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일 ‘급발진’ 꼬리표 떼려 노력했지만 결국 패배…신진서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6회·타이틀 획득 36회로
신진서 9단이 LG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지난 1월 31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8회 LG배 결승3번기 2국에서 신진서 9단이 변상일 9단을 상대로 229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신진서는 앞서 29일 열린 1국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중국과 일본 기사들이 전부 탈락한 가운데 한국랭킹 1위와 2위의 정면충돌로 관심을 모은 이번 결승전은 변상일이 7승 35패라는 상대 전적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변상일은 이번 결승전에서 그동안 자신에게 따라붙었던 ‘급발진’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신진서만 만나면 자신의 기량을 채 펴보기도 전에 제 풀에 무너졌던 그동안의 패턴에서 벗어나, 1·2국 모두 중후반까지 반집 승부를 펼치는 끈끈한 모습을 보여줬다. “심리적인 안정감 회복에 주력해 왔다”는 대국 전 인터뷰가 무색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진서는 자신이 왜 최강인지를 이번 결승전을 통해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상대가 신중하게 나와도 서두르는 모습은 없었고, 예기치 않은 도발에도 쉽게 흔들리는 법 없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대국을 이끌었다.
결승전을 지켜본 한 바둑관계자는 “변상일은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기다릴 줄 알았으며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버텼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우위에 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신진서가 모든 면에서 강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이번 결승전을 평했다.
신진서는 이번 우승으로 LG배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LG배 3회 우승은 이창호 9단의 4회 우승에 이은 두 번째다. 본인도 “LG배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운이 따르는 기전이다.
메이저 세계대회 통산 우승 횟수도 6회로 늘렸다. 이창호 9단(17회), 이세돌 9단(14회), 조훈현 9단(9회), 구리 9단(8회), 커제 9단(8회)에 이어 6위로 올라섰다. 또한 2012년 프로 데뷔 후 통산 타이틀 획득 수도 36회로 늘어났다. 현재 LG배, 응씨배, 명인전,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KBS바둑왕전, 용성전, 맥심커피배, YK건기배 등 현재 국내외 8관왕이다.
한편 지난해 춘란배에서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변상일은 두 번째 세계대회와 통산 9회 우승을 노렸으나 이번에도 천적 신진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주)LG가 후원하는 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의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4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졌다.
[승부처 돋보기] 제28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제1국
흑 변상일 9단 백 신진서 9단 252수끝, 백 불계승
[장면도] 수를 낸 것이 패착?
‘눈 터지는 반집 승부’라는 말이 있다. 차이가 너무 미세해서 눈을 부릅뜨고 집을 헤아리다 보니 눈이 터질 것 같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형국. 흑1로 뛰어들자 백2로 차단에 나선 장면. 이후 몇 수가 흑과 백의 희비를 갈라놓았다. 흑의 최선은 무엇이었을까.
[실전진행] 대세의 요충지를 놓치다
변상일은 1로 뛰어들어 적진 폭파를 외치고 나섰다. 백2의 차단을 기다려 흑3·5를 선수한 후 7까지 쉽게 사는 형태. 상대 세력 안에서 거꾸로 집을 내고 살았으니 당연히 이득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국 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수순이 패착이었던 것. 흑11에 선수를 쥔 백이 12로 꼬부려 막았는데 이곳이 바로 대세의 요충지였다.
[정해도] 아생연후살타
변상일은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이곳을 후회했다. 그가 제일 먼저 손을 짚은 자리가 흑1. 인공지능의 다음 한 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곳이다. 귀는 뒷맛만 남겨두고 흑1로 중앙을 보강하는 것이 내 말이 산 다음 상대 돌을 잡으러 가야 한다는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의 바둑 격언에 맞는 수. 이렇게 해두고 다음 A로 뛰어드는 수와 B의 끊음을 맞보는 것이 흑의 최선이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