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용량 적어 문제될 가능성 낮아”…“다이어트 일시적 도움될 수 있지만 성분 따라 건강해칠 수도”
최근 저가 커피 브랜드 ‘컴포즈 커피’에서 여름 시즌 한정 메뉴로 출시한 제로 음료를 마시고 설사‧복통‧복부 팽만 등의 소화기 계통 질환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 올린 글을 종합해보면 ‘제로슈가 캐모마일 리프레시’ ‘제로슈가 청포도 그린티’ ‘제로슈가 복숭아 아이스티’ 등의 음료를 마신 후 배가 부글부글 끓거나 복통이 생겼으며, 설사를 수차례 하고 나서야 증상이 잦아들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컴포즈 커피는 신제품 출시 8일 만에 제로슈가 제품 3종을 판매 중단했다. 컴포즈 측은 “제조사를 통해 성분을 확인한 결과 성분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면서도 “극소수 일부 고객으로부터 접수된 내용임에 따라 현 사안이 경미하다고 볼 수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가맹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대체당(감미료)을 첨가한 제로 음료 열풍이 계속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제로슈가(슈거)’ 제품을 선택했는데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요신문i’가 지난 1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로슈거’ 표방 식음료 26종에 첨가된 대체당(감미료)을 분석해 본 결과 아세설팜칼륨‧수크랄로스 등의 ‘인공 감미료’가 첨가된 제품(천연‧인공 감미료 중복포함)은 24개, 알룰로스‧스테비올배당체 등 ‘천연 감미료’가 포함된 제품은 7개(중복포함), 말티톨 등 ‘당 알코올’이 첨가된 제품은 2개였다.
인공‧천연 감미료, 당 알코올 등 대체 감미료는 모두 설탕보다 수십 배에서 많게는 수백 배까지 단맛을 내기 때문에 극소량으로도 설탕과 비슷한 당도를 낼 수 있는 데다 칼로리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제로슈거 식음료에 사용된다. 감미료별로 단맛을 내는 특성이 달라 여러 감미료를 조합해 제로슈거 제품을 만든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제로슈거 제품에는 극소량의 대체 감미료가 사용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국내 식‧음료에 사용되는 대체 감미료는 모두 국제적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고 지금까지 대체 감미료의 인체 독성이 확실하게 확인된 경우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제로슈거 제품에 사용되는) 대체 감미료는 워낙 사용량이 적기 때문에 문제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을 예로 들며 “아스파탐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피클과 김치 등 절임 채소류가 속한 2B군으로 분류했다”며 “인체 관련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 2B군에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WHO가 발표한 아스파탐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1kg당 40mg 수준이다. 체중 60kg 성인 기준, 막걸리 33병을 마셔야 넘길 수 있는 양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컴포즈 커피의 제로 음료에 포함된 대체 감미료 ‘말티톨’, ‘에리스리톨’ 등 당 알코올도 일반적으로 소량을 섭취하면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낮다. 다만 소화기 계통 문제가 잦은 사람이라면 ‘다량’ 섭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SNS에서 영양 건강 정보를 연재하는 양하린 신경과 전문의(아름다운신경과 원장)는 “당 알코올류 감미료를 다량 섭취하는 경우 완화제 효과를 일으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소장 내 세균 과잉 증식 등 소화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며 “이를 신체가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 상태로 대장에서 발효돼 가스를 발생시키거나 복부팽만감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다이어트만 위해 제로슈거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양하린 전문의는 “단순히 체중감량만 목표로 한다면 제로 제품 섭취가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그리고 궁극적으로 건강을 위한다면 칼로리뿐 아니라 원재료명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HO는 지난해 5월 발표한 ‘비설탕 감미료(NSS)에 대한 지침’에서 “제로 칼로리, 제로슈거 식품을 체중 감량 목적으로 먹는 것을 중단하라”며 “NSS는 필수 식이요소가 아니며 영양가가 없다. 사람들은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식단의 단맛을 완전히 줄여 나가야 한다”고 권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