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강서갑 ‘전재수-서병수’ 경남 양산을 ‘김두관-김태호’ 김해을 ‘김정호-조해진’ 매치업
PK(부산·울산·경남)는 국민의힘이 강세를 띠는 지역이다. 한국갤럽이 서울경제 의뢰로 2월 22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전국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이 41%로, 36%의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그런데 PK 지역만 떼어놓고 보면 국민의힘이 48% 민주당 31%로,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였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부산 18개 지역구 중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15곳을 승리했고, 민주당은 3석을 얻는데 그쳤다. 경남 역시 선거구 16곳 중 미래통합당 12석을 확보했고, 민주당은 3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이 확보한 의석은 PK 내에서도 보수 정당세가 다소 약한 ‘낙동강 벨트’에 주로 포진돼 있다.
최근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갖고 있는 6석을 모두 되찾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PK에서 소구력이 있는 다선 중진 의원들을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낙동강 벨트 험지 지역구로 재배치해 맞대결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당의 요청을 받고 지역구를 옮긴 중진들은 서병수(5선) 김태호 조해진(3선) 의원이다. 서병수 의원은 부산 부산진갑에서 부산 북·강서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재선 전재수 의원과 맞붙는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3번 당선됐던 조해진 의원은 이번엔 경남 김해을로 가서 재선 김정호 의원과 겨룬다.
지난 총선에서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당선된 김태호 의원은 지역구를 경남 양산을로 바꿔 재선의 김두관 의원과 맞붙는다. 김태호 의원과 김두관 의원의 경우 각각 민선 3·4기와 민선 5기를 지낸 경남도지사 간 매치로 눈길을 끈다. 앞서 2006년 두 사람은 경남지사 선거에서 맞대결을 펼쳐 김태호 의원이 승리한 바 있다.
이로써 낙동강 벨트에선 거대 양당 현역 의원끼리 맞붙는 대진표가 완성됐다. 서병수 의원은 2월 26일 부산 북·강서갑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6·25 동란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냈던 최후의 보루, 낙동강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도 이뤄졌다”며 “그 낙동강에서 다시 대한민국의 역사를 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보다 앞서 김정호 의원은 2월 19일 “국민의힘이 낙동강 벨트를 탈환한다는 해괴한 명분으로 김해를 전혀 알지 못하는 타지역 의원들을 내세우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라는 당과 시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은 만큼 사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낙동강 벨트가 PK 지역에서 드물게 진보세가 강하다고 하지만, 국민의힘의 이름값 높은 중진 의원들이 오면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한 야권 관계자는 “전재수 의원은 북·강서갑 지역구에서 20년 가까이 정치활동을 해온, 시쳇말로 그 동네 집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 정도로 구석구석 꿰고 있다. 그런 면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도 전 의원에게 표를 준 것”이라며 “그런데 서병수 의원은 부산시장까지 역임한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부산 시민들에겐 전국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산 출신 중진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는 열망도 있다. 인물론으로 맞붙으면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김두관 의원과 김태호 의원의 18년 만에 리턴매치도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초박빙이 예상된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2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경남 양산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두관 의원과 김태호 의원 가상대결’에서 김태호 의원이 40%, 김두관 의원이 37%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43%)이 민주당(34%)을 오차범위 밖 격차로 앞서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두관 의원이 인물 경쟁력으로 오차범위 내 접전까지 따라붙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이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두관 의원 측 관계자는 “총선 개표 전까지 초접전을 벌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PK 지역은 언제나 쉽지 않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여론조사도 두세 번 정도 빼곤 모두 오차범위 안에서 지는 결과가 나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1대 총선 때 당일 출구조사에서는 나동연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0.4%포인트(p)차 경합우세로 예측됐다. 하지만 개표 결과 김 의원이 득표율 1.68%p, 득표수 1523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여권 한 관계자는 “서병수 김태호 조해진 의원이 있던 지역구는 국민의힘에 유리한 지역구다. 정치 신인이 가도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진 현역 의원들이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있는 낙동강 벨트로 이동하면서 초접전지로 만들었다. 중진들이 이곳 험지에서 당선되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몇 명 안 되는 PK지역 민주당 현역들이 주변 지역구에 지원유세 가지 못하게 발만 묶어놔도 영남 선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 지도부에서 중진들을 무리하게 지역구를 이동시키면서 이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적지 않다. 가장 반발이 심한 곳은 조해진 의원이 전략공천된 김해을이다. 김해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이 있어, 낙동강 벨트 중에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조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전략공천되자, 김해을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국민의힘 기존 예비후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김해시청 브리핑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기존 예비후보들과 당원들의 저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김성우 김진일 박진관 서종길 이상률 예비후보 등은 “조 의원의 김해을 출마 포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기어코 김해을에 출마하겠다면 당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경선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조 의원 전략공천 방침이 정해지자 ‘무소속 연대’를 추진키로 하고, 2월 24일에는 조 의원을 “공관위의 경선 관련 언급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김해시선관위와 김해서부경찰서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런 잡음이 선거 판세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소속 출마로 이어질 경우 표 분산으로 인해 민주당에 반사이익이 될 것이란 우려도 뒤를 잇는다.
서병수 의원이 재배치돼 출마하는 북·강서갑도 기존의 예비후보가 반발하고 나섰다. 안채영 예비후보가 2월 22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서 의원의 기존 지역구인 부산진갑에서도 공천 잡음이 불거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1호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무주공산에 단수공천을 받자 기존에 출마를 준비하던 원영섭 변호사,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이 불복에 나섰다. 다만 이들은 당 공관위에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긍하는 입장을 냈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존 예비후보들이 당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당에서 ‘한동훈 영입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산진갑이 국민의힘이 완벽하게 우세한 지역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결과를 받아들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