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단체 및 종교단체 협업 통해 중고의류 커머스 플랫폼 넘어 기부 플랫폼까지
2023년 연말 즈음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 부근을 지나는 트럭 확성기에서 흘러나온 소리다. 확성기로 고장 난 컴퓨터나 가전제품, 내지는 중고 가전제품 등을 산다고 방송하며 다니는 트럭은 종종 볼 수 있지만, 헌 옷을 산다는 트럭은 흔치 않아 당시 SNS에서도 잠시 화제가 됐었다.
최근 헌옷을 수거해 판매하는 중고의류 커머스 플랫폼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헌옷은 헌옷수거함에 버리는 게 유일한 처리 방식이었다. 그나마 아이들 옷은 몇 번 입지 않은 사실상 새 옷인 경우가 많아 친지나 지인 등에게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헌옷은 헌옷 수거함 밖에 갈 곳이 없었다.
요즘에는 헌옷 수거를 요청하면 수거해 간 뒤 세탁 및 검수 과정을 거쳐 홈페이지 등에서 판매하며 배송 및 환불까지 대행해주는 중고의류 커머스 플랫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거를 요청한 판매자는 버리려던 헌옷으로 일정 수입을 얻고, 헌옷 구매자는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차란, 코너마켓, 리클 등 중고의류 커머스 플랫폼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2024년 본격적으로 업계에 진출한 다시웰은 본격적인 사업 시작에 앞서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트럭을 타고 주택가 여기저기를 누볐다.
다시웰 황찬욱 대표는 “사실 확성기를 틀고 트럭을 타고 다닌다고 헌옷을 팔려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긴 힘들다”라며 “그렇지만 본격적인 사업 시작에 앞서 시민들의 헌옷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 주택가로 나선 것이다. 시민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제대로 된 사업 방향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황 대표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헌옷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버리는 행위’ 내지는 ‘기부’였다. 더 이상 입지 않아 헌옷 수거함에 내놓는 것은 집안 수납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버리는 행위’가 가장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두 번째는 ‘기부’인데 헌옷 수거함에 헌옷을 내놓으면 어딘가로 기부돼 잘 쓰일 거라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다.
반면 헌옷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고가의 유명 브랜드 헌옷이 그냥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소위 명품으로 분류되는 브랜드의 헌옷도 버려지고 있을 정도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24년 연초 다시웰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기본적인 사업 모델은 기존의 중고의류 커머스 플랫폼과 비슷하다. 네이버와 구글 등에서 다시웰을 검색해 홈페이지에 접속해 ‘빠른 수거 신청’을 통해 신청하면 다시웰 측에서 수거키트를 각 가정으로 보내준다. 신청자는 수거키트에 헌옷을 잡아 다시웰로 연락하면 수거해간 뒤 헌옷의 상태를 확인한 뒤 무게를 측정해 매입비용을 통보한 뒤 송금해준다.
다시웰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명품이나 유명 브랜드 헌옷을 전문적으로 수거해 별도의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웰은 3월부터 그립(GRIP)을 통해 라이브 방송으로도 헌옷을 판매하고 있다. 첫 방송은 골프의류를 중심으로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는데 유명 브랜드 헌옷을 물론이고 새 옷도 판매가 돼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후에도 헌옷을 중심으로 아동 의류와 잡화 등의 라이브 방송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특히 다시웰은 라이브 방송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이런 저런 선물도 제공하고 있다.
다시웰의 그립 라이브 방송이 인기가 높은 까닭은 명품과 고급 브랜드는 물론이고 최신 유행 아이템이 민감하게 반응해 구매력 높은 헌옷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웰에 황찬욱 대표를 비롯해 오랜 기간 패션업계에 종사해온 전문가들이 여럿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명품과 고급 브랜드 의상은 위탁 판매도 병행해 전반적인 제품 수준을 향상 시키고 있다.
다시웰이 다른 중고의류 커머스 플랫폼과 가장 큰 차이점은 기부단체 및 종교단체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 대표는 “트럭을 타고 시민들을 직접 만나며 느낀 두 가지 화두는 이런 환경 보호와 함께 기부였다. 환경 보호는 기본이고 기부와 관련된 부분도 적극 고민 중인데 그 시작점이 기부단체 및 종교단체와의 협업”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인 방식은 헌옷을 매입하는 것이지만 종교단체와는 단순 거래가 아니다. 교회나 절 등 종교단체 신도들을 통해 헌옷을 수거해 제공하면 다시웰은 일반 매입비용에 약간의 기부금을 더해 종교기관에 제공한다. 버려지려던 헌옷이 누군가에게 판매돼 다시 사용되는 환경 보호는 기본, 헌옷 판매 대금이 기부로 이어져 좋은 용도로 활용되는 ‘기부 플랫폼’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한 셈이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다시웰은 이처럼 기존 중고의류 커머스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헌옷에 대한 생각에 충실한 것이 사업의 기본이라는 믿음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