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성범죄 발생에 여성 전용 칸 요구 목소리…철도당국 운영상 어려움 호소하며 ‘커튼’ 등 대책 마련
논란은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6월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열차 안에서 남성이 옷을 모두 벗고 잠을 자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엔 ‘열차에 타고 있던 여성들이 놀랐고, 신고로 출동한 공안 관계자가 남성을 체포했다’는 글이 첨부돼 있었다.
안후이성 공안당국은 다음 날인 16일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공안에 따르면 40대 남성 뤼 아무개 씨는 술을 마신 뒤 열차 일등석 객실에서 잠이 들었다. 속옷조차 입지 않은 상태였다. 같은 칸에 타고 있던 한 여성이 신고했고, 공안이 뤼 씨를 데리고 갔다. 공안은 공공장소에서 몸을 노출한 혐의로 뤼 씨는 5일간 구금한 뒤 풀어줬다고 밝혔다.
신고를 했던 승객 궈 씨는 뤼 씨가 잠을 자다가 여러 번 깼다고 전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보니 한 남성이 벌거벗은 채로 자고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덮지 않은 전라였다”고 했다. 이어 궈 씨는 “그는 두 번 정도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소리도 질렀다. 마치 일부러 자기 몸을 노출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술에 취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궈 씨는 휴대전화로 이 모습을 촬영해 출동한 공안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영상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와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체포된 뤼 씨는 술에 취해 잠들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졌다.
사건이 알려진 후 다시 ‘열차 칸 남녀 따로 타기’ 목소리가 불거졌다. 2022년 열차에서 자고 있던 여학생이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일이 벌어진 후 비슷한 요구가 나왔지만 철도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침대칸만이라도 남녀를 구분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이 역시 묵살됐다.
열차에서 성폭력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2023년 4월 한 여성단체는 다시 야간에 한해 남녀를 따로 배치해주길 바라는 민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철도당국은 “좌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또 승객들 간 합의로 좌석을 바꿀 수도 있다”고 밝혀 빈축을 샀다.
남녀를 따로 분리해서 태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철도당국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한다. 한 누리꾼은 “심야의 열차 칸은 밀폐된 공간이다. 언제든 성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중국 남성들의 성인지 수준은 떨어진다. 여성들이 이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철도당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당국은 남녀 칸을 따로 나누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당국 관계자는 “효율적이지 않다. 승차권 판매, 운영 등에 있어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가족이 탈 경우는 어떻게 하나. 이를 받아주면 나중엔 노인 칸, 아동 칸 등등 수많은 민원들이 쏟아질 것이다.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철도당국 입장에 한 대학 교수는 “지금 철도 부문엔 승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맞춤형 칸을 운영하고 있다.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승객들을 위한 ‘침묵실’이 대표적이다. 애완동물을 동반해 탈 수 있는 객실도 있다. 그런데 왜 남녀를 따로 태울 순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열차 전체를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여성 전용 객실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최근 중국 열차엔 승객 맞춤형 객실이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침묵실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엔 산책실 상품도 출시됐다. 산책실은 한 칸 전체를 산책 코스처럼 꾸며 놓은 객실로 가족 단위에 인기가 많다. 철도당국 측은 “다양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물론 남녀 구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이유다. 한 철도 전문가는 “칸을 나눠서 타는 게 만병통치약이 될까. 이런 문제들은 열차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선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상호 배려와 법 준수가 필요한 것이지 남녀 대결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운영상 어려운 것은 둘째 치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취지다.
철도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도 “사회적 공공 자원은 한계가 있다. 열차도 마찬가지다. 칸을 세분화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부부는 따로 타야 하나. 커플, 아들을 데리고 타는 어머니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예외가 많다. 기차 칸을 남녀로 나눈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철도당국은 이런 사건의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침대칸의 경우 의무적으로 커튼을 설치해야 하고, 야간엔 수시로 순찰을 하기로 했다. 공안당국은 열차 안에서의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처벌이 미미했다는 지적이 높았는데, 이제부턴 관련 법률 및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