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상대 회사 지분 10%씩 보유…비상장주식 가치평가·정산 방식이 최대 변수

효성가 3세 형제 갈등은 2011년 전후 경영권 승계와 그룹 내부 감사를 둘러싼 마찰에서 시작돼 2014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본격화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조현준 회장이 경영에 관여했거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을 상대로 감사를 진행한 뒤 2013년 그룹 경영에서 물러났고, 이듬해 조현준 회장과 계열사 전·현직 임원 등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조현준 회장도 2017년 조현문 전 부사장이 비상장주식 매입 등을 요구하며 자신을 압박했다고 맞고소하면서 형제간 법적 분쟁이 장기화했다.
삼형제가 지분 관계를 완전히 분리하려면 특히 세 형제가 ‘8 대 1 대 1’ 비율로 지분을 나눠 가진 비상장사 3곳(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동륭실업·신동진)의 교차지분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과제로 꼽힌다.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는 조현준 회장이 80%, 동륭실업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80%, 신동진은 조현상 부회장이 80%를 보유하고 나머지 지분은 다른 두 형제가 각각 10%씩 갖고 있다.
이들 세 회사는 모두 부동산 임대업 관련 회사로,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신동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각각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동륭실업은 과거 종로구 효제동에 건물(토지 포함)를 보유했다가 현재는 처분한 상태다.
이들의 지분 관계가 10년 넘게 정리되지 않은 주요 요인으로 비상장주식의 가치 산정과 정산 방식이 거론된다. 지난해 기준 세 회사의 자본총계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1392억 원, 동륭실업 1490억 원, 신동진 2058억 원이다. 총자산은 각각 2226억 원, 1500억 원, 2509억 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총계에 지분율(10%)을 단순 적용한 장부상 참고가치는 각각 약 139억 원, 149억 원, 206억 원이지만, 회사별 자산 구성과 재무구조가 다른 만큼 실제 지분가치 산정에는 별도의 평가가 필요할 수 있다.

반면 조현문 전 부사장 측은 지난달 28일 공판에서 과거 효성 측이 비상장주식을 맞교환하고 가격 차이를 현금 등으로 정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취지의 자료를 제시했다. 조현준 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해당 검토 결과를 직접 보고받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양측 모두 지분 관계 정리 방안을 언급하고 있지만, 지분가치 평가와 정산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엇갈려 합의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재판과 별개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형제 사이가 틀어진 상황에서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 상대방에게 그만큼의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결국 지분가치에 대한 양측의 기대 수준이 달라 현재로서는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상장사는 시장가격이 없어 순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보유자산 등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평가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지분 소각이나 맞교환 모두 결국 각 지분의 적정가치를 얼마로 인정할지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장기간 소송은 양측 모두에게 비용과 부담이 되는 만큼 재판과 별개로 지분 정리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재판과 협상을 병행하다 법적·재산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 최종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