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박 씨, 새만금 개발사업 과정서 박세리희망재단 도장 도용…“아빠니까 나섰다” 해명, 사실상의 자백 수준
박세리 이사장이 아버지를 고소하기에 이른 이유는 부친 박준철 씨가 박세리희망재단 도장을 도용했다는 부분 때문이다. 시작은 새만금개발청(새만금청) 보도자료였다. 6월 13일 새만금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새만금 해양레저관광복합단지 개발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우선협상자가 제안한 ‘박세리희망재단이 참여하는 국제골프학교 사업’이 허위 서류로서 실현 불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우선협상자 지정 취소 처분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새만금청은 2022년 4월 새만금 관광레저용지에 ‘해양레저관광복합단지 사업’을 공모하고, 평가심의회를 거쳐 2022년 5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새만금 해양레저관광복합단지’는 새만금청이 진행했던 3000억 원 이상 규모 개발 사업으로 새만금 관광레저용지에 민간 주도로 1.64㎢ 규모의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새만금청은 2022년 6월 6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선정했는데 해당 컨소시엄은 해양 골프장, 웨이브파크, 마리나 및 해양레포츠센터 등의 관광·레저시설과 요트 빌리지, 골프 풀빌라 등의 주거·숙박시설, 국제골프학교 조성 등을 제안했다. 해당 제안서에 박세리 부친이 가짜로 꾸민 박세리희망재단 명의 의향서가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리 부친이 자신을 재단 회장이라고 참칭하며 재단 도장을 도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새만금청의 설명이다.
새만금청은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사업계획 검증 및 협의 단계에서 재단에 직접 사업 의향을 물었으나 재단은 ‘모르는 일’이라는 내용으로 답했다. 이에 새만금청은 박 씨의 부친이 제출한 해양레저관광복합단지 사업의 ‘국제골프학교 조성’ 계획이 허위로 실현 불가능한 것임을 확인하고 우선협상자 지정 취소 처분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새만금청은 민간사업자가 가처분 등 소송을 제기할 것에 대비해 법률 자문도 마친 상태다.
또 새만금청은 사업계획 검증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의 허위 서류 제출 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만금청은 민간사업자에게 총 직접투자비의 2%에 해당하는 우선협상이행보증증권을 요구했으며 허위 서류 제출 등 협상 미이행 시 이 보증증권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다. 새만금청은 전체 직접 투자비 3000억 원 중 2%인 약 60억 원의 ‘우선 협상 이행보증증권’을 회수해 국고 손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새만금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민간사업자는 박세리 부친이 추진하고자 했던 국제골프학교 사업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세리 부친이 박세리희망재단 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발표에도 참여하니 정말 그가 박세리를 대변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6월 11일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준철 씨를 고소한 사실을 전하면서 공식 홈페이지에 ‘박세리 감독은 국제골프스쿨, 박세리 국제학교(골프 아카데미 및 태안, 새만금 등 전국 모든 곳 포함) 유치 및 설립 계획·예정이 없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재단 측 법률대리인은 “박세리희망재단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단체의 재단법인으로 정관상 내·외국인학교 설립 및 운영을 할 수 없다”며 “국제골프학교 설립 추진 및 계획을 세운 사실이 없고, 앞으로도 어떠한 계획이 없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일련의 사건으로 2023년 9월 박 이사장은 박준철 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했고, 지난 5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일련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6월 18일 서울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박준철 씨 사문서위조 혐의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박 이사장은 이날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약 1시간 가까이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박 이사장은 재단이 부친을 고소한 배경에 관해 설명하면서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이 일로 부녀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냐’는 물음에 “전혀 무관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오랫동안 이런 문제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박 이사장은 “가족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최선을 다해왔지만, 아버지의 채무 문제는 하나를 해결하면 마치 줄이라도 서 있었던 것처럼 다음 채무 문제가 생기는 것의 반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은 부친 빚 변제가 불가하다고 선언했다. 박 이사장은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더 이상 아빠 채무를 변제하긴 어렵다”면서 “이 사건 이후로는 아버지와 연락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자의 ‘지금까지 부친 총 채무가 얼마냐’는 질문에 박 이사장은 구체적인 채무액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대전 자택 경매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부정확한 보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최근 법원은 박 이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단독 주택과 관련해 강제 경매 개시 결정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으며, 법원이 이를 인용하며 경매 집행은 정지된 상태다. 다만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등 소송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아빠 채무 관련 문제로 집이 경매에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경매에 나와 있지 않다. 법적으로 올바르게 처리하고 있다. 제 명의로 집을 인수해서 문제 될 것이 없다. 경매가 진행 중인 것도 아닌데 언론에서 경매로 넘어간 것이 확정된 것처럼 나왔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과 24년 인연을 맺어 온 한 기자의 질문에 박 이사장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오학열 브릿지경제 기자가 “2000년부터 오랫동안 봤고, 현장에 있던 기자로서 이런 일이 있던 게 안타깝고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박준철 씨나 어머니나 언니나 함께했던 시간이 보기 좋았다. 