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쓰임을 다해 버려지는 잡동사니를 소재로 제작하는 미술을 ‘정크 아트’라 한다.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을 담으려는 작가들의 생각에서 출발한 만큼 사회적 메시지를 발언하는 작품이 많다. 이러한 미술의 출현은 지난 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가난한 예술’, 아르테 포베라에서 영향을 받았다.
정크아트의 출발점은 미국의 초기 팝아트 작가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창안한 회화 기법인 ‘컴바인 페인팅’이라 할 수 있다. 1950년 이후 산업 폐기물이나 공업 제품의 폐품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으려는 작가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부서진 자동차 부품을 이용한 존 체임벌린, 폐차를 압축해 쌓아올린 세자르, 금·나무·타이어를 이용해 거대한 건축물을 만든 수베로 등을 들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난 국제적 미술운동인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현대 도시의 파괴되고 버려진 폐품을 작품에 차용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고, 한편으로는 자원 보존을 강조하는 의미로 이미 유용하게 사용했던 사물들을 활용함으로써 ‘녹색 환경’ 개념을 강조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물질문명의 폐기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예술로 승화하려는 긍정적 입장을 취해 세계적 환경 미술가로 평가된 영국의 토니 크랙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1980년대부터 영국 해안에 버려진 쓰레기를 모아 아름다운 평면 회화와 설치 미술로 재탄생시켜 명성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중반부터 젊은 작가들이 이러한 경향의 미술운동을 전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대표적 그룹이 ‘대성리 전’이었다. 경기도 양평 인근 한강변 대성리에서 일상 용품 쓰레기를 소재로 야외 설치 조각을 발표한 미술운동이었다.
그 이후에도 1990년대 중반까지 집단창작 형식으로 젊은 작가들이 여러 지역에서 산업 폐기물을 이용한 설치 미술을 선보여 ‘환경 미술’ 운동이라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신세대 작가 포리 심도 이러한 맥락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주로 용도 처분된 전자제품이나 장난감 등을 모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품으로 주목받는다. 작가가 이러한 부품을 재조립해서 보여주는 것은 로봇이다. 매우 재미있는 표정의 로봇은 친근감을 준다. 그래서 젊은 층에서 반응이 좋다.
일상생활의 쓰레기를 새로운 예술을 승화한다는 점에서 ‘업사이클링 아트’라고 평가되고 있다. 물질문명 부산물의 해악을 젊은 감각의 유머로 포장하는 셈이다.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말하지 않으면서 경각심을 주는 작가의 솜씨가 울림이 크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