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두고 ‘꽃단장’ 한창…LG 군침
▲ 하나포스 인쇄광고. | ||
인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기존에 거론되던 SK텔레콤 외에 LG파워콤이 부상하고 있다. 또 국내 최대 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를 가진 태광그룹도 거론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하나같이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M&A(인수·합병) 기대감으로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M&A설은 하나로텔레콤에서 ‘자가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매각 시기가 도래했다고 업계에서 추측하는 이유는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이 하나로를 인수한 지 11월이면 3년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 목적으로 들어온 해외 펀드가 수익성이 낮은 하나로텔레콤을 오래 보유하기보다는 적당한 시기가 되면 높은 가격에 매각할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매각 시나리오들은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메리츠증권은 10월 9일 보고서를 통해 하나로텔레콤이 SK텔레콤에 인수될 것이 유력시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 이유로 내년에 유무선 통합 패키지 판매가 허용된다는 점을 꼽았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 절대 강자다. 반면에 KT는 국내 초고속 인터넷 시장 점유율 50%의 강자다. 최근에는 50%를 간발의 차이로 넘지 못하는 정도다. KT는 유선전화 시장에서도 1위를 하고 있다. 유무선 통합 패키지는 집전화·휴대폰·초고속인터넷·케이블TV를 망라해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KT가 통합 상품을 싸게 묶어 팔며 가격으로 승부하려고 하게 되면 SK텔레콤으로서는 그만큼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M&A설이 불거질 때마다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 단순히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것이라면, 업무 제휴를 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경험이 전무한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이 적자를 면치 못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도 섣불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오히려 하나로텔레콤 현장 인력들은 LG파워콤이 인수자로 나설 것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LG파워콤이 유력시되는 데는 동종 업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재 하나로텔레콤이 수익성을 개선하기보다는 가입자 늘리기에 모든 사세를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아파트에 가입자가 한 명도 없어도 통신망을 깔고 있다. 망 까는데 최소 40만 원, 최대 200만 원까지 든다. 정황상 잠재 가입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비싸게 팔기 위한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전하고 있다.
한편 초고속 인터넷 업계 최초로 시작한 VOD 서비스인 ‘하나TV’에 대한 직원들의 원성도 높다. “하나로텔레콤 역사상 이렇게 무리하게 푸시(push: 고객 물량을 미리 정해서 떠넘기다시피 강요하는 영업 방식을 일컬음)를 한 적이 없다. 현재 100만 가입자가 넘어섰는데, 적자를 감수하고도 이렇게 무리하게 가입자를 늘리는 것은 매각시 통신망보다 가입자 수가 가장 큰 메리트가 되기 때문이다”고 직원들은 말하고 있다. 최근 하나로가 하나TV를 통해 이슈 선점에 성공한 것도 결국은 재매각을 위한 ‘꽃단장’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하나TV는 일단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셋톱박스가 모자라 가입 후 한 달까지 기다리기도 하는 등 가입자는 빠르게 늘어가는 상태다. 다만 8월 서비스 개시 후 2개월 간 무료 서비스를 했는데, 최근 해약고객이 차츰 나오는 실정이다. 때문에 하나로텔레콤은 하나TV 가입자를 조기에 선점해 매각가격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매각이 진행될 수 있는 적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뉴브리지캐피탈이 하나로텔레콤에서 손을 떼고 싶어하는 데는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통신시장을 따라잡기 힘들어한다는 것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재무적 투자가일 뿐이지 정보통신 전문기업이 아닌 이상 하나로텔레콤을 오래 갖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각에선 초고속인터넷 업계의 향후 전망을 바라보더라도 LG파워콤이 인수했을 때 가장 유리한 경쟁구도가 형성된다는 점도 LG파워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KT가 500만 명, 하나로텔레콤이 380만 명, LG파워콤이 100만 명 수준이다. 하나로텔레콤과 LG파워콤이 합치면 가입자 수가 KT와 비슷한 수준이 돼 해볼만한 게임이 된다는 것. 또 KT가 전화망을 이용한 ADSL을 이용하는 데 반해, 하나로텔레콤은 광랜과 HFC(동축케이블)망을 쓰고 있어 광랜을 가진 LG파워콤과 합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와 관련, 최근 KT에서도 통신망을 증설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하나로텔레콤+LG파워콤’ 시나리오를 경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KT가 지금처럼 3강 구도일 때는 전혀 긴장할 이유가 없지만, 1 대 1 대결의 2강 구도가 되면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나로텔레콤 내부에서는 만약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더라도 현재의 3강 구도가 계속 되기 때문에 수익성을 개선할 방법을 찾기 힘들므로, SK텔레콤이 인수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수자 후보에 올라 있는 태광도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당장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또 초고속인터넷 업체가 최근 광통신망으로 교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케이블TV업체는 HFC망을 쓰고 있어 설비가 서로 다르다.
태광 측은 “케이블TV만으로도 할 일이 너무 많다. 하나로텔레콤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 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케이블TV업체들도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고, 향후 디지털TV 보급을 위해 태광이 초고속인터넷망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태광도 변수로 남아 있다.
SK텔레콤 역시 자사가 먼저 나서서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유선강자인 KT가 유무선통합시대를 열도록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에서 짐짓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형국이다.
하나로텔레콤을 매각을 둘러싸고 인수자와 매각자 사이에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