박 프로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가족과 소통이 되는 상황인데 이런 일이 생기기 전 막을 순 없었나”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에 박 이사장은 1분간 말을 잇지 못했고, 감정을 억누르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박 이사장은 이 질문에 그동안 부친과의 갈등을 인정했다. 박 이사장은 “눈물이 안 날 줄 알았다. 화가 너무 나서…”라며 “아빠와의 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6년 은퇴 이후 문제가 터지면 항상 갚아줬다. 가족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최선을 다해왔지만, 아빠의 채무 문제는 하나를 해결하면 마치 줄이라도 서 있었던 것처럼 다음 채무 문제가 생기는 것의 반복이었다.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더 이상 아빠 채무를 변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재단 차원에서 고소장을 냈지만 제가 이사장이고, 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며 고소를 결정하게 된 이사회 분위기를 묻는 말에 "제가 먼저 사건의 심각성을 말씀드렸고, 제가 먼저 고소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내놨다. 그것이 재단 이사장으로서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 박 이사장이 부친을 고소했다는 사실보다는 부친 빚을 더 이상 변제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전 국민에게 했다는 데 방점을 뒀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핵심은 이제 누가 박준철 씨 빚을 가져오더라도 자신은 더 이상 갚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수많은 연예인이 비슷한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때마다 고소나 소송 과정 설명보다는 대중에게 ‘나와 부친은 인연이 끊겼으니 돈 빌려주지 말고, 그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걸 알리는 거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과거 김혜수, 장윤정, 한소희 등 톱스타들이 부친이나 모친 빚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연예인들은 대부분 일정 이상 빚을 갚다가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기자회견이나 입장 표명 등으로 ‘관계 단절’을 알리면서 상황을 종료했다. 결국 박 이사장도 이 같은 수순을 거쳤다는 해석이다.
기자회견 이후 6월 19일 박준철 씨도 입을 열었다. MBC 보도에 따르면 박준철 씨가 사문서위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과 관련해 “아빠니까 나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박 씨는 박세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박세리희망재단 명의 도장을 도용한 혐의에 대해 “시공사 측이 재단 의향서가 필요하다고 해 동의만 해줬다. 박세리가 있어야 시공사와 대화할 때 새만금이 사업을 인정해주지 않겠냐는 생각에 도장을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도장을 몰래 제작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박 씨는 “몰래 만든 게 아니다. 재단 설립 전 세리인터네셔널 회장 시절 만든 도장을 사용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씨의 이 같은 말에 박세리희망재단 측은 “박 씨는 현 재단에서 어떤 역할이나 직책도 맡은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준철 씨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앞으로 법적인 문제는 어떻게 진행될까. 홍진현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는 “박준철 씨 최근 입장은 자백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는 “현재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보면, 박세리 부친 박준철 씨가 새만금 해양레저관광복합단지 개발사업 참여를 목적으로 박세리희망재단 명의 서류를 위조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 이번 사건이 단순히 위조된 문서만이 문제라면 박준철 씨는 박세리희망재단 명의의 서류를 위조한 사문서위조죄, 동행사죄와 관련한 처벌을 받게 되겠지만,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보면 더욱 큰 법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는 “새만금개발청 6월 13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위조된 서류는 ‘박세리희망재단이 참여하는 국제골프학교 사업’과 관련한 서류로 보인다. 새만금 개발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대기업 컨소시엄(글로벌블루피아랜드) 대표사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 측에서는 자신들도 ‘박 씨에게 속았다’면서 박 씨가 박세리희망재단 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마치 전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희림은 이미 박 씨와 골프학교 설립을 위한 MOU까지 맺은 만큼,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홍 변호사는 “박세리희망재단 측 입장발표를 보면, 재단에서는 박준철 씨가 재단 명의 도장을 위조해 사용한 것이고, 이미 2023년 9월 박 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해 최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박 씨가 권한 없이 재단 명의 문서를 작성한 혐의는 어느 정도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준철 씨가 재단 명의 문서를 위조한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마치 박세리희망재단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것처럼 행세하면서 새만큼 개발사업과 관련한 재산상 이익을 취한 사실이 있고, 이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본 주체가 있다면 사기죄로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 변호사는 “최근 보도에 따르면 박 씨가 ‘아빠니까 나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아무리 부친이라고 하더라도 딸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 명의 문서에 임의대로 도장을 날인할 권한은 없다. 부모와 자식 간에 처벌하지 않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재산과 관련한 범죄에 국한되고, 이번 사안과 같이 권한을 위임받지 않고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법행위다. 딸 명의 문서여도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이고, 하물며 이번 사안은 딸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 명의의 문서이므로 더더욱 안 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홍 변호사는 “일각에서는 ‘박준철 씨가 박세리희망재단의 이사회 명단에 없고 재단 등기이사도 아닌 점, 재단의 대표권은 박세리 1인으로 제한되어있는 점 등을 들어 희림 측에서도 박 씨가 대표권이 없다는 사실에 대하여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만약 희림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박 씨와 손을 잡고 새만금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이라면 공범으로서의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