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토크-넥센 ‘초보 사령탑’ 염경엽

“김응용 감독님, 맞짱 한번 뜨시죠”

▲ 염경엽 감독은 자신에게 베팅한 이장석 대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최준필 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3대 감독으로 선임된 염경엽 감독(44)은 공식 발표가 나는 순간부터 한화 김응용 감독(71)과 비교 대상이 되고 말았다. 한쪽은 이제 갓 감독 자리에 오른 초보 지도자이고, 다른 한쪽은 한때 ‘명장’으로 꼽혔던 화려한 커리어의 베테랑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감독을 선택한 양 팀을 놓고 ‘극단의 선택’을 했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김 감독에 비해 ‘가방 끈’은 확연한 차이가 나지만 염 감독은 야구가 ‘가방 끈’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목동야구장에서 넥센의 신임 사령탑 염경엽 감독을 만났다.

―감독 선임이 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의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뉘었을 것 같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감독을 맡았기 때문에 축하보다는 걱정하는 말들이 많았을 텐데….

▲내가 선수로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도 아니고 코치보다는 프런트로 일한 경력이 더 많기 때문에 감독 자질과 관련해서 논란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김성근, 김응용 감독들도 ‘초보 감독’일 때가 있었다. 문제는 시즌을 치르며 얼마나 ‘초보 티’ 내지 않고 경기를 잘 이끌면서 실수한 부분들을 반복하지 않고 수정 보완해 나가느냐 하는 부분들이다. 솔직히 나조차도 감독 수락을 한 후 밤잠을 이루지 못했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가면서 마음이 묵직해짐을 느꼈다. 나도 이럴 정도인데 주변에선 오죽하겠나. 그러나 발을 들여놓은 만큼 그런 걱정들이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독 선임 과정이 독특했다. 넥센 이장석 대표와 인터뷰를 하며 3차 면접까지 거쳤다.

▲그런 방식이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오히려 부담도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야구, 내가 가야할 야구, 넥센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야구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렸는데 의외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사실 넥센의 바탕은 김시진 전 감독이 만들어 놓으셨다. 앞으로는 디테일한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쓰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긍정적으로 어필된 모양이다.

―감독 수락을 하며 자연스레 김시진 전 감독을 떠올렸을 것 같다.

▲사실 구단에선 이런 얘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1차 면담 때부터 김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다. 상황이 이러이러해서 면접을 보게 됐다고. 그리고 이장석 대표와 계약서에 사인한 후 곧장 김 감독님 집으로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난 평생 김 감독님을 모실 것이다.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말이다.

▲ <일요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염경엽 감독. 최준필 기자

―한화 김응용 감독도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신임 감독이란 타이틀 때문에 비교되는 부분이 많다.

▲(웃으면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초보 감독이라 김응용 감독한테 배운다는 자세로 임할 것이다. 하지만 배움은 갖되 승부에선 감독 대 감독으로 맞붙을 것이다. 다른 감독들보다 한 시간 덜 자고 세 시간 더 공부하고 게임 분석하고 연구하면 좋은 성과가 있지 않겠는가.

―넥센은 ‘프런트 야구’를 추구한다는 말도 있다. 더욱이 염 감독이 프런트 출신이라 더더욱 그런 이미지로 굳어가는 것 같은데 이 점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프런트의 의견을 관심이 아닌 간섭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더 문제다. 프런트는 투자한 만큼의 성적을 바란다. 투자자 입장에선 당연한 관심 아닌가. 현장과 문제가 있을 때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면 된다.

―넥센과 3년 계약을 맺었다. 최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거나 경질되는 감독들이 많았다. 그래서 프로야구 감독의 계약 기간은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있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그 책임은 당연히 감독이 져야 한다. 못하면 잘리는 것이고 잘하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염 감독의 실력이 인정받은 것은 주루 코치를 맡고 나서다. 특히 올 시즌 넥센의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의 도루 능력이 상승되면서 넥센이 ‘뛰는 야구’를 전개했었다. 그로 인해 박병호는 홈런 1위, 타점 1위에, 강정호는 홈런 3위, 타점 5위, 타율 2위에, 그리고 서건창은 도루 2위에 올랐다.

▲3인방의 사고를 바꿨던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선수가 도루를 못하면 절대로 A급 선수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병호와 강정호한테는 FA가 됐을 때 도루를 10개 이상 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과는 금액적인 면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고 얘기했다.

―내년 시즌 김병현은 계속 선발을 맡게 되는 건가.

▲선수들과 상견례하고 제일 먼저 면담한 선수가 병현이었다. 병현이는 선발을 원한다. 선수가 선발을 원하는데 감독인 내가 다른 보직을 맡긴다면 그 선수가 재미있게 야구를 할 수 있겠나. 병현이는 계속 선발로 내보낼 것이다. 투수 코치 겸 수석 코치로 이강철 코치를 모신 이유 중에는 병현이가 포함돼 있다. 병현이가 이 수석 코치를 신뢰하고 따르는 편이라 병현이를 위해서도 이 수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이강철 코치는 KIA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코치라 넥센으로 옮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다소 충격이었다.

▲선동열 감독께 굉장히 미안했지만 진짜 어렵게 모셨다(웃음). 강철 형(이 수석)이 많은 걸 포기하고 넥센으로 오신 것이다. 그 분과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편은 아니었지만 내가 추구하는 야구관과 그분이 생각하는 야구관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나보다 선배이지만 잘 맞춰주실 수 있는 분이다. 그 분의 합류로 큰 힘을 얻었다.

‘공부하는 지도자’란 별명답게 염 감독은 조리있는 말 솜씨를 자랑했다. 염 감독은 자신을 베팅한 이장석 대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이영미 기자 [e-mail]


*염경엽 감독은 1991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하고서 2000년 현대를 끝으로 은퇴한 뒤 현대 프런트(운영팀)로 근무하다 2007년 현대 수비코치로 활동했다. 2008년부터는 LG에서 스카우트와 운영팀장을 역임하다 2011년 넥센 주루코치로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