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국토정중앙배 2연패 달성…우승 4회 모두 신예기전 “큰물서 활약 여부가 관건”
지난해 출범한 이 대회는 2000년 이후 태어난 프로기사들이 출전하는 제한 기전이다. 양구군과 양구군 스포츠재단이 후원했다.
대회를 후원한 서흥원 양구군수는 “기쁜 마음으로 국토정중앙배 밀레니엄 천원전 바둑대회를 준비했다. 대회에 참가한 모든 분들을 환영한다”며 “스포츠와 관광 메카로 도약하고 있는 양구군은 앞으로 바둑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바둑 가족들과 상생하고 바둑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환영사를 통해 밝혔다.
16일부터 양구 수목원 특설대회장에서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에서 한우진은 임경찬, 김승구, 문민종을 차례로 꺾었고 백현우는 박상진, 윤민중, 서준우를 잇달아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전기 우승자인 한우진은 대회 2연패와 함께 프로 통산 4번째 우승을 조준했고, 아직 타이틀이 없는 백현우는 2019년 입단 후 첫 우승에 도전했다. 랭킹은 한우진이 20위, 백현우가 49위지만 상대전적은 2승 2패로 팽팽했다.
결승전은 한우진의 흑번으로 시작됐다.
‘장면도’를 먼저 보자. 상변 백집이 워낙 크기 때문에 흑은 좌변 백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장면이다. 백이 △로 삶의 틀을 갖추려 하자 흑은 1로 상대의 명치를 가격한다. 한 눈에 들어오는 급소다.
우선 ‘실패도’를 먼저 본다. 초읽기에 쫓긴 백현우는 백1과 흑2를 교환한 후 3으로 밀었는데 백1·3이 패착이 됐다. 백1은 흑2와 교환돼 대악수. 좌변 백 모양은 백A, 흑B, 백C라든가, 백B로 나오는 뒷맛이 있던 곳이었는데 흑2가 내려앉으면서 모든 뒷맛이 사라졌다. 뒤늦게 백A, 흑B, 백C면 흑2로 인해 흑D가 성립한다. 백3에는 흑4로 그만이다.
백은 ‘정해도’ 백1이 정수였다. 이랬으면 흑2는 절대. 우측 뒷맛이 나빠서 늦춰 받을 수 없다. 그래놓고 백3부터 7이었으면 흑의 뒷맛이 너무 나쁘다. 좌측 흑 넉 점도 약해서 백의 타개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한우진은 대회 2연패와 동시에 통산 타이틀 획득수도 4회로 늘렸다. 현 랭킹1위 신진서 9단보다 어린 기사들 중에서 한우진보다 랭킹이 높은 기사는 없다.
목진석 전 국가대표 팀 감독은 “한우진은 자신만의 바둑관이 확실한 것이 장점이다. 승부욕도 강해서 강자 앞에서 주눅 드는 법도 없다. 지금처럼만 성장해준다면 세계무대에서도 기대를 걸어봄 직하다”고 평했다.
또 바둑TV 해설의 송태곤 9단도 “승부호흡이 좋아서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한우진의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우승을 차지한 한우진은 “초반은 생각대로 풀렸는데 중반 들어 나쁘지 않은 흐름에서 무리한 수가 나왔다. 상대가 마지막에 큰 실수를 해서 운 좋게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올해 들어 성적이 좋지 않아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나왔는데 우승하게 되어 기쁘다. 이번 우승이 반전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통산 4회 우승이라지만 한우진에겐 과제도 남아 있다. 우승 4회가 모두 신예기전에서 나온 것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본격 기전 우승과 세계대회에서 얼마나 빨리 두각을 나타내느냐가 ‘포스트 신진서’로 향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