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징역 18년 선고, 피해자들 배상명령 신청은 각하…보완수사권 논란 속 피해자들 검찰에 집단 진정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월 27일 청와대와 서울남부지검 등에는 사기 등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고 수감된 40대 박 아무개 씨의 자금 경로를 검찰이 수사해 달라는 집단 진정서가 접수됐다. 최소 20여 명의 피해자들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실화하면, 자금 추적의 길이 좁아질 수 있다고 보고 서둘러 이같이 나섰다.
이른바 '학부모 모임 사기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태는 지난해 일요신문 보도로 공론화했다(관련기사 [단독] "10억대 아파트 반값에…" 40대 간 큰 주부 '200억대 사기' 미스터리). 주부인 박 씨가 학부모 모임을 통해 피해자들에 접근해 싼값에 아파트를 매입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63명한테서 약 278억 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지난 7월 8일 박 씨에게 사기 등 혐의로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에 추가 투자를 유도하고자 주변 지인까지 끌어들이게 만드는 등 대량의 피해자를 낳아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들의 배상명령 신청은 각하했다. 이는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박 씨가 가로챈 최소 278억 원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누구도 모른다는 점이다. 박 씨는 재판 때마다 피해금을 돌려주겠다고 공언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박 씨 말을 믿고 기다렸던 피해자들도 뒤늦게 소송에 참여했고, 사건이 잇따라 병합되면서 재판이 장기간 지연된 바 있다.
피해자들은 박 씨가 소유한 충남 서산의 작은 토지만 찾아냈다. 박 씨는 이 땅이라도 처분했다면 피해 회복에 미세한 보탬은 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들은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강제경매 결과, 낙찰자는 다름 아닌 박 씨의 친오빠였다. 피해 회복에 쓰였어야 할 재산이 경매를 거쳐 다시 박 씨 가족 손에 들어간 셈이다. 수억 원의 피해를 본 한 피해자에게 돌아온 배당금은 수백만 원에 불과했다.

피해자들은 검찰에 직접 수사를 촉구했다. 경찰 수사로 찾지 못한 자금 추적의 단서를 검찰이 잡아 달라는 호소다.
실제 이번 사건은 박 씨의 사기 범행과 책임은 인정됐지만, 피해 회복과 직결되는 자금 추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2025년 11월 박 씨를 송치하며 "사기 사건은 피해자 회복을 위한 자금 추적이 기본이지만, 이번에는 여러 사정상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일요신문에 밝히기도 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에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검찰 수사 권한마저 좁아진다면, 수백억 원대 은닉 자금을 찾을 마지막 동아줄도 끊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고소장 접수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을 모두 겪어본 피해자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사건 이해도와 수사 의지, 적극성 등에서 검찰이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들은 재판 때도 줄곧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과 검찰 수사권 축소에 따른 우려를 공유해 왔다고 한다.
한 피해자는 "경찰은 사건을 처리하는 자체에 집중한다는 인상이 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 씨가 다른 피해자 명의로 주식을 굴리며 남긴 수만 건의 석연찮은 거래 기록 등 복잡한 자료 맥락은 그나마 검찰이 이해하고 짚어냈다"고 말했다.
진정서를 접수한 서울남부지검 측은 7월 31일 "현재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 계획 등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씨 남편도 범행 공모 의혹으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건 처리가 더디다. 경기 부천소사경찰서는 지난 4월 박 씨 남편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요구로 3개월 더 보완수사를 벌여 재송치하는 등 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수사가 기약 없이 길어지는 동안 피해자들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박 씨의 '반값 아파트' 사기로 대출을 받았던 피해자 일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살던 집이 강제경매로 넘어가기도 했다.
박 씨는 징역 18년이 선고된 1심 판결이 과하다며 항소한 상태다. 검찰도 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