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큰 처음이 ‘하이킥’ 이슬이 묵직한 ‘로킥’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기세로 봐서는 두산 처음처럼이 진로를 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 진로가 수도권에서 80.4%, 두산이 18.4%(9월 집계 기준)로 진로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처음처럼이 출시된 2월의 점유율이 각각 89.3%, 9.9%인 것에 비하면 두산이 두 배가량 점유율을 늘린 것이다.
처음처럼을 출시하기 이전인 1월 두산 ‘산’소주의 수도권 점유율은 6.4%에 불과했다. 두산 처음처럼은 10%라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수도권 점유율을 넘어선 데 이어 20%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2월 9.9%에 이어 3월 11.7%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세로 진입했다. 9월에는 18.4%로 2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월 집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9월에 비해 0.1∼0.2% 늘어난 것으로 두산 측은 추정하고 있다.
서울 지역 점유율로 보면 두산의 점유율은 더 높다. 진로가 9월 76.7%에 그친 반면 두산은 2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두산이 강남, 신촌, 건국대입구, 무교동 등 주요 도심지에서 판촉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주요 도심지역에서는 점유율이 25%가 넘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에 진로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라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유흥지역은 돌아다니며 판촉하기가 편하다 보니 효과가 금방 나타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가정용 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애초 처음처럼의 돌풍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며 느긋하게 대응했던 진로는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맞대응 판촉에 나서야 했다. 출시 초기 마케팅을 집중해 반짝 점유율이 올랐을 뿐이라고 여겼지만 처음처럼의 기세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자 결국 진로는 8월 말 신제품을 새로 내놓았다. 2006년을 달군 소주전쟁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진로의 신제품 참이슬후레쉬가 나온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진로는 참이슬후레쉬가 처음처럼의 상승세를 막는 데 성공했다고 안도하고 있다. 10월 판매량에서 처음처럼은 전달에 비해 0.1∼0.2%(수도권 점유율)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두산은 연말 특수를 통해 서울지역 25%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 8월 참이슬후레쉬 출시 당시 진로는 처음처럼의 기세를 막기 위해 비교광고를 게재해 알칼리수 원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두산도 이에 맞대응 광고를 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자 한국방송광고심의위원회에서 9월 초 이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 소강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주류업계의 자존심 대결이라도 하는 듯 두 업체는 기록 갱신에서 공방을 주고 받았다. 5월 진로가 ‘참이슬 주류 역사상 최단 기간(7년 7개월) 100억 병 돌파’를 발표한 데 이어, 7월 두산은 ‘처음처럼 주류 역사상 최단 시간(5개월 11일) 내 1억 병 돌파’를 발표했다. 당시 진로 측은 “1998년 참이슬이 최단 시간(6개월) 1억 병 판매 기록을 세울 때는 ‘진로 골드’가 주력 제품인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렇지만 11월 8일 진로는 ‘참이슬후레쉬 최단 시간(2개월 13일) 1억 병 돌파’ 신기록을 발표했다. 처음처럼보다 훨씬 빨리 1억 병을 돌파했다는 것. 그러자 두산은 “진로 제품 전체의 점유율이 줄고 있는 상태에서 단순히 기존 참이슬 고객들이 참이슬후레쉬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며 딴지를 걸었다.
진로는 이에 대해 “신제품 출시엔 카니발현상(자사 제품들끼리 서로 점유율을 깎아내리는 것)이 있지만, 신제품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은 뒤 점차 점유율을 늘려 나가는 것이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참이슬후레쉬가 처음처럼의 상승세를 잡고 있으니 다음은 참이슬후레쉬가 ‘고공비행’을 할 차례라는 뜻이다.
10월 말부터 두 회사는 새로운 광고캠페인을 각각 시작했다. 두산 처음처럼은 ‘세상을 바꾼 사람’을 컨셉트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명사들을 차례로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만화를 예술로 승화시킨 허영만 화백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두 번째 모델로는 대중예술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낸시 랭을 내보낼 예정이다.
진로 참이슬후레쉬는 기존 모델이었던 탤런트 남상미를 무명모델로 교체하고 젊은 층에 어필하는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소주 모델=젊은 미녀 연예인’은 30대 이상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새로운 모델을 통해 20대로 저변을 넒혀 가겠다는 의도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챙이송’ 논란도 흥미롭다. 애초 두산이 먼저 저작권 계약을 하고 로고송을 만들고 판촉행사에 이용했는데, 이후 진로도 똑같은 노래를 이용해 로고송을 만들어 영상광고로 방영했다. 두산이 먼저 했지만 극장, 인터넷에서 노출되는 영상광고에 의해 오히려 진로의 로고송이 더 원조처럼 되어 버린 것. 진로는 두산이 지급한 저작권료의 네 배 가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산은 “처음처럼이 잘나가자 진로도 처음처럼의 방식을 따라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참이슬후레쉬도 포장을 처음처럼과 비슷하게 하더니, 판촉행사도 따라하고, 광고도 처음처럼과 분위기가 비슷해졌다”는 반응이다.
진로는 “거리 및 업소 판촉은 소주업계가 다 하는 것이다. 오히려 두산이 손해를 감소하고 매출액의 상당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판촉비로 쓰다 보니 우리도 그만큼의 판촉비를 쓸 수밖에 없다. 출혈 경쟁은 서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두산은 11월 20일 이후부터 새로운 판촉 행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소주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 소비자 저변을 더욱 확대하는데 당분간 주력할 예정이다. 진로 또한 연말을 앞두고 전사원 영업체제로 점유율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겨울 특수가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연시 성적표에 내년 업계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느냐 마느냐가 달렸다고 한다. 그런 만큼 한겨울 소주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