 계산이 서툴러졌다.
□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자주 헷갈린다.
일본 매체 ‘아에라닷컴’은 간단한 방법으로 치매 초기를 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를 소개했다. 다음 동작을 따라하지 못하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자가진단을 해보고 해당되는 사람은 정밀 진단을 받도록 하자.
#한 발 서기 테스트
먼저 양발로 선다. 눈을 뜬 채로 아무것도 잡지 않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한 발 서기를 한다. 이때 꼭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릴 필요는 없으며, 양팔로 균형을 잡아도 된다. 만일 몸이 휘청거리는 사람은 곧바로 손이 닿을 수 있는 벽 근처에서 실시하자. 균형이 무너져 손으로 벽을 짚는다든지 발이 바닥에 닿으면 그걸로 테스트를 마친다.
기준은 20초다. 20초 이상 한 발 서기를 할 수 없는 사람은 경도인지장애일 가능성이 있다. 인지 지능 저하와 몸의 균형은 관련이 깊다. 실제로 교토대학이 건강한 중장년(평균 67세) 13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한 발 서기로 20초 이상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사람은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뇌혈관 질환이나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계 그리기 테스트
둥근 원을 그린다. 1부터 12까지 시간의 숫자를 쓴다. 10시 10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그린다.
시계 그리기 테스트는 조기 치매를 선별하는 빠른 방법이다. 치매에 가까운 사람은 시공간 파악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시계의 윤곽을 둥글게 그리지 못하거나 1에서 12의 숫자 사이 거리가 고르지 못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숫자 배열이 반대로 돼 있다든지, 숫자가 원을 따라 정립돼 있지 않은 경우, 또 잘못된 시간 표시 등 어느 1개라도 해당된다면 반드시 치매 전문의에게 진찰받기를 권한다.
#여우 회전 테스트
오른손, 왼손 각각 여우 모양을 만든다. 엄지손가락, 중지, 약지 세 손가락의 끝이 맞닿게 모으고 검지와 새끼손가락은 곧게 펴면 된다. 여우 모양을 유지한 채 양손을 회전시켜 왼손 검지와 오른손 새끼손가락, 왼손 새끼손가락과 오른손 검지를 붙인다.
한 손의 여우 모양은 자신의 몸쪽을 향하고 다른 손은 바깥쪽을 향하는 형태가 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뇌의 두정엽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손을 회전시키지 못한다. 여우가 같은 형태로 둘 다 몸쪽, 혹은 바깥쪽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
#비둘기 회전 테스트
가슴 앞 정도의 위치에서 양손의 손바닥을 펼쳐 바깥쪽을 향하게 한다. 다시 손바닥이 자신의 몸쪽을 향하도록 회전시켜 양손을 교차시킨다. 엄지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걸어 비둘기 모양을 만든다.
뇌가 건강한 사람에게는 아주 간단한 테스트일 것이다. 하지만, 인지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비둘기 모양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설령 모양을 만든다 해도 손바닥을 돌리지 못하기 때문에 손바닥이 여전히 바깥쪽을 향하는 사례가 흔하다.
손으로 여우나 비둘기 모양을 만드는 것은 뇌의 두정엽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테스트다. 치매 초기에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더불어 두정엽도 위축된다. 두정엽은 공간 인식과 물건의 형태, 움직임을 인지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 만약 두정엽에 이상이 생기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또한, 리모컨 조작이나 옷을 입는 등 단순한 동작 실행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