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황인범 리그 우승 확정, 박지성·차범근 유럽 제패…‘빈손’ 손흥민 누구보다 우승 절실
#이적 첫 시즌에 챔피언 등극한 이강인·황인범
이들의 우승은 예상되던 바다. 파리는 오랫동안 프랑스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팀이다. 지난 10년간 우승을 놓친 시즌은 단 두 시즌뿐이다. 지난여름 이강인의 이적이 발표됐을 때 그의 커리어에 트로피가 추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킬리앙 음바페, 아슈라프 하키미, 우스망 뎀벨레 등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한 파리지만 이강인도 우승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팀이 대대적 보강에 나서는 시점에 합류했기에 출전 시간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까지 열린 리그 31경기 중 20경기에 출전했다. 2023년의 아시안게임, 2024년 초 아시안컵에 차출됐을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에 출전했다. 공격포인트는 리그에서만 2골 3도움을 기록했다. 팀이 우승을 확정 지은 지난 4월 28일 르아브르전에서도 이강인은 후반 교체출전해 도움 하나를 기록했다.
황인범 소속팀 즈베즈다 역시 자국 리그 7연패를 달성한 명문 팀이다. 리그 종료까지 4경기가 남았으나 이번 시즌도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황인범은 3일 열린 바츠카 토폴라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도우며 팀의 조기 우승 확정에 힘을 보탰다.
황인범은 이적 당시부터 맹활약이 기대됐다. 황인범을 품으며 즈베즈다가 쓴 이적료 550만 유로(약 80억 원)는 즈베즈다 구단을 넘어 세르비아 리그 전체 역사상 최고 지출이었다. 그는 이적 직후부터 기대에 부응하며 팀의 중심으로 활약, 리그 25경기에서 4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단숨에 핵심 자원으로 등극했으나 황인범과 즈베즈다의 인연은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빅리그 이적설이 있었던 황인범은 시즌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또 다시 이적설에 휩싸이고 있다. 세르비아 현지에선 '황인범을 관찰하기 위해 경기장에 빅리그 스카우터가 방문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그에게 관심이 있는 구단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울버햄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베티스 등으로 알려졌다. 현 소속팀 역시 적절한 이적료가 제시된다면 황인범을 판매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차범근 'UEFA컵', 박지성 '챔스' 정상 올라
이강인은 또 하나의 트로피를 따낼 가능성도 있다. 파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해 있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도르트문트에 0-1로 패했으나 2차전에서 승부가 뒤집힐 수 있다.
이강인이 도전 중인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미 우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 선수가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며 네덜란드에서 잉글랜드 무대로 이적한 박지성은 2007-2008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시즌 전반기를 무릎 수술로 날렸으나 대회 8강과 4강 4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결승전에서는 대기 명단에서도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국내 반응도 뜨거웠다.
맨유는 1년 뒤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또 진출했다. 박지성은 선발 출전으로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리오넬 메시, 사무엘 에투, 티에리 앙리 등이 버티던 바르셀로나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박지성은 명문 구단에서 활약하며 숱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맨유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3회 등의 기록을 남겼다. PSV 에인트호번 시절에는 네덜란드 리그 우승 2회, 컵대회 우승 1회를 경험했다.
한국인들의 유럽 진출 포문을 연 차범근도 유럽대항전 우승 경험이 있다. 현 UEFA 유로파리그의 전신, UEFA컵에서 2회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로 처음 이적했던 1979-1980시즌 UEFA컵 트로피를 한 차례 들었으며 8년 뒤, 바이어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다시 한 번 우승에 성공했다. 두 번째 우승 당시 차범근은 승부를 연장으로 이끄는 극적인 골을 성공시켰고 레버쿠젠은 승부차기 끝에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팀의 유일한 유럽대항전 트로피다.
설기현, 황희찬 등은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각기 소속된 리그에서 우승도 경험했다. 설기현은 잉글랜드 진출 직전 활약하던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2003-2004시즌 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황희찬은 직전 소속팀인 잘츠부르크에서 리그와 컵대회 포함 7개의 트로피를 들었다. 또 다른 중소리그 강호 셀틱에서 뛴 기성용과 차두리도 우승을 경험했다.
#손흥민 무관은 지속될까
많은 한국인 선수가 유럽에서 트로피를 들었지만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손흥민은 긴 커리어에서 우승 경험이 없다. 독일과 잉글랜드 무대에서 200골 이상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의 코리안리거로 평가받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꾸준히 상위권에서 경쟁을 이어오고 있으나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다. 손흥민 이적 이후 리그 2위까지는 올랐으나 우승 트로피까지 단 2승이 모자랐다.
컵대회에서도 기회는 있었다. 2019년 챔피언스리그, 2021년에는 리그컵에서 결승전에 올랐으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손흥민은 두 차례의 결승전에 모두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올 시즌 역시 손흥민과 토트넘은 '빈손'이다. 매년 그랬듯 토트넘은 다음 시즌에도 트로피를 목표로 삼고 있다. 나서는 대회의 경중에 관계없이 그 누구보다 우승이 절실한 손흥민과 토트넘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