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하이마트 선종구 전 회장 자택 가압류 까닭

고작 20억이라고? 이중 잠금장치야

▲ 하이마트가 선종구 전 회장 자택을 20억 원에 가압류해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일요신문 DB

지난 2011년 11월 유진그룹과의 경영권분쟁으로 촉발된 하이마트 매각이 1년 만인 지난 10월 31일 완료됐다. 하이마트는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롯데하이마트’로 변경하는 등 새 출발을 알렸다. 매각이 완료됨에 따라 지분 18.22%를 보유해 2대주주였던 선종구 전 회장은 주당 7만 원씩, 총 매매대금 2871억 원을 쥐게 됐다. 그런 선 전 회장의 자택을 하이마트가 최근 가압류하고 선 전 회장 아들 현석 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계열사를 해산한 사실을 <일요신문>이 처음 확인했다. 하이마트가 ‘선과의 전쟁’에 나선 셈이다.지난 10월 11일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5××5호,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자택이 가압류됐다. 이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에 의한 것으로 청구금액은 20억 원, 채권자는 주식회사 하이마트다. 선종구 전 회장은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 원대 손해를 끼치고 자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회사는 재판 결과에 따라 선 회장으로부터 배상을 받으면 되는 상황에서 왜 가압류를 한 것일까.

하이마트 측은 공식적으로 “부담스럽다”며 가압류 이유에 대해 밝히길 꺼렸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상처가 커서 직원들이 그분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재계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횡령·배임 재판 선고가 내려지기 전이지만 나중에 배상액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선 전 회장이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조치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혹자는 “당연한 조치”로, 혹자는 “급박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선 전 회장의 타워팰리스에는 이미 두 건, 총 988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시기도 앞선 데다 근저당은 가압류에 우선한다. 채무자 주식회사 엔바인, 근저당권자 S 보증보험의 채권최고액 30억 원(근저당권자 S 보증보험)과 채무자 선현석, 근저당권자 국(처분청 역삼세무서)의 약 958억 원 그것. 앞의 근저당은 선 전 회장이 자택을 담보로 골프장 개발 시행사 (주)엔바인에 대출한 금액이고 뒤는 아들 선현석 씨에게 부과된 증여세 연부연납(분할 납부)에 대한 담보다(<일요신문> 1058호 보도).

근저당 988억 원에 가압류 20억 원. 선 전 회장 자택에 걸린 채무가 1000억 원이 넘지만 선 전 회장이 갚을 능력이 없지는 않다. 하이마트의 매각이 완료됨에 따라 선 전 회장이 보유했던 하이마트 주식 430만 1289주(지분율 18.22%) 매각 대금이 지급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 전 회장은 1주당 7만 원을 받았다. 매각 대금은 총 2871억 원. 아들 현석 씨(20만 주, 140억 원)와 현석 씨가 최대주주인 IAB홀딩스(60만 주, 420억 원) 몫까지 합치면 3431억 원에 이른다. 주식을 함께 매각한 유진기업에 지난 31일 ‘매매대금 입금이 전액 완료됐다’고 공시했으니 선 전 회장 측도 이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이 돈이 고스란히 선 전 회장에게 돌아가지는 않을 듯하다. 그는 이전 하이마트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 총 1324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주식은 자택과 함께 증여세 연부연납의 담보로도 제공됐다. 선 전 회장 일가의 다른 재산을 차치하고 단순 계산으로 주식 매매대금으로 대출과 세금을 완납(채권최고액 기준)하면 559억 원이 남는다.

일반인이 보기엔 아직도 거액이지만 재판결과에 따라 선 전 회장은 더 많은 추징금과 배상액을 내놓아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이마트가 고작(?) 20억 원에 그의 자택을 가압류한 이유인지도 모른다.한편 하이마트의 100% 자회사인 HM(에이치엠)투어는 지난 10월 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해산을 결의했다. HM투어는 선 전 회장의 아들 선현석 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 사실 하이마트의 매각이 결정된 지난 7월부터 선 대표의 사임은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하이마트는 선 대표의 사임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중분해’시킨 셈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연매출은 10억 원대에 불과한데 결손이 많아서 해산했다”며 “선현석 씨는 더 이상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성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