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기간 외교부 직원 8명 중 1명 징계
▲ 지난 2월 CNK 주가조작사건과 관련해 서울지검으로 소환된 김은석 전 외교부 에너지 자원대사.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개인비리 등으로 징계를 받은 외교부 직원이 모두 273명에 달해 외교부의 조직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병석 국회부의장(민주당 대전서갑·4선)은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업무부당 처리, 개인비리 등으로 징계를 받은 것은 모두 273명에 이른다”며 “외교부의 조직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의장이 외교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23명 ▲2009년 74명 ▲2010년 99명 ▲2011년 69명 ▲2012년 8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 직원의 2008년 이후 총 징계자는 273명으로 이는 외교부 전체직원 2229명의 12.25%에 이른다. 이는 외교부 직원 8명 중 1명이 징계를 받은 꼴이다.
박 부의장은 “징계 사유를 보면 예산집행 규정위반과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 예산관련 사항부터 무단결근, 보안업무 규정 위반 등 업무와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직원 특별채용 비리, 폭행과 성추행 등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위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0년 9월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채파동 이후 외교부는 직원의 윤리의식 강화와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엄벌 조치를 공언했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유 전 장관의 딸 특채파동 당사자들은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관련자들이 중요 보직에 재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H 인사기획관은 핵안보정상회의 대변인으로, K 특별채용 심사위원은 가나대사로, L 기획조정실장은 태국대사로 승진 전보됐다.
외교부의 징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주요 인사들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2010년 5월 주독일대사관 소속 공사참사관이 음주운전 후 교통사고를 냈지만 외교부는 ‘경고’ 조치에 그쳤다. 지난 2008년 중국 내 공관장이 현지 교민 여성 사업가, 미스코리아 출신 여성 등과 평일 접대 골프를 친 것이 2011년 4월 적발됐으나 외교부는 ‘불문경고’ 처분만 내렸다.
박 부의장은 “273명의 징계 대상자 중 인사 불이익에 해당하는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 등은 33명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240명은 주의, 경고, 불문경고 등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조치에 처해졌다. 또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감경되는 ‘불문경고’도 16건이었다.
김성환 장관 취임(2010년 10월) 이후에도 외교부의 대형 사건은 계속적으로 발생했다. 2011년 3월에는 상하이 총 영사관에서 비자발급을 둘러싼 비리 사건인 상하이 스캔들이 발생했으며, 10월에는 이르크추크 총영사의 음주 사고가 지적됐다.
2012년에는 1월 카메룬 자원외교를 둘러싼 CNK 주가조작 사건, 2월에는 주중 우한 총영사의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어 4월에는 코트디부아르 대사가 이삿짐에 상아를 밀반입하려다 발각됐다. 태국 대사관에서는 올해 4월 참사관이 한국 여교수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6월에는 태국 대사관 직원들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비인간적인 언어사용이 물의를 빚었다.
올해 7월에는 오클랜드 총영사가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의 파견 직원과 교육원 예산사용 문제를 놓고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현지 회식자리에서 여직원들과 춤을 추며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는 문제의 참사관을 총영사에서 보직해임 했다. 또한 가장 최근에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주중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단체로 골프 단합대회를 벌여 문제를 일으켰다.
박 부의장은 “외교부의 고질적인 업무기강 해이와 비리가 지속되는 것은 해외공관에 나가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잦은 해외근무와 순환근무로 인해 비리가 제대로 적발되지 않는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교관은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치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고, 보다 높은 도덕성과 엄격한 자기관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사건 발생은 결국 외교능력의 저하와 국민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