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시장’ 브랜드를 입혀라
업계에 따르면 계란의 시장 규모는 1조 2000억 원으로 단일 제품으로는 라면(1조 4000억 원)과 함께 1조 원이 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계란의 일일 판매량은 2600만 개에 달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개별 양계농가의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브랜드화된 제품은 3000억∼3300억 원 규모. 그중에서도 대기업 계열 브랜드 제품은 380억 원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식품회사들은 미개척지인 계란 시장에서 브랜드화 제품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계란은 가공 식품이 아니다 보니 차별화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가격에 더 민감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프리미엄급 제품은 오히려 비쌀수록 잘 팔리기도 해 고급제품 차별화가 전략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초인 1984년 브랜드 계란 사업에 뛰어든 풀무원은 지난해 매출 3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오뚜기는 2003년 12월 계란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매출 50억 원을 올렸고, CJ는 그간 CJ푸드시스템에서 계란 사업을 해오다 올해 9월부터 CJ(주)가 사업을 이어 받아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CJ는 “축산계열화를 통한 인프라를 구축해 CJ에서 생산하는 사료를 운영 농장에 직접 공급하고, 신규투자를 통해 계란 세척·포장 설비를 마련해 우수한 품질의 계란을 제공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현황을 소개했다. CJ는 양돈·양계 사료를 생산하고 수출하고 있는 데다 양돈 사업도 하고 있어 양계 사업도 자연스럽게 진출하게 된 셈이다. CJ푸드시스템은 캐터링 및 외식사업에 전념하고 식품사업은 CJ로 재편하려는 그룹의 의도도 반영되었다.
“현재 브랜드 시장에서 1%에 불과한 점유율을 2010년 12.6%, 2013년 18.5%로 끌어 올릴 예정이다”고 밝힌 CJ는 2013년까지 축산계열화 사업에 450억 원을 투자해 올해 30억 원의 계란 판매액을 1300억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CJ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반면, 풀무원은 자연주의적 생산방식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계란이라는 것이 공장에서 제품 찍듯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주의적 방식에서는 닭이 낳는 양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프리미엄급 계란은 생산을 쉽게 늘릴 수 없을 것이다. 또 풀무원의 노하우나 관리체계를 쉽게 따라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풀무원은 설명하고 있다.
CJ는 9월 기존 제품을 리뉴얼한 ‘백설 알짜란’과 신제품 ‘순맑은 계란’을 출시한 데 이어 11월 냉장보관을 필요로 하는 프리미엄급 제품인 ‘백설 프레시안 자연방사 유정란’과 ‘신선한 1등급란’을 출시했다. 가장 비싼 백설 프레시안 자연방사 유정란은 단가가 450원(10개입 4500원)이지만, 풀무원의 최고급 제품인 ‘풀무원 로하스 유정란’은 단가가 700원(6개입 4200원)이다. 풀무원은 “최고급 제품에서는 풀무원의 품질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반해 풀무원은 “한 소비자가 로하스 유정란을 집에서 키우는 닭이 품도록 했더니 부화를 할 정도였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제품의 기능보다는 자연친화적인 생산 공정을 심어주는 이미지 마케팅에 중점을 두어 대조를 보인다.
계란뿐 아니라 두부에서도 CJ와 풀무원의 대조적인 전략은 확인된 바 있다. CJ는 9월 충북 진천의 두부공장을 완공하고 새로운 설비를 도입해 ‘유화제, 소포제를 쓰지 않는다’며 풀무원을 자극한 바 있다. 계란 사업에서도 축산계열화와 새로운 계란 세척·포장 설비를 자랑하고 있다. 대기업인 CJ가 설비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자금력과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뒤지는 풀무원은 유기농·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2003년 12월 ‘3040란’으로 포장란 사업을 개시한 오뚜기는 지난해 매출 50억 원으로 시장정착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1위를 하고 있는 풀무원과 자본력을 가진 CJ가 시장 확대를 서두르는 동안 오뚜기는 조용히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올해는 8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10월 누계가 벌써 60억 원이 넘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풀무원과 CJ가 주도하고 있는 포장란 시장에서 뛰어난 맛과 품질로 소비자에게 어필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오뚜기는 설명하고 있다.
3040란은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태어난 지 25∼49주 되는 닭이 낳은 계란으로 순수하고 깨끗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25∼49주의 닭은 사람으로 치면 20∼25세에 해당하는 나이로 닭의 산란주기인 80주 중 가장 팔팔할 때 낳은 계란임을 내세우고 있다. 냉장보관으로 유통기한은 20일이지만 매장에서는 산란 후 7일 이내의 계란만을 팔고 있다.
CJ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오뚜기가 1등급란 15개에 스낵면 2봉지를 끼워파는 등 계란시장에 전무했던 덤마케팅까지 동원해 브랜드란 보급에 나섰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오뚜기는 “행사 기간에만 진행했던 것으로, 덤 마케팅은 타 업체도 지역과 매장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CJ는 “브랜드란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일 뿐,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CJ는 풀무원과 두부 첨가제 논란을 일으킨 뒤에도 “첨가제가 몸에 해롭다고 얘기한 적이 없고 단지 CJ가 쓰지 않았음을 강조했을 뿐”이라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노이즈마케팅이 뒤늦게 식품업계를 평정하려는 CJ의 주특기로 자리잡아 가는 것은 아닌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