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4월 3일 제주에는 비가 내렸다. 제주도 사람들은 4월 3일만 되면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그랬다. 4월 3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제주를 찾았다. 4.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76주년 4.3 추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김 지사는 빗속에서 우의도 입지 않은 채 추념식을 치렀다.
희생자들의 증언과 사건의 기록이 담긴 영상이 나올 때 김동연은 슬며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토벌대에 의해 대검에 찔려 죽은 임산부와 아기, 군인이 쏜 총에 9살 된 아들을 잃은 엄마, 부모를 잃고 굶어 죽어간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김동연은 아팠다.
김동연은 추념식 후 자리를 뜨지 않고 4.3 희생자 및 유족을 만났다. 효섬마을 초가집에서 4.3 희생자유족회장과 생존자 40여 명을 만났다. 103세의 할머니에게 직접 겪은 4.3을 전해 들으며 한 시간 넘게 유족과 같이 있었다.
김동연은 기억한다.
김동연은 지난해 4월 3일 제주 4.3평화기념관의 백비(白碑)를 언급하며 “제주도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이름을 새기고 반듯하게 세워야 한다”며 “모든 제주도민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제주 4.3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했다.
두 달 후 김동연은 경기아트센터에서 제주 4.3 75주년을 맞아 기획된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전이 열렸을 때 현장을 찾아 제주 4.3을 경기도민들에게 알렸다. 제주 4.3에 대해 많은 도민들이 기억하기를 바라는 뜻도 내비쳤다.
10월 DMZ평화문화축제에는 4.3 유족회를 초청하기도 했다. DMZ가 가지고 있는 평화와 생태라는 상징이 제주와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김동연은 기억한다. 그 기억은 단순히 홍보용 사진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다. 김동연은 희생자들과 직접 만나고 여러 차례 교감하며 그들의 아픔을 자기 안에 새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김동연의 길 위에 함께 한다.
김동연은 위로한다.
고통받은 사람들, 위로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김동연은 다가섰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도청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서울에서 분향소 위치로 유가족과 지자체가 갈등을 빚을 때 “10.29참사 추모공간을 차갑고 어두운 지하에 두지 말아달라”며 유가족을 대신해 소리쳤다.
김동연은 유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진상 규명과 책임을 바라는 유가족을 대신해 ‘특별법’ 제정을 당과 국회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지자체장 최초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나고 희생당한 이들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난하고 공격할 때 유가족의 편에서 발언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신했다.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동연은 첫 번째 공식 사과와 치유 및 명예회복 종합대책을 내놨고 경기도청 구 청사까지 내어줬다. 안산시 선감도에서 수원으로 이전한 피해자 지원센터를 찾아 마치 오래된 지인처럼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오래도록 혼자 숨죽이며 고통 받던 이들에게 김동연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건넸다.
김동연은 연대했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예산이 없어도 어떻게든 할 테니 언제든 경기도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했다. 책임 있는 진상규명에 나서지 않는 정부를 향해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지원을 받아야 한다. 국가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김동연은 이렇듯 지원을 주는 위치가 아닌 피해자, 희생자와 같은 위치에 서있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시대, 정파적 진영논리에 갇혀 모든 것을 취사선택하고 해석하는 시대에 김동연은 늘 가장 아픈 사람들과 함께했다. 피해자들의 곁에 김동연이 있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이천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직장 갑질 규탄과 해임촉구’ 결의대회 열려
온라인 기사 ( 2024.11.19 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