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재벌기업 안테나에 찌릿
▲ 이구택 회장과 포스코 건물 전경. | ||
포스코를 둘러싼 소문들 중에 가장 주목받는 것은 ‘정보팀 확대설’이다. 포스코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는 ER팀이 확장 개편돼 궁극적으로 정보업무 라인을 확대한다는 것이 소문의 골자다. 최근 몇몇 사정기관이 포스코가 어떤 식으로 정보팀을 확대할 것인지를 내부 보고서로 작성해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내용을 종합하면 △ER팀을 확대하면서 정보 관련 대외업무 담당 과장급 이상 인력을 4~5명 이상 늘리고 △정부부처와 정치권, 사정기관 동향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이를 위해 국정원·경찰·검찰 수사관 출신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선다는 것 등이다.
이 같은 이야기가 널리 퍼지는 것에 대해 포스코 측은 단호하게 손사래를 쳤다. 포스코 관계자는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결단코 사실이 아니다”고 강력 부정했다. 이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그런 풍문들이 나도는 것으로 아는데 모두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덧붙혔다.
그런데 포스코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곳은 비단 사정기관들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정보팀들도 최근 들어 포스코 관련 동향 파악에 분주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4대 재벌기업들도 최근 들어 포스코 관련 정보 수집에 열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중엔 포스코 정보팀 관련 사안도 있는데 사정기관들에서 작성한 보고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타 기업 정보팀들이 최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 정보팀 확대’ 관련 보고서들의 내용은 대부분 이 회장 친정체제 강화에 관한 것들이다. 이 회장의 포스코 조직 장악력 확대에 대한 이야기들은 올 초 포스코 조직 개편 당시에도 흘러나온 바 있다. 일각에선 ‘박태준 전 회장 영향력 하에 놓인 조직을 물갈이하기 위해 이구택 회장 인맥들이 핵심 보직에 중용됐다’는 식의 관전평이 나돌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포스코에 대한 세인들의 입방아와 ‘정보팀 확대설’이 맞물려 결국 ‘포스코가 이구택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를 위한 사정기관 동향 파악과 외부 여론 수집력 강화에 나섰다’는 시각마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이 회장의 연임 의지로 비쳐지곤 한다. 이 회장은 ‘최규선 게이트’로 불리는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매입 의혹 사건으로 임기 1년을 남기고 중도하차한 유상부 회장의 뒤를 이어 잔여임기를 채운 뒤 2004년 초 3년 임기로 포스코 회장직에 재선임 됐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와 2005년 초, 그리고 2006년 초 내부 인사를 통해 ‘이구택 친정체제 굳히기에 나섰다’는 평을 들은 바 있다. 특히 이 회장 취임 이후 매년 승진을 해 눈길을 끌었던 윤석만 사장이 ‘친 이구택 체제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이야기마저 나돌기도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경기도 오포 지역 개발 비리 과정에서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바 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그러나 이는 포스코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올 초 김재록 게이트와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 삼성에버랜드 사건으로 인한 이건희 회장 수사 파문 등은 여러 대기업들의 대외협력파트 강화를 불러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재벌기업 정보팀들이 사정기관 동향 파악과 사회 각계 여론 주도를 위한 정보팀 확장개편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일 때 포스코 또한 ‘예외가 아니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포스코를 둘러싼 정치·경제·사회 환경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올해 포항 지역 건설업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 사태를 통해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포스코 쪽에선 이 사안에 대해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포스코 담장 안에서 벌어진 일이 울타리를 넘어서 정치 사회적인 이슈가 돼버렸다.
또 철강업 해외 시장 판로 개척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일각에선 ‘이구택 회장 연임’이 쉽지 않을 것이란 다소 ‘때 이른’ 관전평마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포스코의 정보팀 확대 소문은 포스코 측의 강력한 부인에도 호사가들 사이에서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포스코가 괜한 오해를 받고 있다’는 평도 제기된다. 지난해 오포 비리 의혹 사건 당시 불거진 포스코의 불법 로비 의혹 때문에 수사당국이 포스코에 대한 정보망을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포스코와 관련해 ‘근거 없이 부풀려진’ 의혹들이 양산됐다는 평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올해 들어서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몇몇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해외 철강 시장 과당 경쟁으로 인해 포스코가 내년에 좋은 실적을 거두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해외경쟁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재편되는 세계 철강지도에서 포스코가 손을 놓고 있는 바람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만약 이구택 회장이 연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면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조사를 받는 일이나 사정기관에 접수된 괜한 첩보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포스코의 강력한 부정에도 포스코의 최근 동향에 대해 사정기관들은 물론 대기업 정보팀들에서 포스코 관련 정보가 최근 우대받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