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기억식서 “박근혜 정부의 최후가 윤석열 정부의 미래가 될 것,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김동연 지사는 추도사에서 10년 전을 반추했다. “10년 전 저는 국무조정실장 자리에 있었다. 세월호 승객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즉시 총리에게 연락했다. 서울공항이 아니라 무안공항으로 가라고, 진도체육관으로 가서 세월호 탑승자 가족을 만나라고 말했다. 다음날 새벽 이번 참사는 총리 사표뿐만 아니라 내각 총사퇴를 준비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고 총리에게 건의하고 저는 별도로 계속해서 사의를 표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른이라 미안했고 공직자로서 더 죄스러웠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김 지사는 자신의 아들을 떠나보낸 일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 사람 대신 나를 보내달라고 울부짖어 본 사람은 안다. 대부분의 아픔과 그리움은 세월 앞에서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아주 드물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있다”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동연 지사는 “2학년 8반 준형이, 수학여행 날 아침 곤히 잠든 동생을 깨우지 않을 만큼 사려 깊었던 형. 용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을까 하다가 아버지와 동생들에게 줄 초콜릿을 사기 위해서 참았던 큰아들. 2학년 5반 건우. 엄마가 지어준 멋진 이름. 세울 건에 펼칠 우. 가장 가까웠던 단원고 5인방. 준우, 성호, 재욱이, 제훈이를 먼저 걱정했던 속 깊은 맏아들. 작년과 재작년 제가 기억교실에서 편지를 남겼던 아이들이다. 2학년 3반 도언이. 제주로 향하던 그 밤, 엄마에게 전화 걸어 ‘엄마 사랑해’ 말하던 예쁜 딸. 2학년 6반 영인이. 축구를 정말 좋아했던 만능 스포츠맨. 딸 같았던 살가운 막내아들. 어디 이 네 학생뿐이겠습니까? 조금 전 이름이 불렸던 304명 한 사람, 한 사람의 숨결과 얼굴이 남은 우리 모두에게 희미해지지 않고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라며 희생자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웃으며 달려올 것 같은 그리운 이들을 가슴에 품고 유가족들은 열 번의 가슴 시린 봄을 버텨오셨다. 그저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다. 그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라면서 “함께 수학여행을 떠났던 친구들보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생존자 여러분의 두 어깨도 가만히 감싸주고 싶습니다”라고 위로를 건넸다.
김동연 지사는 “아이들이 돌아오기로 했던 ‘520번의 금요일’이 흘렀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한없이 부끄럽다. 사회적 참사 특조위가 권고한 12가지 주요 권고 중 중앙정부는 현재까지 단 한 가지만 이행했다. 책임 인정, 공식사과, 재발방지 약속 모두 하지 않았다”며 세월호 추모사업, 의료비 지원 등 정부 예산도 줄줄이 삭감됐다. 4.16생명안전공원도 비용 편익 논리에 밀려 늦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 지사는 “비극적인 참사가 반복됐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59명의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고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세찬 급류로 내몰린 해병대원이 희생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진실을 덮기에만 급급하다. 우리 현실은 10년 전에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자고 그만 잊자고 말하지만 틀렸다. 그럴 수 없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충분히 치유되고 회복될 때까지, 우리 사회에 안전과 인권의 가치가 제대로 지켜질 때까지 우리는 언제까지나 노력하고 기다리겠다”라며 “세월호의 교훈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리도록 할 것이고 이번 정부에서 하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끝까지 기억하고 함께하겠다. 적어도 경기도에서만큼은 안전이 최우선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김 지사는 유가족들이 중심이 돼 쓴 책 ‘책임을 묻다’를 언급했다. “그날 아침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내 CCTV를 보고 또 보며 살아있는 아이의 모습을 만난다는 부모님의 글이 있다. 우리는 그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가로막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후가 윤석열 정부의 미래가 될 것이다. 진실을 감추는 자들이 침몰할 뿐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