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은 빛을 그리면서부터다. 세상을 보는 방식을 빛의 해석에서 찾으려는 노력으로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빛 자체를 그릴 수는 없다. 빛에서 색채나 형태를 걸러내기가 쉽지는 않다.
우리는 빛이 만들어내는 현상만을 그릴 뿐이다. 빛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경지의 회화로 이끈 이는 바로크 미술의 서막을 연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다.
그는 그림 속에 현실감을 불어넣기 위해 새로운 명암법을 개발했다. 화면 속에 한 방향에서 들어오는 빛을 집어넣은 것이다. 이로 인해 화면에 공간의 느낌이 나타나고, 극적인 긴장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명암법의 출현에 힘입어 회화는 한 단계 도약했다. 20세기 예술의 종합판인 영화 조명도 이런 회화의 영향을 받았다.
바로크 회화의 대표작가 렘브란트는 ‘빛의 마술사’로 불릴 정도로 빛의 세심한 간격을 그림 속에 연출해 투명한 공간감을 보여주었다.
빛의 물리적 성격을 연구하고 회화에 담기 시작하면서 미학의 새로운 경지가 열렸다. 근대 정신성인 과학적 사고가 예술 언어로 등장한 것이다. 18세기 영국 풍경화의 낭만성에 과학적 사고로 접근한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회화가 그렇다. 그는 공기 속에 스민 빛을 황금색으로 표현해 에너지 가득한 공간을 보여주었다.
빛을 회화 언어로 발전시킨 것은 19세기 인상주의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의 성질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세상 만물을 보는 새로운 방식 회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신인상주의로 불리는 조르주 쇠라는 빛을 입자로 분석하는 회화로 빛 표현의 정점에 섰다. 흔히 점묘법으로 불리는 그의 기법은 현대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빛의 성질에서 움직임을 찾으려 했던 미술 운동도 있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나타난 미래주의 회화다. 그들은 기계 문명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진취적이며 역동적인 빛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빛에 대한 예술가들의 관심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기계와 과학적 아이디어를 접목해 움직이는 조각이나 빛을 이용한 설치미술 등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현재진행형이다.
이영식의 회화도 새로운 방향에서 빛을 해석한다. 그의 화면을 보면 빛을 그렸다는 느낌을 찾기 어렵다. 추상 회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빛보다는 맑은 공간의 느낌이 드는 초현실적 분위기다.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거친 붓 터치가 둥둥 떠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식은 “빛이 공간에 녹아 있는 느낌을 포착해 빛의 실체를 그리려고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빛 자체는 형체나 색채가 없으니까 추상 기법을 선택했다”고 전한다. 빛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회화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