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창작 태도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작가를 둘러싼 환경에서 창작의 아이디어를 찾는 방식과 자신의 내부에서 모티브를 얻는 경우가 그것이다.
주변 환경에서 아이디어를 구하는 방식은 보이는 세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태도다. 인상주의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거슬러 올라가면 르네상스 회화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해부하기 시작한 과학적 사고가 예술의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상주의가 일어나던 시기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 중산층이 역사를 주도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변 환경을 기호에 맞게 바라보는 걸 즐겼고, 이러한 흐름이 인상주의 회화로 나타난 셈이다.
유럽에서 인상주의가 미술사의 중심축을 이루며 전개되던 시기 영국에서는 다른 태도를 가진 예술가들이 회화를 만들어 나갔다. 자신들의 내면 세계를 표현하는 데 관심을 두는 미학이었다. 미술사에서는 이들을 빅토리아 시대를 이끈 ‘라파엘 전파’라고 불렀다.
이들이 작품의 모티브로 삼은 것은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세상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생각을 현실의 구체적 상황으로 번안해 그리는 방식은 르네상스 이전 시대인 중세 회화 어법이었다. 그래서 르네상스 회화를 상징하는 라파엘 이전의 회화 양식을 당시의 감각에 맞게 발전, 계승하겠다는 뜻으로 ‘라파엘 전파’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들은 현실감 물씬 풍기는 사실주의 기법으로 비현실의 세계인 정신 세계를 드러내어 묘한 환상성이 나타나게 되었다. 더구나 이야기가 풍부한 상황을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하기 위해 상징과 비유를 동원했다. 이러한 작업 태도는 20세기 회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고, 오늘의 회화에서도 여전히 작가들의 창작욕을 자극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세계 미술의 한 흐름인 구상회화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이탈리아에서 나타난 ‘트랜스 아방가르드’, 미국의 ‘뉴페인팅’, 독일의 ‘신표현주의’, 그리고 프랑스의 ‘신 구상 회화’ 운동이 그것이다. 이런 흐름은 21세기 미술에서 ‘포스트모더니즘 회화’로 불리며 새로운 회화를 개척하고 있다.
민우기의 회화는 이러한 맥락에서 매력을 보여준다. 그가 그려내는 공간은 우리 주변 평온한 일상의 한 장면이다. 풀장이나 거실 혹은 햇볕이 다사로운 정원 풍경이다. 치밀한 묘사와 밝은 색채로 표현하는 사실적인 풍경인데도 묘한 긴장감을 준다.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 그리고 비행기나 자동차 같은 소재가 다소 부자연스럽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의도가 보이는 설정이다.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낯설어 보이는 친근한 풍경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평온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