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대전 황선홍 퇴진론, U-23 이민성 아시안게임 앞두고 불안…K리그2 화성 차두리·승격팀 인천 윤정환 지도력 입증
국내 축구계에서 2002 한일 월드컵 멤버는 '핵심 인사'로 통한다. 당시 엔트리 23인 중 다수가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고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들 역시 선수 시절의 성공가도를 이어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신화를 만든 월드컵 이후 24년이 흐르는 시점, 지도자 생활을 하는 당시 영웅들의 명암이 더욱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실망감, 또는 기대감을 안긴 감독들은 누가 있을까.

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대한민국에서는 축구 지도자의 최고 영광으로 A대표팀 감독직이 꼽힌다. 비교적 젊은 세대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이전까지 지도자들은 최종 목표로 국가대표 감독직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한일 월드컵 멤버 중 A대표팀 감독을 맡은 인물은 홍명보 전 감독이 유일하다. 4강 진출을 달성한 한일 월드컵 이후 열린 6차례 월드컵 가운데 홍 전 감독은 두 대회에 사령탑으로 출전했다.
앞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경험했던 홍명보 전 감독은 협회 전무이사, 울산 HD 감독직을 거쳐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이후 다시 한번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기회를 잡게 됐다. 부임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으나 대회에 임박해서는 기대감이 모아지기도 했다. 홍 전 감독이 두 번 지휘봉을 잡은 12년 사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폭 늘어났다. 마침 월드컵의 난이도 또한 이전보다 내려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홍 전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직후 다시 곤두박질 쳤다. 대회에서 1승 2패, 토너먼트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임 과정에서의 잡음을 대회 결과로 만회하려 했으나 성공에 이르지 못했다. 그는 결국 책임을 묻겠다는 국회의 의지 때문에 청문회에 나서는 처지가 됐다.

또 다른 '2002년 영웅' 황선홍 감독도 위기에 놓여 있는 인물이다. 선수 시절 동기인 홍 전 감독에 앞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황 감독의 커리어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K리그와 국내 컵대회 우승으로 찬사를 받는가 하면, 강팀을 맡고도 저조한 성적으로 질타를 받았다. 하락세를 타던 중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이어 올림픽 대표팀까지 맡게 됐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올림픽 대표팀을 무난히 이끈다면 A대표팀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황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은 40년 만에 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겪었다.
지도자 경력에 큰 타격을 맞았으나 대전 하나 시티즌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지난 시즌 팀을 2위로 올려놓으며 명예 회복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해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리그 20경기, 4승 8무 8패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을 두고도 혹평이 이어진다.
문제는 대전이 리그 내 '빅클럽'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선수단에 국가대표팀을 오가는 국내 정상급 자원이 즐비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엄원상, 하창래 등 국내 자원과 루빅손, 디오고 등 외국인 선수까지 고루 영입됐다. 대전의 하위권 성적은 현재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황 감독을 둘러싼 대전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황 감독과 함께 이민성 감독 역시 불안한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황선홍 감독에 앞서 대전 지휘봉을 잡다 황 감독이 빠진 U-23 대표팀을 맡았다.
현 U-23 대표팀은 중요한 관문을 앞두고 있다. 오는 9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개막한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이민성 감독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이면서 대회 성적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다.
2025년 대표팀 선임 이후 친선전에서 베트남, 중국 등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해 불안감을 노출한 그는 '실전'이었던 U-23 아시안컵에서 4위에 그쳤다. 이를 계기로 이민성 감독의 임기는 아시안게임 종료 시점까지로 제한됐다. 당초 아시안게임을 통한 중간평가 후 2028 LA올림픽까지 팀을 이끌 수도 있는 계약 형태였다. 이후 대표팀은 지난 6월 전지훈련에서 아랍에미리트를 상대로 무승부(1-1), 키르기스스탄에 패배(0-1)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외에도 최진철, 김남일 전 감독 등은 지도자로서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모두 K리그 구단을 지도하다 성적 부진으로 각 팀에서 물러났다. 최진철 전 감독은 2016년 포항 스틸러스 이후 국내 무대에서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2022년 성남 FC에서 떠난 김남일 전 감독은 최근 방송인으로 활약하면서 그라운드와 거리를 두고 있다.

2002 월드컵 멤버 출신 감독들이 부침만을 겪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지도자 중 하나는 화성 FC를 이끌고 있는 차두리 감독이다.
국가대표팀(코치), FC 서울 유스팀(감독) 등을 거친 그는 2025시즌부터 화성 지휘봉을 잡으며 성인 무대 감독직을 시작했다. 첫 시즌 K리그2에서 10위를 기록할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올 시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화성은 리그 상위권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조심스레 승격 가능성도 언급된다.
창단 2년 차, 넉넉하지 못한 시민구단을 이끌고 있음에도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내고 있는 차 감독에게 호평이 쏟아진다. 벌써부터 '국내 빅클럽에서 차기 감독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축구계 후문까지 도는 상황이다. 감독 경력이 길지 않은 차두리 감독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윤정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돌풍을 넘어 안정세에 접어든 지도자로 통한다. 2011년 일본 J리그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해 긴 경력을 자랑한다. 한국과 일본 무대를 오가며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잠재력을 폭발시킨 때는 강원 FC 시절이다. 직전 시즌 강등권에 머문 팀을 2024시즌 K리그1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인천으로 팀을 옮겨 K리그2 우승을 차지했다. 승격 1년 차인 이번 시즌 팀을 중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차두리, 윤정환 감독 모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들이다"라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런데 그 성적보다 경기력의 수준은 더 높다고 생각한다. 차 감독은 빠르고 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인상적이다. 윤 감독은 세밀한 빌드업이 돋보인다. 승패를 떠나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는 지도자들"이라고 평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