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과감하고 실용적 영어교육 사업…타 지자체 선례 ‘눈길’
- 지역에서 누리는 원어민 수업부터 필리핀 영어캠프까지
- 사교육비 부담은 DOWN, 영어 흥미는 UP
[일요신문] "군정목표가 추상적 개념에 그치지 않도록 양질의 영어교육 사업 계속 발굴하겠다."
대구 달성군이 저출생과 지역 인구감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영어교육 부담에 대해 해결책에 가까운 사업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저출생의 시대에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이들이 내세우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사교육 비용 부담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영어교육의 경우 부모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걱정거리이며, 더 나은 영어교육 환경을 찾아 도심, 해외 등으로 떠나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
이에 따라 달성군의 과감하고 실용적인 영어교육 사업이 타 지자체의 선례가 되고 있다.
'일요신문'이 달성군의 군정 목표인 '아이 키우기 좋은 맞춤형 교육도시' 사업을 들여다봤다.
- 지자체가 책임지는 영어 조기교육…'어린이집 영어교사 전담배치 사업
달성군은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어린이집 영어교사 전담배치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영유아들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우고 다양한 외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활동이다. 사업을 신청한 관내 어린이집에는 주 2회 영어교사를 파견한다. 이들은 각 어린이집에서 만 2세 이상 영유아를 대상해 전문적인 영어 수업을 진행한다.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놀이 및 어린이집 행사와 연계한 흥미로운 학습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은 시행 첫해부터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172개 어린이집에서 4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사교육비 절감이다. 과거에는 학부모가 영어특별활동비를 지급해 영어 수업을 진행했다.
이제 군이 직접 사업을 맡아 연평균 약 7억원의 경제적 부담 경감효과를 보고 있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교육에서 소외되는 아이 없이 모두가 양질의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점이다.
- 외국 가지 않아도 원어민 소통…실력 쑥쑥
영어회화를 빠르게 익히는 동시에 글로벌 감각도 체화하고 싶은 이들에게 원어민과의 직접적인 소통보다 좋은 것은 없다. 달성군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원어민이 참여하는 영어교육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선 사업비 약 4억 7000만원을 들여 학교 원어민 영어교실 운영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 52개 초·중·특수학교에서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영어수업 및 방과후수업이 이뤄진다.
도심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지역의 학교에도 군의 지원으로 실력 있는 원어민 강사들을 초빙할 수 있다. 실력이 검증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11명은 각 학교를 돌며 학생들에게 회화 위주의 '살아있는 영어 교육'을 한다. 올해 초에는 비슬산 호텔아젤리아에서 '원어민과 함께하는 달성영어캠프'를 가졌다.
이번 캠프에는 초·중학생, 영어 우수 고등학생 등 150여 명이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학생들은 원어민 영어강사와 함께 케이팝, 아이돌 가수 등 유쾌한 주제를 바탕으로 대화와 발표를 이어갔다.
영어 우수 고등학생이 초·중학생에게 영어 튜터링(소그룹 교육)을 진행해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인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비대면 영어교육도 놓치지 않았는데, 군에 주소지가 있거나 관내 학교에 재학 중인 초·중·고등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은 달성군 '원어민 화상영어 학습센터'를 통해 원어민 강사와의 일대일 화상영어 수업을 신청할 수 있다. 군의 지원으로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강이 가능하다. 일대일 수업인 만큼 각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이뤄져 학습효과가 극대화된다. 문법, 회화 등 개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커리큘럼도 가능하다.
달성군 소재 기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등 성인 역시 수강 대상으로, 매 기수 인원 170명이 모집 시작 1~2일 만에 모두 채워질 정도로 꾸준히 호응을 얻는 사업이다.
- '초등 영어 방학캠프' 글로벌 감각·영어실력 성장…달성교육재단 주도 전문성 확보
달성군 지역 내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50명은 지난달 8일 필리핀 바콜로드로 떠났다. 달성군이 개최한 '초등 영어 방학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서다. 군은 학생들이 영어 사용 국가에서 생생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1억 7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사업을 마련했다.
참여 학생들은 수업료를 제외한 개인 항공료만 부담하며, 저소득 가정은 이마저도 무료다. 파격적인 지원 내용에 227건의 신청이 들어와 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캠프 참여 학생들은 4주간 필리핀 현지에서 영어를 공부하며 글로벌 감각까지 익혔다. 주중에는 현지 원어민 선생님과 일대일 영어 수업 및 몰입 학습을 하며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기른다. 주말에는 현지 학교를 방문하거나 다채로운 봉사·체험활동을 함께 하며 문화교류도 한다.
캠프에 참여 중인 한 학생은 "원래 제일 안 좋아하는 과목이 영어였는데, 여기서 외국인 선생님들과 같이 수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많이 쓰게 됐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이 왠지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재단은 관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해 지속적인 방학 영어 캠프를 확대 기획 중이다. 초등 영어 방학캠프를 포함한 일부 영어교육 사업은 달성교육재단이 직접 담당해 전문성을 더했다. 달성교육재단은 기존 달성장학재단에 교육, 진로진학, 도서관 업무를 더해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기관이다. 입시상담과 진로진학 컨설팅 등을 체계적으로 이끌며 지역 청소년들의 고등교육과 대입에도 든든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최재훈 군수는 "'아이 키우기 좋은 맞춤형 교육도시'라는 군의 군정목표가 추상적인 개념에 그치지 않도록 양질의 영어교육 사업을 계속 발굴하겠다"며, "거처를 도심으로 옮기지 않아도 우리 지역 안에서 충분히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